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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을 위협하는 에너지 위기: (2) 미국 채권시장의 유동성 문제

저번 글에서 살펴봤던 영국과 일본의 사면초가 상황에 이어, 상대적으로는 낫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미국 채권시장에 대하여도 살펴좀. 결국, 구조적인 글로벌 에너지 부족 이슈가 향후 수 년간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임.

 

|미국 채권의 유동성 문제 (United States Bond Illiquidity)

영국의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 역시 긴축적 통화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몇 가지 장애물을 맞이하고 있음.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도 125%로 결코 낮지 않은데, 위에 언급한 비슷한 이유로 실질금리(inflation adjusted yields)를 0% 이상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짐.

 

 

현재 연준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QT를 진행중인데, 미국내 은행(Commercial bank)은 SLR을 비롯한 각 종 규제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미국채를 사지 못하고 있고, 해외 투자주체 역시 매수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됨.

각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한 해외 투자자들은 과거 좋은 시절에야 약달러 기조에서 돈을 찍어 미국채를 매입할 수 있었고 중앙은행은 counter-cyclical한 방식으로 경기하강 국면마다 달러자산을 매집하며 자국통화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옴. 그런데 지난 1년간 미국채 잔존발행량이 꾸준히 증가한 반면, 해외 중앙은행들은 미국채에 대하여 순매도 기조로 돌아서고 있음. 결과적으로 미국채 시장 내 유동성이 빈약해졌고 변동성도 매우 높아짐.

2020년 3월 코로나19가 금융시장을 강타했을 때, 주요 국가들이 달러 부족사태에 시달리자 보유 미국채를 급하게 매도, 이를 소화할 유동성이 없어 미국채 시장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음. 당시 미 연준은 긴급회의를 열고 1조달러의 국채를 3주만에 매입하는 결정을 내리게 됨.

 

 

2022년 현재는 2020년보다 점진적이지만 보다 전방위에 걸쳐 미국채 시장의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고 부족한 유동성은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음. 올 한해 내내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해외 중앙은행은 지속적으로 미국채를 매도 중. 급기야 지난 달 일본의 BoJ는 엔화 방어를 위해 200억달러를 매도. Lyn Alden은 올해 봄부터 점차 미국이 최근 영국 BoE같이 국채를 매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을 우려. 이는 단순히 채권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채권을 받아줄 수 있는 대차대조표를 갖춰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시켜줄 수 있느냐의 문제.

 

 

최근 미국 재무부에서 시장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미국채 buyback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 주체가 미 연준이 아니기에 QE도 QT도 아니며 시장 안정을 위한 자구책이라고도 밝혔는데, 시장 참여자의 반응 역시 통상적인 buyback 움직임으로 해석하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음.

 

 

이러한 유동성 고갈 상황에 직면할 경우, 미 연준은 국채매입 외에 은행이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SLR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음. 다만, 유통 통화량 증가에 기여한 다는 점에서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

이러한 유동성 고갈 이슈를 미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호주 중앙은행과 같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으나 Inflation Fighter로서의 이미지를 중시한다면 가능성은 낮음. 다만, 미 연준이 해당 문제를 대면할 경우, SLR 규제 완화든 무엇이든 높은 확률로 강달러 peak-out 및 commodity 가격의 추가 상승이 이어지며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것.

 

* SLR (Supplementary Leverage Ratio, 보완적 레버리지 규제) 설명:

SLR은 미 연준이 은행권에 부여한 자본 규제로, 총자산 2천500억달러 이상 미국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로 총 익스포저 대비 자기자본을 3% 이상 유지해야 하는 것을 골자로 함.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선정한 중요한 글로벌은행(GSIBs)의 경우 SLR 비율을 5%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미국 내 8곳이 이에 해당.

총 익스포져란 은행이 자산보유를 통해 노출된 리스크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SLR을 완화한 다는 것은 미국채를 보유함으로써 기여하는 총 익스포져 자산의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것. 코로나19 사태 당시 유동성 우려로 SLR 규제를 일부 완화해줬으나, 작년 3월 SLR 완화 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종료되면서 은행들에 관련 규제가 재차 부과. 이는 대형은행들이 대규모 국채를 사들이지 못하게 하는 등 국채시장 활동 촉진을 제한했다는 평가.

 

 

|에너지가 어떻게 채권시장을 위협하는가 (How Energy Challenges the Bond Market)

에너지가 풍부하다면 모든게 쉽겠지만, 그 반대 상황에선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모든 상황을 불편하게 만듬.

2008년 금융위기에 진입 당시 높은 유가는 공급 측에서 더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해냈는데, 에너지 공급이 풍부한 가운데,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파괴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남. 게다가 2010년대 후반에는 OPEC과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이 시장을 두고 경쟁하며 에너지 가격의 추가 하락을 부추김. 낮아진 에너지 가격에도 저금리 기조하에 셰일산업의 성장에 대한 투자가 지속됐고 이에 힘입어 보다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기 시작. OPEC은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의적인 과잉생산으로 유가를 (선물 기준) 마이너스의 영역까지 밀어부치고 적자에 허덕였던 셰일 업체들의 파산을 유도함.

소비자 입자에서야 이러한 경쟁이 나쁠 것이 없지만, 지속적인 유가 하락은 에너지 투자 위축을 불러왔고 더 이상 전세계에 추가 생산 여력이 남아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짐. 현재 우리는 에너지가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심지어 지정학적 갈등으로 분절된 시장이 에너지 공급의 원활한 회복을 방해하고 있음.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매도하며 유가 안정에 몰두 중. 다만, 구조적으로 석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략비축유의 소진은 2023년 대응 여력을 감소시키는 요인.

 

 

한편, 이 와중에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한 OPEC+(러시아 포함)은 사실 기존 생산 쿼터를 맞추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 단순 지정학적 결정이 아닌 물리적으로 글로벌 수요에 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특히 러시아에서는 주요 서방 오일기업들이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이 조차 어려워지며 현재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쉽지 않음.

일반적으로, 기존 방식의 유전개발은 첫 생산 까지 5~7년 가까이 소요되는 반면, 미국의 셰일오일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가능. 이에 따라 유전 관련 투자가 장기와 단기로 나뉘게 되었는데,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우 장기 투자가 필요한 유전. 단기간 내 유의미한 생산량 증가가 어려운데, 앞서 언급한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신규 개발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 미국 셰일오일 역시, 비교적 빠른 대응이 가능하지만 전방위적 탈탄소 정책 상 자금조달 등에서 허들이 높아지고 있음.

가령, 글로벌 최대 재보험사인 Munich Re는 신규 유전 및 천연가스 개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 지난 수 년간 많은 금융기관들이 Munich Re와 같은 결정을 내렸기에, 셰일오일 업체들은 신규 개발 비용을 금융지원 없이 순수 판매수익으로만 충당해야하는 현실.

 

신규 유전 개발의 감소

 

시간에 따른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 vs 석유 생산량 변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에너지 수출 금지 및 세재 감면 등은 신규 공급을 창출하는 정책이 아니기에, 구조적 공급부족 하에 에너지 가격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음. 통상 유가는 경기 싸이클과 동행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지금은 PMI의 악화 및 중국의 락다운에도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가용 정책 여력은 크지 않음. 미 연준이 주도하는 긴축이 수요파괴를 통해 가격을 잠시 눌러놓을 수는 있으나, 고삐를 늦추는 순간 에너지 가격은 다시 튀어오를 수 밖에 없음.

 

 

타이트한 에너지 상황은 향후 몇 년간 국채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 긴축의 결과로 경기둔화 및 금리 하락을 유도할 지라도, 통화정책 또는 재정정책이 완화적으로 돌아서는 순간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며 장기 금리 중심의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유발한다는 것. 결국, 인플레이션이 ’40 & ‘70년대에 recurring(반복적) waves로 나타났던 것과 같이, 공급망의 구조적 개선이 없는 한 2020년대는 에너지 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할 가능성이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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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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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비스타랩스 이사 前)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前) 한화자산운용 Credit Strategiest 前) 두나무투자일임 Early-stage의 암호자산에 투자하는 Crypto VC 매니저입니다. 대표적 전통자산 채권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눈앞에 다가온 블록체인 혁명을 이야기합니다. (https://t.me/vista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