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R의 공포 - 우리의 대응법은?
|R의 공포
R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 매출이 줄고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해 소득과 소비가 함께 줄어들게 되죠. 이는 다시 생산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이 떨어집니다.
이를 R의 공포라 부르는데 경기침체, 즉 Recession의 R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을 말하지요.
경기침체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붕괴하거나 소비·투자·수출 위축 등 경제적인 요인 그리고 팬데믹, 홍수·가뭄·지진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기에는 거의 모든 투자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공포심이 연쇄적으로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지요. 결국 침체가 길어지면 불황이 됩니다.
사실 올해 경기가 침체로 진입할지 혹은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과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인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만기가 긴 채권은 미래 불확실성이 반영돼 금리가 더 높습니다. 하지만 2023년 1월 말 기준 우리나라 단기 국채금리 2년물의 금리는 3.453%으로, 장기 국채금리인 10년물의 3.318%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침체의 강력한 신호라고 할 수 있지요.
다른 기준인 경제성장률을 보면, 2022년 3분기에는 0.3%였고 4분기에는 -0.4%였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경기둔화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만약 향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면 경기침체 진입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경기침체가 두려운 이유
우리는 항상 경제성장률이 높으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적은 상태가 유지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경기는 좋고 나쁨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일 R의 공포가 현실화하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침체 대응 카드는 재정금융정책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은 과다한 국가부채와 고금리·고물가 상태입니다. 정부 지출이나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재정금융정책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R의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자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은행 위기가 촉발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여전히 심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에 돈이 몰리는 것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실업입니다.
R의 공포가 커지면서 이젠 실업의 공포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의 감원은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테크 분야가 가장 많은 해고를 단행했습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전만 해도 뜨거웠던 미국 고용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근거가 되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지요. 하지만 막상 고용시장이 냉각되는 조짐을 보이자 이젠 경기침체 공포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뜻이지요.
시장에서는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심지어 연내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고용 둔화는 그동안 시장이 기대해온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은행 위기가 발생하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R의 공포에 대응하는 법
R의 공포에 대응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정부는 경제 각 부문의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업과 가계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히 절감하고 어렵더라도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말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바탕으로 위기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은 R의 공포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들의 재정관리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경기침체가 예상될 때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R의 공포에 대한 불안감을 오히려 재정 계획의 건전성과 균형적 안배 여부를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요동치는 금융 시장에 현혹돼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장 상황에만 맞춰 변경하려는 욕구를 참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기침체에 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상 자금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경기침체는 대량 실업 사태가 함께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상 자금은 실업에 대비한 가족의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안정된 직장이 있다고 해도 경기침체기에는 기업들이 각종 보너스나 오버타임을 줄일 수 있고, 임금 지급을 지연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9개월까지 버틸 수 있는 비상 자금을 마련하라고 조언합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은행 계좌에 비상 자금을 비축해 두어야 합니다.
부채 상환도 필요합니다. 또, 당연하지만, 이자율이 높은 부채부터 상환해야 합니다. 특히 신용카드 부채는 최대한 빨리 갚아야 합니다. 신용카드 부채를 상환해 사용 한도를 높여 놓으면 비상시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직장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이직은 잠시 보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할 때 이직은 피해야 합니다. 기업들의 돈줄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신입으로 일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경력 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강제 해직에 대비해 직무 능력을 키워놓는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직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R의 공포가 현실이 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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