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개미와 외국인 따라잡기 그리고 작전주에 대한 환상
| 주린이 이야기
주린이가 주식을 매수했는데 수익이 났다. 인터넷 종목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그 종목은 최소한 10배는 더 올라야 적정 주가라고 한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그랜저를 사는 데 약간 모자란다. 딱 11배만 오르면 팔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수익이 좀 나더니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계속 횡보한다. 종목 게시판을 보니 안 좋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랜저 대신 소나타로 목표를 내린다. 그런데 주가가 이제는 수익권 부근이다. 소나타 대신 경차만 있어도 만족한다고 생각을 바꾼다.
결국 수익률은 손실권으로 진입하고, 종목 게시판은 부정적인 글들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경차 대신 교통카드로 목표를 다시 하향한다. 교통카드만 공짜로 얻어도 그게 어디냐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주가는 이상하게도 계속 줄줄 흘러내린다. 미리 매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종목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그 종목이 상장 폐지가 되니 어쩌니 하면서 난리가 났다. 주린이는 그날부터 잠을 못 잔다. 어느 날 그 종목의 주가가 횡보하다가 한 번 푹 빠지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팔고 나온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른 종목을 매수했는데도 예전 종목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종목은 매수하자마자 주가가 계속 하락 중인데, 매도한 예전 종목이 급상승을 시작한다. 주린이는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예전 종목으로 갈아탄다.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팔고 난 종목은 갑자기 상승을 시작하고 재매수한 예전 종목은 거기가 고점이다. 주린이는 '종목을 믿고 샀으면 계속 보유해야 한다'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방금 매수한 종목을 계속 보유하기로 마음먹는다. 주가는 계속 하락하지만 주린이는 침착하게 보유하는 것이 고수라고 생각한다.
팔았던 종목은 상승랠리를 계속하는데, 보유 중인 종목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여 손실폭이 30%를 넘는다. 예전에는 1%, 2% 등락에 가슴 떨렸는데 이젠 5%가 움직여도 별 느낌이 없다. 이게 도대체 몇 달째인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결국 주식을 팔고 나온다.
이제부터는 처음부터 손절가를 정하고 매매하기로 마음먹는다. 왠지 고수가 된 것 같다. 새로운 종목을 종가에 매수했더니 내일부터 주가가 날아갈 것 같다.
손실이 3%를 넘어가면 바로 손절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다음날 아침 시가가 -5%로 출발한다. 주린이는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보유하기로 한다.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다가 결국 또 왕창 손해 보고 나온다.
우울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종목 추천 사이트를 알게 된다. 온통 시뻘건 색으로 가득한 과거 수익률표를 보고 흥분하여 회비를 내고 가입한다. 그러나 손실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왜 손실이 나는지 물어보면 사이트 운영자는 잠깐 성적이 안 좋은 것뿐이니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려도 손실만 계속 누적되자 주린이는 자신을 속인 종목 추천 사이트에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주식을 몽땅 팔아치우고 나와 버린다. 물론 유료 서비스 기간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 기관과 외국인 따라잡기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을 '개미'라고 부릅니다. 상당수 개인 투자자는 물론 심지어 공중파 방송의 뉴스에서도 개인 투자자를 개미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개미라는 말은 개인 투자자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미는 협동을 잘하는 곤충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협동이 전혀 안 됩니다. 개미는 열을 지어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무질서하게 몰려다닙니다.
결국 개미는 크기가 작고, 개인 투자자도 투자금의 크기가 작다는 정도 외에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를 개미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관투자자를 '기관', 외국인 투자자를 '외국인'이라 부르듯 개인 투자자도 '개인'이라고 불러야 되겠지요.
사실 호칭보다 더 큰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바보' 혹은 '호구'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것을 인정하는 개인 투자자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투자에 소질이 있으며, 나름 공부도 많이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이 바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호구'는 맞는 것 같습니다. 위대한 투자가일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고점, 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이 낮아질수록 저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식 전문가 역시 개인 투자자가 군중 심리에 휩쓸리며 원칙 없는 매매를 반복한다는 전제하에 주식시장을 분석합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개인 투자자는 기관과 외국인보다 자금력과 투자분석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전제하에 대응방법을 제시하다 보니 많은 개인 투자자가 투자실력이 뛰어난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 방식을 따라 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기관이나 외국인의 포지션을 분석해서 매매한다는 것은 그들이 투자에 성공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뒤를 쫓는 매매법을 구사하는 투자자는 당연히 그들보다 투자 성공률과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원칙대로 매매할 때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거액을 투자하다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또 일부 투자자는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외국인의 평균 매수단가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문 방식까지 파악하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정말로 그들의 주문 방식을 파악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외국인의 주식을 대신 처리해 주는 브로커들은 이미 엄청난 돈을 벌었겠지요. 외국인의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가족들에게 몰래 문자 한 통만 보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로커들은 여전히 증권사에서 박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기관의 장세, 외국인의 장세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관이 매수한 종목이 강세를 보이면 기관의 장세이고,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이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의 장세인데, 분석가들은 "지금은 기관의 장세이므로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을 사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기관이나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들이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것을 따라서 매수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요? 또 이미 수익이 나고 있는데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매수할 이유가 있을까요?
외국인이나 기관 따라잡기를 하는 투자자들은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의 투자자별 주식 보유상황 보고서를 확인합니다. 단순히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수한다고 따라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과연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란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 작전주에 대한 환상
가끔 작전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개인 투자자가 있습니다. 작전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면 이에 편승해서 '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작전'이 걸릴만한 종목을 열심히 찾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주식투자로 손실이 나면 '세력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세력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작전세력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그들에게 손실을 입히려고 합니다.
급등주를 매수했다가 고점에 물려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작전세력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과연 급등주 투자자가 작전세력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부실주나 급등주를 매수하는 이유는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에 편승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작전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사실상 '불로소득'에 가깝습니다. 작전세력은 시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금을 동원하고, 철저한 계획을 짜며, 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힘들게 작전을 펼치는데, 거기에 편승해 가만히 앉아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은 작전세력보다 더한 심보이지요.
급등주를 매수했다가 작전세력에 당한 사람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들도 작전세력이 있음을 알고 매수한 것이고, 그들이 골탕 먹이고자 했던 작전세력에 역으로 당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매매하는 종목에 작전세력이 실제로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일부 투자자는 작전세력이 매매에 참여하지도 않은 종목을 매매하면서 정상적인 주가 흐름을 '작전세력이 관리하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들은 있지도 않은 작전세력과 혼자 심리싸움을 하다가 혼자 돈을 날리고, 혼자 포기하고, 혼자 복수합니다.
앞에서 '주린이의 매매 방식'과 개인 투자자들의 기관이나 외국인 '따라잡기' 그리고 일부 개인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작전주에 대한 환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모두 주의하고 피해야 할 것들입니다.
많은 돈이 오가는 주식 시장에는 거짓말과 속임수가 난무하고, 순진한 개인 투자자를 노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주식시장은 국가에서 인정한 '공인 도박판'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이러한 살벌한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면 남들과는 달라야 합니다. 또 주식 시장의 이면을 잘 파악하여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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