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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을 위협하는 에너지 위기: (1) Sovereign Bond Bubble과 위기의 영국

작금의 인플레이션 발 위기상황을 정확하게 예상했던 Lyn Alden이 간만에 칼럼을 작성. 특히, 현 상황을 ‘70년대가 아닌인플레이션과 정부부채가 동시에 높았던 2차대전 전후의 ‘40년대와 비교하며 2008년 금융위기가 아닌 80년만의 최대 위기 이벤트 가능성을 점쳤다는 점에서 통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 이번 10월 뉴스레터는 4개월 만인데, 그동안 주장해왔던 바를 금융시장이 고스란히 답습해왔기에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

사실 그동안 금융시장의 향방을 논하는 데 미국 연준의 스탠스 및 기업의 실적 전망에 국한된 반면, 2010년 유럽부채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리스크(soveriegn risk)가 언급된 적은 많지 않음.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환율 및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아르헨티나 등 일부 EM국가를 제외하고는 그만큼 상상하기 어려웠던 위험이었기 때문. 유럽부채위기 역시 일부 EU국가의 사실상의 고정환율이 유럽 국가간의 펀더멘탈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규모있는 ‘국지적’ 위험이었음.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한계에 부딪힌 각국의 재정건전성이 금융위기를 넘어 글로벌 경제 위기로 발전하며, soveriegn risk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짐. 이로 인해 달러를 제외한 각국의 화폐 및 국채 가치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VistaLabs는 Lyn Alden의 최근 칼럼에 대한 해설 및 의견을 을 덧붙여 정리해봄. (관련링크)

 

|정부 채권의 버블 (The Sovereign Bond Bubble)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는 기간 이어진 주식 상승장에서, 주식 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은 더러 있었으나 국가가 발행하는 정부 채권의 위험을 지적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음. 제로금리 정책 및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인한 저금리가 고착화되자 일부 선진국에서 마이너스 명목금리의 채권이 발행되기 시작했고, 증시 조정위험을 회피하려는 자본의 유입이 지속. 급기야, 정부채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금리 회사채도 등장했고,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발행량이 한때 18조 달러에 이름.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업과 가계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하여 막대한 유동성이 중앙은행 및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에 풀려나갔는데,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인플레이션을 자극해버림. 물론, 공급망 이슈와 에너지 위기와 같은 비용 요소가 트리거가 됐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이라는 토양에서 인플레이션은 잭과 콩나무와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버림.

일반적으로, 달러 표시 부채 등 외채 부담이 크지 않은 국가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음. 대표적으로 일본을 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250%를 넘지만 대부분의 부채가 엔화 표시이기 때문에 돈을 찍어서 급한 불을 막을 수 있었음. 부채 규모는 다르지만 이는 영국도 마찬가지. 문제는 디플레이션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인플레이션이 불같이 타오르는 지금은 쓰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것.

 

 

높은 인플레이션은 높은 채권수익률을 유발하는데(특히 장기물), 이는 모기지 대출 시장을 비롯한 가계 뿐만 아니라 저금리 환경에서 발행된 막대한 회사채의 차환에도 문제를 일으킴. 전술한대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든, 국채를 매입하든, 구제금융을 하든 해서 국민의 가처분소득과 구매력을 유지시킬 수 있음.

그런데, 정부의 부채가 과도하게 높을 경우 아무리 자국통화 부채라 할지 라도 이자 비용이 만만치 않음(국채 금리도 올라버린 상황). 부채를 증가시키는 방향의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경우, 재정건전성 우려로 risk free로 여겨지는 국채에도 credit risk premium이 붙어버리면 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짐.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일본은 이미 전체 세수의 1/4을 이자를 내는데만 사용하는 중(일본은 불과 1% 평균이자율을 부담하는 중).

 

 

 

반대로, 미국의 긴축에 발맞춰 금리인상을 비롯한 부채 전반의 감축을 유도하게 된다면, 그건 그런대로 금리를 상승시키고 구매력 저하로 인한 경기침체로 이어짐. 구매력 저하를 막기위해 영국의 Liz Truss 신임 총리가 감세안을 발표했는데, 안 그래도 자본유출 압력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건정성 우려 및 통화량 증가 효과로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짐. 정반대의 정책이지만 이 역시 국채에 credit risk premium이 붙으며 금리가 폭등하게 되는 계기가 됨.

말그대로, 영국과 일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직면한 것. 결과적으로, 장기가 지속됐던 저금리(높은 국채 가격)는 결국 정부 채권에 거품이 껴있었다는 시그널이자, MMT(Modern Monetary Theory)가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금융사기였다는 것이 밝혀짐.


 

|영국 채권 시장의 붕괴 (United Kingdom Bond Blow-Up)

영국의 연기금은 영국 국채의 가장 큰 매입 주체로서, 특히 금리가 높은 장기물에 대한 수요를 책임져 왔음. 국채의 수요를 책임진다는 의미는 막대한 국채 발행액을 소화시키며 사실상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도록 (국채 가격이 하락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런데, 연기금은 이 장기 국채를 레버리지까지 사용하며 매입하고 있었고, 급격한 금리 상승(가격 하락)에 마진콜을 당하며, 청산을 피하기 위하여 강제로 국채를 팔아 치우고, 이 매도압력이 재차 금리를 상승시키는 death sprial에 빠지게 된 것이 최근의 상황.

 

 

연기금이 레버리지를 써가면서까지 장기물 집착했던 이유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하는 본원적인 역할 때문. 젊은 세대들은 이미 잘 알고 싶다시피 수십년 뒤 연기금이 파산하거나 충분한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은 이를 제공해야하는 연기금에서도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를 위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보다는 무위험자산이라 생각된 국채 중에서도 금리가 높은 장기물을 선호하게 되어 있음. 어차피 30년 뒤에 줄 돈이니 30년 뒤에 원금을 돌려받을 채권에 투자한다는 duration matching 관점도 중요.

그런데, 저금리 기조에서 장기물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올라갔고, 이를 위해 낮은 이자에 돈을 빌려서 높은 이자의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전략이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됨. 연기금에 있어 안정적 자산관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 대상이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였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음.

 

연기금(pension fund)이 미래 지급할 연금 자산을 준비하는 방법


그러나, 채권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장기물 자체에 레버리지 개념이 녹아 있음. 가령, 평균 듀레이션 기준으로, 1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쉬움. 100억원을 1년 국채에 투자했을 때 해당 국채 금리가 1bp(0.01%) 상승하면 100만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함(vice versa). 그런데 이를 10년 국채 투자 대입해보면, 100만원보다 10배 많은 1,000만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 트레이딩에서 이를 delta 라고 하는데, 10년 국채는 단기국채의 10배의 delta에 해당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 결국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30년 국채를 매입했다는 것, 단순하게 얘기해서 이미 30배의 레버리지가 녹아있는 채권을 또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매수했다는 것.

 

채권 가격(P)의 변화는 만기(D)에 비례


그동안 이러한 전략을 장기간 활용했음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과거의 통계적 경험을 투자 전략에 반영했기 때문. 문제는 최근의 영국채 금리 급등 상황은 지난 80년간 또는 역사상 처음 발생한 블랙스완 이벤트였던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본래 이 전략은 6개월간 30년물 금리가 50bp 이상 상승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는데 이번에 이틀만에 65bp 가량 상승하며 대처할 틈도 없이 마진콜을 당하게 된 것.

이 블랙스완 이벤트는 영국의 Liz Truss 신임 총리의 감세안이 트리거가 됐는데,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완화하고 구매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법안이 사실상 재정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긴축 기조에 역행하며 파운드화 및 영국채 가격을 급락시켰기 때문. 사실 최근 미국이 시행한 IRA(Inflation Reduction Act)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규모의 면에서 다르겠지만, 결국 기축통화국의 미국과 영국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음. 인플레이션에 더하여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파운드 표시 국채에 대한 신뢰기반이 취약했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

결국, 영국의 중안은행인 BoE는 10월 13일 예정되어 있던 QT를 연기하게 되고, 연기금과 영국인 노후의 파멸을 막기 위해 반대로 국채매입에 나서게 됨.

 

30년 만기 영국국채 금리의 급등


이로써 영국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과 그 바닥을 확인한 셈이 되었고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밝혀짐. 일본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사실상 채권시장이 기능이 완전히 마비됨. 일본은 내수 진작 뿐만 아니라 정부 이자지출을 관리 하기 위해서 금리 수준을 통제하는 YCC(Yiled Curve Control)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10년 국채 금리를 0.25%에 고정시키고 있음. 사실상 일본의 10년 국채를 매수하는 주체는 BoJ 밖에 없어서, 지난 주에는 3일 동안 단 한건의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웃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 됨. 그 결과,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최저수준을 경신하는 중.

 

 

비정상적 일본국채 거래 차트와 USDJPY 추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미국 역시 영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 미국 채권시장의 유동성 문제와 보다 근본적으로 에너지가 어떻게 채권시장을 위협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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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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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비스타랩스 이사 前)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前) 한화자산운용 Credit Strategiest 前) 두나무투자일임 Early-stage의 암호자산에 투자하는 Crypto VC 매니저입니다. 대표적 전통자산 채권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눈앞에 다가온 블록체인 혁명을 이야기합니다. (https://t.me/vista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