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delity 뉴스가 비트코인에 중요한 이유: 진정한 대마불사를 향한 첫 단추
며칠 전 Fidelity Investment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401k 계좌에 비트코인 입금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부터 노후자금의 최대 20%를 비트코인에 편입할 계획이다. Fidelity는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운용자산이 4.5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5위의 초대형 자산운용사로서 미국 퇴직연금으로 운용하는 자금만 2.4조 달러에 달한다. 과거 중소형 운용사에서 비트코인을 편입한 적은 있지만 메이저 운용사 중에는 처음이다.
미국 연준의 파월 쇼크 이후 한때 39,000달러를 하회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해당 뉴스 발표 이후 40,000달러 이상까지 반등했으나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37,000달러 대까지 하락했다.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사실 미국의 메이저 401K에 비트코인에 편입된다는 뉴스는 페이팔의 비트코인 도입 또는 테슬라의 매수 소식 보다 더 중요한 소식이다.
비트코인 관련 news flow와 가격흐름을 수 년간 지켜본 경험으로, 관련 뉴스에 대한 반응이 그 어떤 자산보다 빠르고 과격하게 나타나지만 정작 중요한 뉴스에는 시큰둥한 경우가 적잖았는데, 이번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 전문 투자기관보다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대중의 시각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뉴스에 더욱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미국 메이저 운용사의 401K 퇴직연금 펀드에 비트코인의 도입이 중요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사실상 S&P500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401K란 미국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의 401조 k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를 말한다. 보편적인 미 근로자의 연금제도로 약 5000만명이 가입돼 있다. 1980년 처음 도입됐으며,1990년 후반부터 활성화됐다. 근로자가 월급에서 일정 비율을 떼내고 회사도 일정 비율을 지원해 펀드를 만든다. 저축액과 운용 성과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달라지는 까닭에 실적배당형 상품인 뮤추얼펀드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1990년 이후 연평균 12.9%의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 자본시장 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1(k) Plan Assets (Billions of dollars, end-of-period, selected periods)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401k 보유자들은 평균 67%의 자산을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에 넣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퇴직연금 자산에는 S&P500 ETF와 같은 Passive 투자의 비중이 높은 편으로 미국 국민의 귀중한 노후자산이 S&P500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미국 정치권이 각 종 정책 수행 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Average Asset Allocation of 401(k) Plan Accounts
더 나아가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시 주가지수를 주요 판단요소로 고려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제 아무리 균형잡힌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 할지라도 다수 국민의 노후자산을 위협하는 스탠스는 큰 정치적 부담을 지어야할 뿐만 아니라, 결국 구매력 하락 및 social care 비용의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상 1992년 빌 클린턴의 캠페인이기도 했던 “It’s the economy, stupid”이 퇴직연금이 활성화된 2000년 대에는 “It’s the stock market, stupid”이 되어버린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입지를 바탕으로 매년 상당한 규모의 신규 연금 자산이 증시로 유입되고 연금 투자가 늘어날수록 수익률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으며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됐다. 결국, 401k는 미국 증시의 기록적고도 지속적인 강세를 이끌어온 원동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S&P500의 지난 10년 연평균 상승률은 무려 12.9%에 달한다.
이러한 401K에 비트코인이 편입된다는 것은 당연히 엄청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작년 내 화두였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보다도 중요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기관투자자들의 진입하기 쉬운 vehicle로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기관 자금중에서도 사실 퇴직연금 만한 기관이 없다. (한국 시장 내 국민연금의 위상을 생각해 보자)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 Fidelity가 설정했듯 비트코인이 20% 가량 편입되기 시작하면 미국 정치권에서 더 이상 억압하기 어려운 자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이 단골 소재로 삼는 ‘미국 정부가 가만 놔둘리가 없다’라는 주장이 무력화되는 지점이다. 사실 비트코인이 죽이기엔 너무 커졌다라고 응수하기엔 애플, MS, 구글, 아마존, 테슬라 주식 하나 만도 못한 시총에 불과하다(그래서 나는 아직 싸다!고 주장한다). 알고보면 대마불사라는 것은 절대적 규모가 아닌 정치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Fidelity의 비트코인 편입 뉴스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실제로 비트코인을 자신의 연금펀드에 담아야 위에 한참 설명한 견고한 선순환이 실현된다. 비트코인 가격을 가까이서 보면 극악무도한 변동성을 보인다. 다만, 수 십년 뒤에야 꺼낼 쓸 수 있는 퇴직연금을 숲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비트코인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몇이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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