그 많던 투자 성공담은 어디로 갔을까
Summary
- 투자 성공담, 상당수 과장되고 편향된 경우가 많음
- 각자 처해진 상황이 달라 '무조건적인 성공 법칙'은 존재하지 않음
- 한 개인의 편향된 경험담이 잘못된 투자 선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데 주의
- 다른 이의 투자 성공담이 아니라 추세를 보는 장기적인 투자 관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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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 욕망을 자극하는 여러 투자 성공 스토리가 난무하곤 합니다. 실제 많은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기록한 후 성과를 자랑했습니다. 이들은 '자기들처럼 하면 될 수 있다'라고 자신했습니다.
지금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좀처럼 투자 실패담은 들리지가 않습니다. 왜일까요? 내가 동경하는 성공 스토리는 실은 과장되고 왜곡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장의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식투자 붐이 한창 불던 지난해 2021년 2월 정도였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주목받던 시기입니다. 코스피도 연말 사이 3~4개월 아찔한 급상승 곡선을 그릴 때였습니다.
그날 저녁 40대 남자 4명이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단연 화제는 재테크였습니다. “누가 코스피 무슨 종목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 “비트코인을 3년 전에 묻어 놓았는데 이제서야 빛을 봤다는 사람이 있다더라” 등이었습니다.
유튜브에서만 떠돌던 신화 같은 인물들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3~4년을 앞두고 미리 투자를 해놓았다가 벼락부자가 됐다거나, 코로나19 폭락 때 사놓은 종목이 몇 백% 수익을 내고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제 막 30대 초반의 막내급 사원이 퇴사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차장급 정도 되는 직장 내 허리들이 모였던 지라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거 봐요… 요새 젊은 친구들, 버텨내질 못한다니까.”
“하긴 어떤 친구는 전업투자로 아예 나갔다던데. 그래도 얼마 못 가.”
한창 ‘라떼 시전’을 할 때 그의 상사가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3년 전 7000만 원으로 시작해 이번에 17억 원으로 불려 나가요.”
한 사람은 젓가락을 내려놓았고 다른 사람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한 사람씩 슬금슬금 일어나 나갑니다. 담배 피우면서 다시금 자기 인생의 고뇌에 대해 한탄하겠죠. “아, 부럽다…”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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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원에 대한 상사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하 직원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게 요즘 시대 상사들의 덕목이라고 하지만, 업무 외 투자에 몰입하는 모습이 쾌히 좋게 보이지 않았을 테죠.
그러나 이 직원이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 성공으로 자산을 불려가면서 상황은 역전됐을 것입니다. “좀 좋은 주식 있으면 추천해 줘”라며 적극적인 구애까지 펼쳤을 지도 모릅니다. 남다른 모습에 많은 이들이 이 직원을 주목했을 것이고요.
이 직원은 퇴사를 했고 전문 투자자로 나섭니다. 여러 매체에도 인터뷰 기사가 실립니다. 지금은 투자 외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도 확장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이 사람뿐일까요? 지난해 유튜브를 보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부럽죠. 나도 그들처럼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락장 속 그들은 어디에?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은 또 어떨까요? 투자의 귀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어느새 쏙 들어간 것처럼 보입니다. 최소한 우리가 보는 대중매체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많이 줄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누가 돈을 벌었다’라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르게 퍼져나가지만, ‘누가 돈을 잃었다’라는 말은 신기하리만큼 들리지가 않습니다. 돈 많이 벌었다면서 부러움을 샀던 이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 © 다음 금융
나아가 그들이 지난해 말했던 투자 성공담이 1년이 지난 지금 당신에게 어떻게 적용이 돼 있나요? 그들의 말을 따라 부지런히 투자를 시작했던 분들 중 대부분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새 같은 때에는 수익률 부분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이들이 더 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와 관련돼 이관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 ‘투자 무용담 속 집단적, 체계적 편향’에 대한 부분을 언급해 봅니다.
이 교수 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여름 미국 재무학회 회장 연설에서 행동경제학 대가인 데이 비드 허쉬라이퍼 교수는 ‘사회적 전이 편향’을 내재화한 새로운 경제 이론을 거론했습니다. 그는 개개인의 선호도와 전략, 편향성, 투자 성과 등은 ’신호 왜곡’과 ‘선택 편향’ 같은 사회적 전이 편향 현상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른 이의 성공담, 참고만 해야하는 이유 신호 왜곡은 무슨 얘기인가, 자신의 성과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한다는 것입니다. 수익률을 얘기하는 데 있어 평균 수익률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최고 수익률을 얘기하는 것이 예가 됩니다. 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이 깔린 것입니다.
선택 편향은 성과가 좋을 때는 떠들지만, 좋지 않을 때는 조용히 있는 것을 뜻합니다. 요즘과 같은 때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투자 수익률이 좋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던 이들이 올해 금리 인상기 조용히 있는 사례입니다.
소위 대중매체에 알려진 ‘성공한 투자자’ 혹은 ‘성공한 사업가’는 이런 신호 왜곡과 선택 편향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남과 다른 성공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무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당신은 게을러서 혹은 몰라서 성공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죠.
한 예를 들어볼까요? 한국 벤처 창업기의 신화로 불리는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입니다. 김 회장의 아버지가 변호사란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남들보다 유복하게 자랐을 것이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미 80년대부터 컴퓨터를 만질 줄 알았습니다. 빌 게이츠가 유복한 집안에서 커서 컴퓨터에 일찍이 눈을 떴던 것과 비슷한 것이죠. 게다가 80년대 중후반은 컴퓨터가 막 소개되어 대중화되던 때였습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의 천재라도 이런 정보를 알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김 회장이 대학을 나와 막 사회생활을 하던 때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PC를 활용한 인터넷 시장이 막 열리던 때였습니다. 조악한 게시판으로 꾸며진 홈페이지로도 사업을 할 수 있었고 시장 선점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운대가 좋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정해진 길에 따라 운전을 하는 운전사와 인도 뭄바이에서 붐비는 거리를 고물차로 운전하는 운전사 둘 중 누가 더 운전 실력이 좋을까요? 그 실력에 비례해서 돈을 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애초 남다르게 가질 수밖에 없었던 그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만 ‘저 사람은 성공했는데 난 왜 이럴까’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람의 성공 스토리는 그 사람의 것일 뿐 나한테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했던 17억을 벌어 독립한 투자자는 꾸준하게 투자를 해왔습니다. 투자해서 잃어도 될 종잣돈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비트코인이 한 풀 꺾인 시점 이후부터 투자를 했습니다. 제아무리 정보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2016년 혹은 그 이전에 비트코인을 산 사람과 똑같은 수익률을 가져가기 힘듭니다.
이런 부분을 똑같이 투자라는 것에 옮겨와 봅시다. 이관희 교수는 개인이 하는 액티브 투자를 예로 들었습니다. 액티브 투자는 쉽게 말해 직접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떼는 수수료가 없다 보니 높은 수익을 볼 수 있지만 손실률 또한 높을 수 있습니다.
과열된 시장이 식을 때 나오는 공포감 높은 수익을 본 사례는 전파되고 과장되면서 때로는 확증돼 퍼집니다. 반면 높은 손실에 대한 사례는 한 개인의 경험담으로 머물고 맙니다. 어쩌면 '자기가 보고 싶지 않은 현실'에 대해 부정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성공 스토리는 퍼지기도 쉽습니다. 대표적인 매체가 유튜브입니다. 유튜브가 끼치는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구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얘기 ‘이렇게 하면 돈 벌 수 있다’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얘기하면서 자신의 성공 사례를 과장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퍼지고 퍼지면 시장은 과열됩니다. 편향된 정보가 유입이 반복되고 그 사이에서 피드백이 되면서 증폭됩니다. 이른바 비이성적 과열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 미디어가 발달돼 있고 손안의 핸드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쉽게 가열될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한번 봅시다. 1980년대 증시 과열 속도와 2020년대 증시 과열의 속도, 어느 게 더 가파르게 올랐다가 가파르게 떨어질까요.
빠르게 열이 올라가는 것이라면 또 빠르게 식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식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떨어지는 각도가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들이 늘면 가격이 고꾸라지고 이 정보는 빠르게 유통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갑자기 ‘팔겠다’라고 달려들면서 사람들은 패닉에 빠집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투자시장을 뜨겁게 달궜고, 2022년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라임 자산운용 사태를 봅시다. 펀드 운용자의 경험이 짧았다고 해도 그건 해외 운용자와 비교했을 뿐입니다. 상품 선정에 있어 부실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4~5년 전체 시장이 좋을 때는 잘 나갔습니다.
2019년부터 자산 시장 하락세가 완연해지고 수익률이 떨어지자 펀드 환매에 대한 수요가 몰립니다. 라임 펀드가 갖고 있는 구조적 결함에 환매 수요까지 몰리는 펀드런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라임 자산운용은 급격하게 부실화됩니다. 이게 라임이 몰락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수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합니다. 고통스럽고요.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투매를 하게 되고, 가격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비이성적 투자 열기가 가라앉고 있는 시기입니다. 내세울 게 없게 된 ‘(자칭) 성공투자자’들도 조용해졌고요. 막연하게 이들을 따라갔다가 손해를 본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락장과 대면한 우리들은 어떻게 이를 참고 이겨내야 할까요? 어떤 종목을 사고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요? 그것을 정하기 전에 우리 마인드 세팅부터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본금이 많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칭) 성공 투자자’들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상승과 하락은 반복됩니다 한 가지 얘기를 들려드리면서 끝내겠습니다.
20년 전에도 비이성적 과열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주식투자로 성공한 젊은 부자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주식 붐이 불고 경기가 좋았던 1990년대에도 이와 같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의 부인께서 20년 전 이렇게 성공한 젊은 투자자들을 만나봤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가공되어 널리 퍼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신화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졌죠.
그런데 경기라는 게 늘 좋지만 않습니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습니다. 주기를 타는 것이죠.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닷컴 버블 붕괴,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식 시장은 고꾸라졌다가 상승했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때 그 부자들은 이 시기를 잘 예상하고 성공적으로 넘겼을까요? 들리는 말로는 누군가는 자살을 했고 누군가는 패가망신을 했다고 합니다. 성공한 사람으로 남아 지금껏 모범사례로 남는 이들은 정말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소수만 볼 뿐, 실패한 대부분의 이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 이면에 있는 것이죠.
어떤 사람은 주식 시장 시황에 따라 움직이는 감정 곡선을 견디지 못하기도 합니다. 장이 좋을 때는 기쁘다가 장이 떨어지고 수익이 마이너스 되면 급격한 우울감에 빠지는 식입니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시장을 크게 봐야 한다는 뜻이죠.
행복은 깊이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꾸준하게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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