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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 - 물적분할 이야기

|물적분할과 논란

기업의 물적분할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DB하이텍, 풍산 등 최근 물적분할을 공시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상장되면 모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얼마 전 풍산은 공시를 통해 방산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신설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분할의 목적은 개별 사업 전문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입니다.

풍산은 분할 이후 각 사업 부문에 집중하면서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하며 기업 및 주주 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풍산의 소액주주들은 주요 사업부문을 떼어내면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고 주주 가치 역시 훼손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실제 풍산의 주가는 분할 계획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반대를 위한 카페와 단톡방을 개설하고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풍산은 이 같은 주주들의 반발에 물적분할이 진행된 후에도 회사의 가치가 분산되지 않도록 신설 법인의 비상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업분할 혹은 회사분할이란, 기존 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독립시켜 신설회사로 만들고, 그 신설회사의 지분을 기존 회사가 100% 소유하여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때 기존 회사는 모회사가 되고 신설회사는 자회사가 되는 것이죠.

물적분할이 사회문제가 되는 이유는 신설된 자회사가 상장되면서 기존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였고, 이때 주가 하락의 손실을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죠.

LG화학에서 분사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인 2022년 1월 27일 LG화학의 주가는 61만 원이었지만 이후 하향세로 전환하여 2022년 4월 말에는 40만 원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8월에야 60만 원대를 회복했습니다.

또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로 각각 분할하여 상장했는데 수개월 사이에 모회사 주가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회사 주가 하락은 모회사의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대주주에게도 손실입니다. 하지만 주가의 등락보다 지배력 유지에 중점을 두는 대주주는 모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자회사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회사에 투자했던 소액주주가 주가 하락의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지요.

 

|소액주주의 피해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으로 소액주주는 주주 가치 훼손, 소액주주 권리 이전, 이해 상충 등의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까요?

먼저, 소액주주의 주주 가치가 훼손됩니다.

회사의 핵심 사업 부문인 b사업부문이 분리되어 B라는 회사로 신설되고 기존 회사는 A라는 회사로 존속하는 경우, 핵심 사업 부문이 분리된 A는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기존 회사의 b사업부가 별도 법인 B가 되면, A의 소액주주는 B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A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자회사인 B에 대한 소액주주의 견제권이 박탈되고, 또한 b사업부문의 독립 상품화로 인한 소액주주의 수익권과 처분권 몰취 등 소액주주의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대주주에게 이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A의 소액주주는 B의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B에 대한 주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A의 대주주는 B의 주주인 A에 대한 지배력만 갖고 있다면 B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A(모회사)가 B(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갖기 때문에 A의 대주주는 B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A의 대주주는 A에 대한 지배력만 유지한다면, B를 상장하여 새로운 주주들을 공모하더라도 지배력 희석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따라서 A의 대주주가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A의 소액주주의 권리가 A의 대주주나 전문경영인 앞으로 이전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 A의 소액주주와 B의 소액주주, 기존 회사의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A와 B가 모자관계에 있더라도 A와 B는 별개의 법인이기 때문에 각 회사의 소액 주주들 사이에 이해가 대립할 우려가 있습니다. 즉, 모자관계인 A와 B 경영진이 일가 친족으로 A에게만 유리하고 B에 불리한 거래를 계열사 차원에서 성사시킬 수 있고, 이 경우 A의 소액주주와 B의 소액주주 간 이해가 상충합니다.

그리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결정함으로써 기존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기존 회사의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충돌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존 회사의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기존 회사의 대주주와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는 소액주주 사이의 이해가 상충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기존 회사에 b라는 사업 부문이 있는데, b가 유망한 사업이라서 기존 회사의 대주주는 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싶다면, 소액주주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회사의 대주주 입장에서는 채권을 발행하면 추후 회사의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상환 위험 등이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유상증자는 소액주주나 기존 주주 이외의 제3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회사의 신주를 매입하는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때문에 대주주는 채권 발행이나 유상증자의 방법을 택하지 않고 자회사인 B를 설립하여 상장하고, 모회사인 A를 통하여 B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죠.

 

 

|소액주주 보호 방안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과 관련하여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미 금융당국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올해 1월 "상장기업의 물적분할 이슈를 논의하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의 한 단계 진전을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회사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현재 시장의 화두인 상황에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라고 진단하였으며, "거래소는 분할 후 상장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은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상장 심사 강화를 통한 일반 주주 보호 등인데, 너무 평범한 내용이라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회사분할을 위해서는 분할의 법률관계를 정한 분할계획서와 분할합병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에 반대할 경우, 주주총회에 참여하여 물적분할을 부결시키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대주주가 주식의 30%만 보유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70% 주주들의 집단행동 딜레마로 인해 안건이 부결되지 않고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주주총회가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집단행동 딜레마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며 흩어져 있고 행동에 나서기에는 비용과 편익이 맞지 않아 합리적인 무관심에 빠지는 딜레마를 말합니다.

따라서 소액주주 보호 방안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의무를 신설하는 방안,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방안, 신주인수권 부여 방안, 소수 주주의 다수 의결권 제도 도입 방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물적분할과 신설회사 상장은 현행 상법이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 나와 있는 적법한 경영활동입니다. 또 기업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조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기업과 소액주주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거나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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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D대학 경영정보학과 겸임교수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현상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뉴히어로입니다. 특히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