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혹은 집값 상승? 집값 바닥논쟁 이야기
|집값 하락
영국의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프랭크는 지난 2021년 3분기 '세계주택가격지수 보고서'에서 세계 주요 56개국의 집값 동향을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1년간 집값 상승률이 10%를 넘은 나라는 27개국이며, 특히 한국의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26.4%나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나이트프랭크는 1년 후인 2022년 3분기에도 보고서를 냈는데, 56개국 중 1년 동안 집값이 떨어진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뿐이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집값은 1년간 7.5%가 떨어져 56개국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지금 벌써 '집값 바닥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값이 바닥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반등하고, 미분양 주택이 줄고 부동산 심리지수가 긍정적 전망으로 나온 것을 근거로 합니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급락하면 가계대출이 부실화하고 이로 인해 내수경기 침체는 물론 금융권의 충격 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낮은 고정금리로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역전세난이 문제가 되자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을 지원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도 예외를 둘 방침입니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완만해진 이유는 이런 정책 변수의 작용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집값이 많이 하락한 것일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집값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첫 번째가 전셋값입니다. 전셋값이 계속 내리면 집값도 계속 내릴 가능성이 있고, 전세 가격이 회복하면 집값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매가와 전셋값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만약 전세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매매 가격이 상승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거래량입니다. 거래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가격이 오르거나 시장이 회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다만, 추세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1~2개월이 아니라 최소한 4개월 이상의 거래량 회복이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금융, 즉 대출입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대출 있는 가계에 DSR이 작년 말을 기준으로 40%를 넘었다는 것은 추가 대출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40%가 넘는 가구라도 빌릴 수가 있는 특례 보금자리론이 등장해서 벌써 20조 원이 대출로 나갔습니다. 이 예산이 40조 원인데 절반을 썼으므로 머지않아 소진될 것이고, 다시 수요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집값 바닥 논쟁
이처럼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바닥론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곳곳에서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거나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집값이 떨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바닥론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집값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다양합니다만, 이들의 의견에 일부 공통점은 있습니다.
먼저, 올해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에 나타났던 급락세의 흐름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이라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이고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일부 수요가 살아났기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올해는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현재 주택 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금융권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이 줄줄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또 서울과 수도권은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해 어느 정도 집값이 떨어지면 하락세가 잦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하락세가 잦아들며 집값이 단기간 반등하더라도 이 흐름이 장기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지난해 가파르게 떨어지는 흐름은 일단은 멈춘 것으로 보이며, 시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으니 집주인은 버티고 매도인은 관망하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다소 비정상적인 하락세가 이어졌다면 앞으로는 완만한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금리가 하락하고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대출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혜택은 고소득자들에게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객 평균 신용점수는 901~922점이었습니다.
당국이 시장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다 보니 고물가 속에서도 부유층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지요.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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