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순매수와 주가 상승 –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증시
|외국인 순매수와 주가 상승
지난 9월 말 코스피가 2200선 아래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절망했습니다.
'이제 코스피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며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남몰래 웃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가 바닥을 다질 때 조용히 주식을 쓸어 담았습니다.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자 결국 지수도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코스피 반등을 주도한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시진핑의 3연임 확정 전·후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 중 상당한 규모가 우리나라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중국발 리스크가 발생하면 한국 주식도 동시에 팔았던 이전의 외국인 패턴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반도체, 전기·전자 등 IT 업황이 부진함에도 대만 주식을 팔고 한국 주식을 사들인 것이지요.
달러 강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저평가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게 한 요인입니다. 한때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4.2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려왔습니다.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정부의 외환 수급 안정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있었지요.
한편, 외국계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23년 한국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750으로 제시했습니다. JP모건도 보고서를 통해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800으로 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했으며, 코스피 목표치 또한 2750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코스피 목표치 상단은 비슷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0~2650을, NH투자증권은 2200~2750을 제시했습니다.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거래소?
과거 언론을 통해 '외끌이 장세' 또는 '쌍끌이 장세'라는 표현을 종종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된 1992년 이래 투자 한도를 9차례나 확대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급속도로 증가해왔습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부터 일반상장 법인 및 협회 등록법인에 대한 외국인의 주식취득이 완전히 자유화되면서 신규자금의 지속적인 유입과 주식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과 선진국 주식시장의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나라 주식투자 한도의 확대는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국내 주식시장 발전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경영의 선진화에도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투기적 자본의 단기 수익 추구, 불공정거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초래되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함께 나타났지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보다 외국인 투자자를 언제나 '한 수 위'로 평가합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외국인은 항상 우량한 종목이나 주가 급등이 확실한 종목들을 매수하는 투자의 천재입니다. 그들의 투자 방법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일시적인 악재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는 기본입니다.
더욱이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매수하면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의 수급이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고, 기관 투자자까지 외국인만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외국인의 마인드를 가지고 외국인을 따라서 투자하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1992년 외국인에게 국내 시장이 개방되면서 저PER주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한국 증시가 개방되었으니 뭔가 사긴 사야겠는데, 어떤 종목이 좋은지 알 수 없으므로 외국인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저PER주를 매수한 것이지요.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저PER주로 히트를 친 다음에는 PBR 지표를 사용했고, 이후 시가총액이라는 지표를 사용하여 업종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블루칩 혁명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은 아직도 외국인 투자자와 가치투자를 '찬양'하는 자료에 빠짐없이 등장하지요.
투자의 귀재인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돈을 벌게 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게 된 그들은 주식을 계속 사들였고, 결국 한국 기업들의 지분을 절반 가까이 보유하게 됐지요. 삼성전자만 해도 외국인 지분율이 거의 50%입니다.
그러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막대한 지분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국내에서는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었고 투신사들이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외국인이 팔아도 우리가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자신감에 흥분한 기관들은 과감한 베팅을 계속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간접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습니다. 결국 기관들은 외국인들의 물량을 신나게 사들였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지요.
위의 이야기는 국내 시장이 개방된 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어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지나간 차트를 들이밀면서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집한 종목들을 따라서 매수했으면, 이렇게 수익이 났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조언을 듣고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집하는 종목을 개인 투자자들이 따라서 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체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하면 수급이 악화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개인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종목의 주가를 외국인이 애써 올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또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똑같이 일어나려면 당연히 그때와 똑같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개인들이 매수에 참여하는 순간 이미 환경은 변해버립니다.
같은 조건을 갖추더라도 환경이 변하면 결과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지요.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력이나 정보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그들을 높이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외국인 투자자를 존경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증시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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