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기업공개와 수요예측 이야기
|기업공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새벽 배송 업체 '오아시스'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소식입니다.
오아시스는 지난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공모가는 희망 가격 하단을 밑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는 3만500~3만9500원이지만, 실제 공모가는 2만 원 중반대에 몰린 것이지요.
오아시스의 공모 주식 수는 총 523만 6000주입니다. 이 중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70~75%이며, 신주는 256만5500~274만 8750주이고 구주는 109만 9700~117만 8250주 수준입니다. 오아시스는 2월 14일과 2월 15일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하며 2월 23일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기업공개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때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엄청난 활황을 보였습니다. 2020년 1분기 이전 평균 544대 1을 보였던 개인 청약률은 2020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685대 1과 1,017대 1을 나타냈고, 2021년 1분기에는 1,326대 1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즉 개인투자자들의 참여에 힘입어 시장에서 IPO 공모주의 평가가 높아지고 있으며 보다 많은 기업이 IPO 시장으로 들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관회사들이 기대 이상으로 몰리거나 빠지는 개인들의 투자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시장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거나 시장가보다 높은 공모가를 제시하는 IPO 사례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우리사주조합 배정(20%) 여부에 따라 기관투자자에게는 60~80% 그리고 개인에게는 20~30%의 IPO 공모주를 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공적인 IPO를 위해 주관회사가 기관투자자들을 충분히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기관투자자는 기업평가에 경험이 많은 전문투자자이며, 공모주를 대규모로 청약하므로 공모주의 적정한 시장가격을 찾는데 노력할 유인이 높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주관회사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정보를 받아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방식은 타당성 있게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장 후 IPO 공모주를 거래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아 이들의 투자수요에 따라서도 공모주의 시장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인들의 IPO 공모주에 대한 투자가 높아진 이후에는 그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 수요 정보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제도에도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수요예측
수요예측이란, 공모주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 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하여 대표주관회사에 매입을 희망하는 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발행회사와 대표주관회사의 협의로 확정된 공모가격을 결정하여 공모주 청약이 진행됩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일부 우량 고객에게 편파적으로 주식을 배당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약자의 입장에 있는 소액투자자들은 불공평의 피해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한 예가 2004년에 주식을 상장한 '구글'입니다. 구글은 주식상장 때 자사 주식을 대중에게 널리 분산시키는 '경매 방식'을 택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자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했습니다. 즉 당시 널리 통용되던 수요예측 방식을 거부했던 것이지요.
구글은 경매 방식을 통해 공정한 주식 배당뿐만 아니라 상장 초기 인위적인 주가 급등을 통해 투자 기관들끼리 이익을 나누던 종래의 폐단까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상 경매는 시장의 가격을 형성하는 데 매우 훌륭한 수단입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경매가 주식을 상장하려는 기업에게는 더 매력적인 방식입니다.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며 발행가가 현저히 높아지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주식이 수요예측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전문가가 그 이유가 금융사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수요예측 방식에서는 금융사가 우선적으로 주식의 가격 범위를 결정합니다. 다음으로 수요예측 단계가 진행되는데, 투자자들은 금융사가 미리 결정해놓은 가격 범위 중 어떤 가격에 얼마나 많은 주식을 주문할지 결정합니다.
이때 대체로 주식가격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정도로 낮게 책정합니다. 그래서 신규 주식을 배당받은 사람은 해당 기업의 주식거래가 개시되는 첫날 거의 확실한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상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지요.
금융사는 이렇게 달콤한 사탕을 상당 부분 자신의 구미에 맞게 배분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특권이 주어지는 셈이지요. 그동안 일부 금융사는 이러한 특권을 남용했습니다. 그들은 주식을 배당해 주는 대가로 자사와의 거래를 강요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중개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금융사가 수요예측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공모가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상장 직후 기관투자가들이 대량으로 매도하여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구글과 같은 상장 방식을 택하는 기업이 왜 그토록 적은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지요.
금융사가 수요예측 방식에서 얻은 이익에 대해 해당 기업에 보답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 보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금융사가 언론으로 하여금 해당 기업에 관한 긍정적인 보도를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특히 미국의 경우, 해당 기업의 주식을 발행한 금융사들은 경매 방식을 채택한 기업보다 수요예측 방식으로 주식을 상장한 기업들의 주식에 대해 현저히 많은 긍정적인 보고서와 추천서를 양산했습니다.
심지어 주식 발행에 참여하지 않았던 금융사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도 경매를 통해를 통해 주식을 상장한 기업들보다는 수요예측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기사를 썼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좀 더 연구해 보면, 구글의 상장 방식에 대해 많은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발행가보다 매우 큰 폭으로 오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공모주를 사기만 하면 거래 첫날 '따상'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변했습니다. 좋은 공모주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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