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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몰락하는 것일까?

SUMMARY

- 상장폐지를 앞둔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와 다른 재능 공유 플랫폼도 실적이 좋지 않음

- 모바일 경제와 함께 성장했던 서비스가 시장 성숙기에 들어가면서 치열한 경쟁의 시대 도래

- 투자자의 시선으로 차세대 폭발적으로 성장할 기대주는 어디일지 생각해 볼 시점

 

© istock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습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업무 수요에 따라 계약직, 프리랜서 형태로 사람을 고용하는 또 다른 경제를 일컬었습니다. 미국 등에서 유행했는데 모바일 플랫폼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업과 프리랜서가 연결될 수 있게 된 덕분이죠.

한국에서는 '긱 이코노미'보다는 '재능공유' 등의 단어로 더 많이 쓰인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남들에게 베풀고 대가를 받는 것이죠. '크몽'이나 '숨고' 등에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올려놓고 개인 혹은 기업에 프리랜서로 임시 고용되곤 했습니다. 일반 직장인도 파트타임으로 잠깐씩 일을 하면서 부수입을 올릴 수 있어 환영받았습니다.

재능공유 전에는 공유경제란 게 있었습니다. 집이나 자동차, 사무실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쓴다는 개념인데 에어비앤비, 우버, 위워크 등의 플랫폼이 2010년대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소유주는 자신의 소유물을 공유하면서 임대료를 받았습니다. 임차인은 필요할 때 자기가 필요한 값비싼 물건을 쓸 수 있으니 비용 효율적이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이익이 되는 경제활동이었습니다.

'긱 이코노미', '재능공유', '공유경제' 모두 각각이 쓰이는 용례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제라는 점입니다. 오프라인 경제활동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중개하는 것이죠. 덕분에 이들 2010년대에는 O2O(오프라인 to 온라인)라는 말이 널리 쓰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플랫폼 기업의 실적이 시원치 않습니다. 위워크는 상장 2~3년 만에 주가가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상장 폐지마저 예상됩니다. 우버는 긴 암흑기 속에 지난해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재능공유 플랫폼이 수익 올리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 업계 공룡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도 올해 들어 성장이 정체된 모습입니다.

 

잘나가던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처한 이유 서울 강남, 여의도 등 사무실이 많이 몰린 도심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게 위워크 부류의 공유오피스였습니다. 이들 기업은 도심지 건물주들의 공실 걱정을 상당 부분 덜어줬습니다. 도심지에 기업 근거지를 놓고 싶어 했던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의 임시 보금자리로도 환영받았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169억 달러를 위워크에 투자하면서 더 주목받았습니다. 급속히 성장하는 모바일 경제의 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합니다. 데이비드 톨리 임시 최고경영자(CEO)가 성명을 내고 비용 절감을 목표로 건물주들과 새로이 계약을 체결한다고 합니다. 임대료를 좀 깎자는 내용인데요. 회사 운영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위워크는 비용의 3분의 2가 임대료였습니다.

 

위워크 주가 추이. © 구글파이낸스

 

2년 전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던 위워크는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놓이게 된 것일까요? 위워크의 '장기 임대, 단기 전대'는 어쩌다 위워크를 위기 속에 집어넣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일까요?

우선 위워크가 환영받았던 이유를 살펴봅시다. 위워크는 스타트업 등 단기 임대 수요가 있으면서 고급 인력이 주로 일하는 기업들이 입주했습니다. 위워크는 건물주에게 통으로 임차받고, 이를 잘게 쪼개서 스타트업 등에 다시 임대했던 것이죠.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퍽 부담이었지만 강남 테헤란로 등에 회사 근거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워크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위워크가 구비한 시설과 화려한 인테리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던 것이죠.

문제는 코로나19가 닥치면서부터입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값비싼 임대료를 내가며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죠. 당연하게도 위워크의 수입은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반면 건물주에 내야 하는 임대료는 그대로다보니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워크가 재정난에 빠지게 된 것이죠. 급기야 상장 2년이 안 되어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됩니다. 상장 전 670억 달러까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위워크는 최근 시가총액 기준 3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코로나 때 좋았던 분야도 반대로 코로나가 좋은 시절이었던 분야가 있습니다. 배달앱 분야와 공유주방 업계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배달 음식 수요는 급증합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의 매출은 많이 늘어납니다.

 

 

통계청이 배포한 '2023년 7월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모바일쇼핑 거래액 중 배달(음식 서비스)이 급성장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분기 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56.5%에 달합니다.

배달의민족 매출도 덩달아 올라 1조 995억 원이던 2020년 매출이 2021년 2조 88억 원으로 약 2배가량이 됩니다. 단기간에 급성장을 한 것이죠.

그러나 엔데믹이 오면서 증가율도 주춤합니다. 2022년 3분기부터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023년 1월에는 10% 감소를 기록합니다.

배달 음식 주문 감소는 공유주방 업계에 직격탄이 됩니다. 국내 공유업체 'ㅋ' 업체는 1,000만 원의 보증금만 있으면 배달음식 전문점을 차릴 수 있어 호평받았습니다. 대형 주방을 여러 섹터로 나누고 그 안에서 각각 음식점 점주들이 배달 음식을 만드는 경우였습니다. 홀 서빙 없이 배달 주문만 받고 식기 등을 공동 구매할 수 있으니 점주들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옵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최근 사업 악화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점주와 업체 간 보증금을 놓고 분쟁까지 벌어지게 됐죠.

자신이 갖고 있는 특기나 재능을 공유해서 수입을 올리는 공유경제도 요새 침체에 빠졌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얘기입니다. 이들 업체의 수익원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수수료와 배너 광고 정도인데, 그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모바일 경제 속 옥석 가리기 모바일 경제는 진입이 쉬운 만큼 업체 간 경쟁도 격렬한 편입니다. 금리가 올라가고 벤처 투자 업계가 불황에 빠져들면서 스타트업 업계에도 시련의 시간이 온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공유경제 플랫폼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 예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70% 급감한 2조 3,182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쪼그라든 것처럼 벤처 투자 업계의 투자금도 마르게 된 것이죠. 

모바일 시장이 정체된 것도 주요한 부분에 해당합니다. 한 예로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11억 6,259만대로 전망됐습니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게 될 정도로 대중화되면서 2010년대처럼 폭발적인 모바일 경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모바일이 이제 일반화된 것이죠.

이는 PC 인터넷 시대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가 어떤 때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년대 후반 엄혹했던 IMF 구제금융 시기를 보낸 이후 경기가 막 살아나던 때였습니다.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이 깔리고 PC가 보급되면서 전 국민 누구나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죠. 이에 따라 다양한 인터넷비즈니스가 생겼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의 업체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들 업체도 10년 동안 닷컴 버블붕괴 등을 견뎌내면서 옥석이 가려졌습니다. PC 인터넷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됐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시작됩니다. 한때 큰 기대를 모았던 IT 인터넷 기업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강자들만 남게 됩니다.

모바일 시대도 비슷합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살아나면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가 확장됐고, 그 위의 다양한 기업들이 사업을 합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업체들이 그 예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가 모바일메신저 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보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바일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였고, 그 흐름만 잘 타도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간 2020년대에는 각자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게 됐습니다. 지금 불어닥친 투자 혹한기를 잘 넘기고, 경쟁 서비스를 상대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주목 특별히 위워크가 경영상 잘못했다거나 공유경제 유행이 지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모바일 경제가 성장하면서 폭발적이었던 성장세가 주춤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모바일 인터넷을 주된 비즈니스 영역으로 삼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비슷합니다.

다만 확고하게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든 서비스가 있는 기업일수록 생존하기 더 유리해졌을 뿐입니다. 구글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서 막대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것도 검색과 영상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 두 분야가 우리 일상이 되어 있는 것이죠. 이른바 얼마나 독점적 영역을 차지해 다른 경쟁 업체들의 진입을 막는가가 중요한 것처럼요.

위워크가 최근 들어 어려운 것은 너무나 많은 대체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에게는 다른 더 저렴한 오피스가 있고, 개인에게는 재택근무 등의 대체제가 있습니다. 우버도 처음에는 독보적이었지만 지금은 택시 앱 등 너무나 많은 대체제가 있습니다. 재능공유 서비스도 수익성은 박하고 경쟁자는 많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점적 영역을 구축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자본과 물량을 동원해 마케팅하고 상대방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방식이 첫 번째입니다. 2000년대 네이버와 경쟁하려고 했던 수많은 대기업 포털(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터, KT의 파란 등)도 이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2010년대에 수많은 모바일메신저가 카카오의 영역에 침투했다가 물러나야 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시장을 미리 선점하는 방식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모바일 음식주문 서비스 시장 초창기에 들어갔고 쿠팡은 온라인커머스와 배송의 영역을 연계하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시장 초기 선점자로서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시장의 기대주를 살펴보는 게 필요합니다. 투자 효율성 면에서는 그게 가장 높습니다. 어떤 시장이 있을까요? 한때 가상현실(VR)이 주목받았습니다. 증강현실(AR)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미래의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우리는 그때 무엇을 쓰고 어떤 것을 이용할까요? 여기에 힌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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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