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로 생각하는 리셀시장의 문제점
|커지는 리셀시장
경제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새로운 소비문화의 형성 등으로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1년 중고거래 앱 이용자 수는 약 1,775만 명이라 합니다. 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08년 약 4조 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약 20조 원으로 성장하였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약 280억 달러에서 2025년 64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처럼 늘어나는 중고거래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 리셀(re-sell)은 재테크의 성격을 지닌 거래로 독립적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리셀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한정판 제품에 대한 소유가 우선이었으나, 이젠 처음부터 투자의 개념으로 제품을 구입합니다. 따라서 이젠 리셀이 아닌 리셀테크로 불리며, 단순한 재판매를 넘어 웃돈을 얹어 되파는 투자적 거래입니다.
|나이키 리셀 금지
지난 9월 나이키는 개인 간의 리셀 거래를 금지하고 발견 시 구매 제재를 취하겠다는 약관을 넣은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조항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소비자 개인 간의 거래를 일일이 감시하기도 힘들뿐더러 거래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데 왜 나이키는 리셀을 차단하겠다고 했을까요?
사실 한정판, 즉 리미티드 에디션이 '대박'을 친 곳은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가 지난 2020년 여름 시즌에 내놓은 레디백이 그 주인공입니다. 소비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은 '레디백 대란'에도 일조했지요.
화려한 인기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 레디백을 얻기 위해 스타벅스 여의도의 한 지점에서는 커피 680잔을 주문한 뒤 가방만 챙겨 간 고객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린 컬러에 비해 더 빨리 품절됐던 핑크 레디백은 중고거래 시장에서 약 10만 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그럼 나이키가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조항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리셀시장이 너무 커졌다는 것입니다. 국내 리셀 업계 1위인 크림은 작년 거래액만 약 7,000억 원이고 올해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결코 무시할 만한 규모가 아닌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은 리셀의 형태로 거래되는 주요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브랜드들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가로 판매하는 것보다 몇 배의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은 제조사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잠재 이익을 생산과 디자인 등에 아무런 기여가 없는 개인 소비자들에게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현재의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은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 등을 통합하여 지금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리셀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유통과 판매에서 그동안 유지하고 있던 강력한 영향력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 간의 리셀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소비자에게 유출되는 이익을 흡수하고자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취할 경우, 소비자들의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제의 근원이 되는 리셀 자체를 제한하려 하고 리셀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압박하며 전문 리셀러들에게 구매를 차단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지요.
|리셀 시장의 문제점
이처럼 리셀시장은 기본적으로 개인 간 중고거래 시장이 가진 기존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며 또 희소성에 기반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리셀시장만의 특수한 소비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고거래는 개인 간 거래에 기반하고 있어 리셀 제품의 가품 여부와 사기 등 비전문적인 판매자에 의해 발생하는 불안전한 거래라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또 리셀시장에서는 일반 중고품과 달리 희소성이 큰 제품 및 미래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 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시장 과열에 따른 일반 소비자의 구매 기회 박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리셀 중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이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함께 리셀 중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시장 지배력이 높은 소수의 리셀 중개 플랫폼이 시장 내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으며, 최근 리셀 중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소비자의 신뢰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실 리셀시장은 본질적으로 티켓 재판매 시장의 특징과 유사합니다. 리셀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한정판 제품의 특징은 공급량이 미리 정해졌다는 점이며, 이는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결정되어 있는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 티켓과도 성격이 유사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구매 기회 박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성격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즉 리셀시장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티켓 재판매 규제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를 위한 논의와 움직임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입니다.
나이키의 리셀 금지 정책은 단순히 개인 간 거래를 막는 것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기존 유명 브랜드들과 새로운 플랫폼이 자신들의 미래를 놓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리셀시장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개인 간 거래를 위장한 조직적 리셀과 탈세 등이 그것이지요. 또 일반 소비자의 구매 기회 박탈 등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간의 거래를 막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거대 기업들의 다툼을 보면, 이들의 공방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