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경제이야기 - 경제교실(3) : 수요와 공급법칙
|수요공급곡선
어떤 상품의 가격이 다를 경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수량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K씨가 하루에 구매하는 사과의 수요량은 사과 1개의 가격이 2,000원이면 1개, 1,500원이면 2개, 1,000원이면 3개 등으로 달라집니다.
이는 사과 가격이 하락하면 K씨는 사과를 더 많이 구매한다는 것과 주어진 예산으로 가격이 낮으면 사과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관계를 표로 만들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사과 가격이 변하면 K씨의 사과 구매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여기서 다른 조건이란, 바나나 가격이나 K씨의 사과에 대한 선호도 등 사과 가격 외의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거나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이 표를 가로축은 수요량으로 하고 세로축을 가격으로 표시해 그래프로 나타내면 해당 상품의 수요곡선(demand curve)이 됩니다. 수요곡선은 대부분 우하향하는 모양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가격과 수요량 사이에는 음(-)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사과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사과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은 증가한다는 뜻이지요.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 상품의 수요곡선은 우하향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를 수요법칙(law of demand)이라 하지요.
물론 수요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들도 있고 이 경우 수요곡선도 다른 형태로 그려지는데, 이는 다음 기회에 따로 얘기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증가하는 기펜재(Giffen good)가 있습니다.
이제 상품의 가격과 생산자가 공급하려는 상품의 수량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생산자들이 특정 가격에 판매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수량을 공급량이라 합니다. 수요와 마찬가지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다를 경우 생산자가 제공하는 공급량은 달라집니다.
역시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보면, 상품의 가격이 높을수록 공급량은 많아질 것입니다. 또 앞에서처럼 어떤 상품의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를 해당 상품의 공급곡선(supply curve)이라 부릅니다.
공급곡선은 우상향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상품의 가격과 공급량 간에는 양(+)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량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량은 감소한다는 뜻이죠.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 상품의 공급곡선은 우상향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를 공급법칙(law of supply)라 합니다. 기펜재의 수요곡선이 우상향하지 않는 것처럼, 공급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있고 이 경우 공급곡선도 우상향이 아닌 다른 형태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수요와 공급곡선 - D: 수요곡선, S: 공급곡선, P: 가격, Q: 수량
수요와 공급법칙을 보면 수요자와 생산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즉 합리적인 수요자는 가격이 오르면 상품에 대한 구매를 줄이고, 가격이 내리면 구매를 늘립니다. 그리고 생산자는 가격이 오르면 상품 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내리면 공급을 줄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가격이 오르면, 즉 물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입니다.
그렇다면 시장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일치하는 부분에서 균형이 이루어지고, 그 교차점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은 같아집니다. 이러한 균형에서의 가격과 거래량을 각각 균형가격과 균형 거래량이라고 합니다.
수요와 공급은 경제학에서 개별상품 판매자와 구매자의 시장관계를 나타냅니다. 즉 수요와 공급 모델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양과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결정하고 예측합니다.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개념 및 모델은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미시경제적 분석에 필수적입니다.
(다만, 수요와 공급법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시장, 소비자잉여, 생산자잉여, 최저가격제와 최고가격제 등도 다루어야 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했습니다.)
|부동산 시장과 수요공급법칙
예상보다 강해진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의 흐름을 따라 한국은행도 계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올 연말 국내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서고, 내년까지 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면 현재의 거래 급감 현상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매수자가 쉽게 나서기가 어려워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거래 위축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부동산 거래 급감 현상이 계속되는 것일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반적인 재화나 서비스는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부동산은 가격이 하락하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수요공급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디는 것이지요.
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데 수요가 늘지 않고 줄어들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할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시장경제 원리보다는 정부 정책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인위적으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 정부 5년간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보듯, 잘못된 정책의 결과는 대다수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따라서 지금은 고금리라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보는 중이기 때문에 거래가 급감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이유는 상당수 국민이 아파트를 주거하는 곳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가격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해야 하는데 오히려 급격한 추격 매수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부동산 수요와 공급의 조절이 어려워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재기와 수요공급법칙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2020년, 선진국인 미국·일본·호주 등지에서는 이른바 '사재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식료품 사재기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해도 화장지까지 사재기를 하는 모습은 상당히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재기 열풍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초기에 사재기 조짐이 있었습니다. 대상은 쌀과 라면, 생수와 통조림, 세제와 화장지 등이었죠. 하지만 한 번도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잔뜩 사놓지 않아도 필요할 때는 언제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걸로 사재기는 끝난 것이지요.
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느긋하다 갑자기 확산하면서 사재기를 부추겼습니다. 지금 못 사면 계속 살 수 없으리란 불안감이 퍼지며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사려고 했습니다. 결국 공급 물량은 더욱 모자라고 사재기 심리는 더 강화되었습니다.
사재기는 수요와 공급법칙은 물론 시장 실패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자본주의는 시장에 맡겨두면 수요와 공급이 저절로 균형을 맞춰 적정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는 시장 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재기는 이런 시장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물론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사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인이어야 하고, 시장은 완전경쟁이어야 하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 등입니다.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때도 있지만 감정에 크게 좌우되기도 합니다. 마스크를 하나씩 사면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성으로는 알지만, 감정은 살 수 있을 때 많이 사두라고 유혹합니다. 극장에서 불이 났을 때 차례로 대피하면 모두 살 수 있지만,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다투면 많은 사람이 밟혀 죽는 비극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죠.
또 현실에서 시장은 '완전히 경쟁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이미 '다른 조건이 일정하면'이란 가정을 무너뜨립니다.
오늘은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개념인 수요와 공급법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어렵지 않은 개념이고, 우리의 일상에서 늘 접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복잡한 현대 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명품도 있고, 또 위에서 언급한 부동산 가격처럼 이전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수요가 더 떨어지는 현상 역시 수요법칙의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죠.
즉 상품 가격이 이전에 비해 떨어졌지만, 잠재적 구매자들이 미래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오늘의 가격은 미래의 기대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올랐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상대가격 상승으로 오늘의 수요량이 떨어진 것이므로 이는 수요의 법칙을 확인하는 현상이지 부정하는 현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이나 논쟁은 경제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만 취하면 될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법칙의 결론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복잡한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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