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옵션만기일과 네마녀의날 - 왜 주의가 필요할까요?
|선물·옵션 만기일
우리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시장에 가서 물건값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을 현물거래라고 합니다. 이와는 달리 현재 시점에서 어떤 상품의 미래 가격과 인도 날짜 등을 확정해 계약을 체결하고, 약속된 날짜에 계약한 내용으로 물건과 대금을 교환하는 거래를 맺기도 하는데, 이것이 선물거래입니다.
어떤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매수 혹은 매도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를 뜻하죠.
한편, 옵션은 미래에 어떤 자산이나 상품을 특정 가격으로 사고 판다는 점에서 선물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과 특정 가격에 매수 혹은 매도를 하기로 한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죠.
옵션은 권리입니다. 즉 특정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미래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수,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지요. 이런 권리는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습니다. 또 권리를 행사하기 싫으면 권리를 포기해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포기를 하면 그에 따른 손실은 감수해야 하지요.
옵션에는 콜옵션(call option)과 풋옵션(put option)이 있습니다. 콜옵션은 특정 자산이 미래 어느 시점에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이고, 풋옵션은 미래 특정 시점에 약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선물과 옵션은 영원히 보유할 수 없습니다. 주식과 달리 선물은 보유기간이 정해져 있는 시한부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선물 만기는 3개월에 한 번씩 돌아옵니다.
옵션도 선물처럼 보유 기간에 제한이 있습니다. 선물과는 달리,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콜옵션과 풋옵션은 1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옵니다. 따라서 정해진 만기일까지는 권리를 행사하거나 포기하거나 결정해야 하죠.
이처럼 선물과 옵션은 모두 특정일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 판다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특정일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만기일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선물 만기일은 3·6·9·12월 둘째 주 목요일이며, 옵션 만기일은 매달 둘째 주 목요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선물과 옵션 모두 만기일이 둘째 주 목요일이다 보니 만기일이 겹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에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 개인 투자자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만기일은 선물·옵션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거래할 수 있는 날입니다. 따라서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투자자들과 이날의 변동성을 노린 일부 투기적 투자자들까지 가세하여 변동성이 매우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춤추는 네 마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선물 만기일은 3·6·9·12월 둘째 주 목요일이며, 옵션 만기일은 매달 둘째 주 목요일입니다. 이처럼 3·6·9·12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선물과 옵션 만기가 겹치므로 더블 위칭 데이(double witching day)라 불렀습니다.
여기에 2002년 1월부터 개별 주식옵션까지 가세하여 3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쳤는데, 이를 트리플 위칭 데이(triple witching day), 혹은 세 마녀의 날이라 불렀지요. 그러다 2008년 5월, 개별 주식선물이 도입되어 2008년 6월부터는 네 마녀의 날, 즉 쿼드러플 위칭 데이(quadruple witching day)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우리 증시에는 1년에 네 번 마녀가 찾아옵니다.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 주식선물과 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날입니다. 3·6·9·12월 둘째 목요일입니다. 이날은 주가가 막판에 요동칠 때가 많아 "마녀가 심술을 부린다"는 뜻으로 네 마녀의 날이라 부르지요.
네 마녀의 날에는 파생상품과 관련해 숨어있던 현물 주식이 정리매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예상하기 힘든 주가 움직임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선물 간 가격 차를 이용한 매수차익잔고나 매도차익잔고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예상치 못한 주가 급등락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물론 베이시스(선물과 현물 가격 차)나 스프레드(원월물과 근월물 가격 차이) 상황에 따라 매수·매도 규모가 조정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고평가되면 투자자들이 매도보다 만기 연장(롤오버)을 하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만기일이 시장 흐름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만기일의 추억
오래전, 2003년 3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 콜옵션과 풋옵션의 운명이 한순간에 역전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옵션이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인가를 알려주는 동시에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가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날 코스피는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가 악재로 부각되면서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었습니다.
장 마감 동시호가 전까지는 이러한 전망이 맞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코스피는 장중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장 마감 직전 13포인트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제 최종결제지수 산정을 위한 10분간의 동시호가만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도 동시호가 때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큰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장 마감 동시호가 때 프로그램 매수가 1,500억 원가량 유입되면서 지수를 단숨에 13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이지요.
10분간 유입되었던 1,500억 원가량의 프로그램 매수는 시장을 보합세로 돌려놓았습니다. 최종결제지수인 KOSPI 200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OSPI 200 지수는 동시호가 직전에는 1.61포인트 하락 상태였으나, 동시호가 이후 최종결제지수는 0.19포인트 상승으로 결정되었지요. 이로 인해 당시 행사가격 67.5의 콜옵션과 풋옵션의 운명이 역전되었습니다.
동시호가 직전 콜옵션의 가격은 0.01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KOSPI 200 옵션의 승수가 100,000원이었으므로 1,000원에 불과한, 곧 버려질 옵션이었지요. 반면 풋옵션의 가격은 1.81포인트, 즉 181,000원으로 상당히 비싼 옵션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수 유입으로 최종결제지수가 67.84로 산정되어 콜옵션 가격은 0.34포인트(67.84 – 67.50 = 0.34)로 급등했습니다. 10분 전에 1,000원 하던 콜옵션 가격이 34,000원으로 무려 34배가 올랐습니다. 수익률로 따지면 10분 만에 3,3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것이죠. (100만 원만 투자했다고 해도 3,300만 원을 벌었겠지요.)
반면 동시호가 직전에 181,000원 하던 풋옵션 가격은 '0'이 되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옵션으로 전락하는 비극을 맞았습니다. 얼마가 되었든 투자금 전액을 10분 만에 날린 것이지요. 콜옵션 보유자가 대박을 터뜨린 만큼 풋옵션 보유자는 손실을 본 것입니다.
만기일 변동성 위험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2010년의 이른바 도이치증권 옵션 쇼크입니다. 이 사건은 2010년 11월 11일 주식시장 마감 10분 전 도이치증권 서울지점 창구에서 무려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매도세가 쏟아지면서 코스피가 50포인트 가량 급락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지만, 하락에 베팅했던 이들은 풋옵션으로 수백억 원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금융감독원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만기일 변동성은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날보다는 변동성이 큰 편입니다.
만기일 효과의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주가조작에 대해 실제 시장 자료를 사용하여 검증한 자료들을 보면, 선물 매수(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의 만기일 최적 행동은 현물을 매수(매도) 함으로서 현물가격을 높게(낮게) 만드는 주가조작임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즉 선물·옵션 만기일에는 매수포지션이 큰 투자자일수록 마감 때 종가가 더 높게 형성되도록 직전 예상체결가 대비 높은 가격의 주문을 제출하고, 반대로 매도포지션이 큰 투자자일수록 직전 예상체결가 대비 낮은 가격의 주문을 제출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3개월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은 지수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선물·옵션 거래를 하지 않는 개인들도 선물·옵션의 기본적인 내용은 알아두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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