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주가폭락 예언과 닷컴 버블의 추억
| 닷컴 버블의 추억
주식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도 유명한 '닷컴 버블'(dot-com bubble)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로 접어들 무렵,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인터넷' 분야였습니다. 안방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한 '꿈의 통신망'이 대중화되자 너도나도 이 분야의 사업에 뛰어들었고, 수많은 IT 관련 벤처기업과 기존 IT 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비싼 요금과 저품질의 인터넷 서비스에 사람들이 등을 돌리자 주가는 대폭락했고, 수많은 벤처기업들은 파산했습니다. 당시 많은 IT기업들이 시도했던 서비스들이 과도기적인 인터넷 기술에 너무 많은 것을 융합하려다 보니 시대를 너무 앞서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한편, 미국의 나스닥을 모방한 코스닥은 1996년 7월 1일 지수 1,000으로 첫 출발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99년, 코스닥시장은 용광로처럼 끓어올랐습니다. 1999년 764포인트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는 불과 6개월 만에 2,000을 돌파했습니다.
그러자 곳곳에서 '대박' 소문이 퍼지고, 코스닥은 '누구나 돈 버는 시장'으로 인식되며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습니다. 1999년 11월 26일 하루 거래금액이 2조 원을 뛰어넘더니, 2000년 2월에는 코스피 시장을 추월했습니다. 심지어 주문 폭주로 인한 전산 마비로 매매 체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주식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기억하겠지만, 당시 코스닥 시장의 대표 종목인 '새롬기술' 주가는 1999년 8월 2,575원에서 6개월 만인 2000년 2월에는 308,000원으로 무려 120배나 올랐습니다. '다음'은 1999년 11월 11,200원에서 406,500원까지 불과 2개월 만에 36배 넘게 올랐습니다.
이러한 닷컴 버블은 결국 2001년 주가가 고점 대비 약 80% 정도 빠지면서 마무리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패가망신한 사람은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개인 투자자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 '일대 사건'이었지요.
하지만 당시 버블의 한 가운데 있었던 투자자 대부분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나스닥 주가폭락 예언
최근 들어 미국 나스닥이 급락하는 일이 잦아지자 과거 닷컴 버블과 같은 대폭락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닷컴 버블보다 더 심한 폭락 사태가 올 것이라 '예언'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제프리 군드락(Jeffrey Gundlach) 더블라인 CEO입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에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던 것을 지적하며 이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나스닥 지수 급등이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 하반기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금리 역전 현상은 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그의 '불길한 예언'은 현실이 되는 것일까요?
비관론자들은 당시 '밀레니엄'은 포스트 코로나로, 또 당시 신기술이던 '인터넷'은 메타버스와 NFT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22년은 1999년과 많이 닮은 것이 사실입니다.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을 정확히 예측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온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교수는 그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새로운 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혁신적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과거의 혁신적 기술과 비교해 봐야 한다"라며, "기업과 언론의 '새로운 시대'라는 용어는 호황이 증폭되는 피드백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쉴러 교수의 지적은 현재 상황에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지만, 아직은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는 아직 웹처럼 규격화된 표준이 없어 기업들마다 단편화된 서비스를 내놓아 피로도와 실망감만 높이고 있습니다.
NFT 역시 디지털 세상에서 고유한 가치를 가진 자산이라는 점에는 동의를 얻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해 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적 심리가 고평가 상태를 장기간 유지했던 만큼 큰 폭의 주가 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상승세를 지속해 온 미국의 기술주가 과거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주가 하락 사태를 겪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더 많습니다.
주요 산업과 일상생활에서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주는 주가 하락을 방어할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기술주 하락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과거에도 흔히 있었던 일입니다. 즉, 지난 10년 동안 기술주가 과거 닷컴 버블 사태처럼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지만, 이런 예측은 한 번도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요 기술주에 관련한 투자자들의 인식과 기술 전문 기업들의 상황이 닷컴 버블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주가폭락 사태는 없을 것이란 배경으로 꼽힙니다.
즉, 지금은 첨단 기술이 대부분의 산업 분야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부분으로 자리 잡은 만큼 기술기업들이 실물경기와 동떨어져 있던 과거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지난 주말 나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공식적인 이유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주가가 14%나 하락한 아마존 때문인데, 이렇게 지수가 급락하면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이제 5월입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멋진 달입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달이기도 합니다.
5월에는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니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주장부터 그동안 악재가 선반영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으니 이제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입니다.
주가의 향방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기술 기업들은 안정적 재무구조로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것이기 때문에 닷컴 버블과 같은 사태가 미국 증시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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