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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와 상품수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무역수지 감소

요즘 우리나라의 수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519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보다 14.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월에 이어 수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물론 감소 폭이 두 자릿수로 커졌습니다. 반면 수입액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무역수지는 7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여 올해 연간 누적 적자가 426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산업부는 수출액이 감소한 이유로 글로벌 경기둔화와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품목으로 보면 석유제품·자동차·2차전지·차 부품 등은 수출이 늘었지만 반도체, 무선통신, 유화 등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EU, 중동지역의 수출은 증가했으나 중국과 아세안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2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전망치 122억 달러에서 급감한 것이지요. 한국은행이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건 상품수지 때문입니다. 상품수지 전망치는 105억 달러 흑자에서 70억 달러 적자로 바뀌었습니다.

상품수지 전망이 나빠진 이유는 원자재 수입은 늘고 반도체 수출은 줄었기 때문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은 예상보다 크게 늘었지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고 중국 수출이 하반기 내내 감소세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내년 상반기 흑자 전망치도 9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내렸습니다. 역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166억 달러에서 70억 달러로 반토막이 난 영향입니다.

경상수지 악화가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전조 현상처럼 경상수지 악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외환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고 환율 급등, 물가 상승, 외화보유액 감소 등의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무역수지(balance of trade)란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과 상품 수입의 차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뉴스에 발표하는 수출입 액수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수치와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수치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과거 우리나라 국제수지 집계에서는 상품수지무역수지라고 불렀습니다. 비공식 명칭으로는 재화수지 또는 재화 거래수지라고 불렀지요. 지금은 상품수지가 공식 명칭입니다.

1988년 1월 한국은행이 IMF 기준에 따라 국제수지 편제를 바꾸면서 달라졌습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편제에서는 더 이상 무역수지라는 명칭을 쓰지 않지만, 정부 즉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서는 아직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상품수지나 무역수지는 개념은 거의 같지만, 집계 방식 등이 다릅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수치와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는 수치가 서로 다릅니다.

 

 

나라 간 무역에서는 각국 세관에서 거래가 법규를 어기지 않았는지 검사한 다음 수출입을 허가하는 통관 절차를 거쳐야 상품 인도가 이루어집니다.

한국은행에서 집계하는 상품수지는 이처럼 관세청 통관 절차를 거친 뒤 수입업자에게 상품이 인도된 것만 수출입 집계에 포함합니다. 즉 상품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을 수출입 시점으로 본다는 뜻이지요.

설사 상품이 우리나라 세관을 거쳐 나갔더라도 외국 세관을 거쳐 수입업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항구 창고에 쌓여 있으면 수출 집계에 넣지 않습니다. 세관을 거쳐 수입업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우리나라에 도로 반품돼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무역수지는 세관을 거쳐 수출이나 수입이 일단 허가되면 곧바로 수출입 집계에 넣습니다. 상품이 관세선, 즉 국경을 지나면 수출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죠.

결국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상품수지는 인도를 기준으로 하고, 정부에서 집계하는 무역수지는 통관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집계합니다. 이처럼 수출입 집계 기준을 '인도'에 두느냐 '통관'에 두느냐가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지요.

 

 

가격 책정 방식도 서로 다릅니다. 상품수지는 수출 때나 수입 때나 운임과 보험료를 빼고 상품값으로만 수출입액을 계산합니다. 이른바 본선인도가격(FOB) 방식입니다.

반면 무역수지는 수출할 때만 본선인도가격으로 계산합니다. 수입은 상품값에다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한 가격, 즉 CIF 가격으로 계산합니다. 결국 같은 상품이라도 상품수지 방식으로 집계한 수입액이 무역수지 방식으로 집계한 금액보다 적어지지요.

이렇게 집계 방식이나 가격 책정 방식이 다르니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심한 경우 상품수지는 흑자인데 무역수지는 적자가 날 때도 있습니다.

무역수지는 매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세청이 집계한 통관 실적 잠정치 등을 기초로 전월 잠정치 집계에서 보도자료 (월별 수출입 동향)로 발표합니다. 관세청도 무역수지 개요를 보도자료(월별 수출입 현황)로 함께 내놓지요. 무역수지 확정치는 매월 15일 관세청이 보도자료로 발표합니다.

반면 상품수지는 매월 초 한국은행이 보도자료에 전월 분 집계를 넣어 공표합니다. 보도자료 말미 참고 자료에 통관기준 수출 실적(관세청 발표 확정치)을 요약한 내용도 붙입니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를 함께 본다면 무역수지는 속보치로, 또 상품수지는 확정치로 활용할 수 있겠지요.

 

 

미국이 긴축을 이어 가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고,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산유국의 감산 등 여러 가지 악재로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합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총수출과 총수입 증가율이 올해 각각 3.4%와 3.6%로 낮아진 뒤, 내년에는 1.0%와 1.7%까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등 여러 자료를 참고하면 경제생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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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D대학 경영정보학과 겸임교수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현상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뉴히어로입니다. 특히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