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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금리의 비밀 ② - 연준 테이퍼링과 실질금리, 인플레이션과 미국국채금리 안정

© pixabay

 

| 4. 실질금리 산식의 한계 - TIPS 유동성 프리미엄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개발한 금리 모델인 DKW(D' Amico, Kim, and Wei) 모델에 따르면, TIPS 금리를 실질금리로 간주해선 안됩니다. 바로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의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은 무엇일까요?

물가연동국채 시장은 일반적인 국채시장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합니다. 규모적인 측면으로 봐도 알 수 있습니다. TIPS 시장 규모는 약 1조6000억달러 규모입니다. 일반명목국채 시장 규모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만약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시장참여자들이 특정한 시점에 원하는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즉, TIPS 시장에서 TIPS를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 거래 상대방을 쉽게 찾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고 싶을 때 못사면 가격이 더 비싸지고, 팔고 싶을 때 못팔면 가격이 더 싸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TIPS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반영한 것이 TIPS 유동성 프리미엄입니다. 만약, TIPS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하다면(시장참여자들이 TIPS를 매도하려고 하고 매수하려는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려움),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TIPS 수익률에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합쳐져 더 높은 TIPS 수익률이 달성됩니다(TIPS 가격 하락). 반면, TIPS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하락한다면, TIPS 수익률은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TIPS 가격 상승).

TIPS 시장 유동성 부족 → TIPS 유동성 프리미엄 ↑ → TIPS 금리 상승, TIPS 가격 하락

TIPS 시장 유동성 풍부 → TIPS 유동성 프리미엄 ↓ → TIPS 금리 하락, TIPS 가격 상승

 

이러한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을 감안한 실질금리(TIPS 금리)는 다음과 같습니다(DKW 모형).

 

출처 :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notes/feds-notes/tips-from-tips-update-and-discussions-20190521.htm

TIPS 금리 = 단기 실질금리 평균(예상치) + 실질기간 프리미엄 + TIPS 유동성 프리미엄

 

DKW 모델의 자세한 이론적 배경과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10년 국채(채권) 금리 상승 원인과 향후 전망(f.연준의 DKW 모델)

 

위의 산식을 보면, TIPS 금리에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고려된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은 어떤 수치를 기록하고 있을까요?

| 5. 연준의 인위적인 TIPS 금리 하락 정책

자체 편집(출처 : Fed)

 

위의 차트는 DKW 모델에 의해 산출된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의 추이를 나타냅니다. 현재 해당 수치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한 것은 과거를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2012년 이후 3차 양적완화 당시에 1번).

일반적으로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은 양(+)의 수치를 기록해 왔습니다. 따라서,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현재 TIPS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위의 DKW 모델에 의한 TIPS 금리 산출식 참고).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낮을수록 TIPS 시장에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며, TIPS 매수세가 강하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 왜 계속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고 있을까요? 시장참여자들이 인플레이션 베팅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TIPS 수요 증가). 그러나 더 중요한 수요처가 있습니다. 바로 연준입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TIPS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해지자(TIPS 매도세가 강함, TIPS 유동성 프리미엄 급등), 이를 해결하기 위해 TIPS를 대량 매입했습니다(TIPS 수요 증가, TIPS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을 하락시킴)

아래 차트는 연준 시스템공개시장계정(SOMA)에 기록된 TIPS 매입량입니다.

 

출처 : https://www.newyorkfed.org/data-and-statistics/data-visualization/system-open-market-account-portfolio

 

현재 연준의 TIPS 보유량은 약 3600억달러입니다.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는 약 1300억달러를 보유했습니다. 1년 6개월만에 약 2.7배가 증가한 것입니다.

전체 TIPS 시장 규모가 약 1조6000억달러입니다. 전체 TIPS 시장에서 연준의 TIPS 보유 비중은 약 23%입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

결국,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무기를 통해 TIPS를 대량 매입하여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을 낮추고, TIPS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준은 왜 이러한 행위를 했을가요? 

| 6. 연준이 마이너스 실질금리 정책을 시행한 이유 - 기대인플레이션의 제어

이전 포스팅에서 금융시장에서 측정하는 대표적인 기대인플레이션 지수인 BEI 지수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BEI 지수는 다음과 같이 산출됩니다.

BEI 지수(10년물) = 10년물 국채금리 - 10년물 TIPS 금리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금융시장은 역대급 실물경제의 위기를 예상했고, 시장참여자들은 모든 자산을 팔고 현금(달러)만 원하는 국면이 전개되었습니다. 여기에서 TIPS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TIPS의 급격한 매도세는 TIPS 금리의 상승을 촉발했고, 이는 BEI 지수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파란색 실선 : 10년물 BEI 지수 / 빨간색 실선 : 5년물 BEI 지수

 

사실, 선진국 관점에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무섭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정책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만(가령, 기준금리 인상), 디플레이션은 아무리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의 '자신감'입니다. 즉, 적정한 기대인플레이션을 유지해야 경제에 활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경제에 큰 상흔이 생겨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영구적으로 꺾인다면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연준은 이를 막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직접 강력한 TIPS 수요자가 되어 TIPS를 매입해 TIPS 금리를 하락시키고 BEI지수를 상승시킨 것입니다.

결국, 연준의 강력한 TIPS 수요로 TIPS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을까요? 알고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TIPS 금리(= 실질금리)가 연준의 인위적인 정책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마이너스 실질금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연준의 '의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는 연준이 계속해서 자산시장에 '우호적'이라는 증표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실질금리에 대한 연준의 '현재' 의지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연준은 실질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미국 정부도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례로, 지난 5월 14일에 연준은 기존 양적완화 구성에서 장기국채와 TIPS 매입 규모를 변경한바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단기국채 비중을 줄이고 장기국채 비중을 늘렸으며(장기국채 수요 증가 → 장기국채 금리 하락), TIPS 매입 비중을 축소(TIPS 수요 감소 → TIPS 금리 상승)했습니다.

이후, BEI 지수는 고점을 찍고 지속해서 하락했습니다(위의 차트). 당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BEI 지수에 의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나타난 상황이었습니다. 이어서 6월 FOMC에서 연준은 다소 매파적인 스탠스로 전환함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 제어에 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참고 포스팅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한 이유 - 연준의 장기국채와 TIPS 매입 조절

· 6월 FOMC 리뷰 - 점도표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테이퍼링, IOER 인상과 달러환율

 

이 사례를 통해 연준이 '미세한'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국채 금리와 TIPS 금리가 얼마나 변동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연준의 '의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 7. 연준의 테이퍼링과 미국 정부의 TIPS 발행 증가

결국, 테이퍼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테이퍼링을 통해 TIPS 금리가 어느 정도로 움직일 것인가가 자산시장의 향방에 중요한 핵심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연준이 테이퍼링을 통해 TIPS 매입을 줄인다면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은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8월 31일 기준 5년물 TIPS 유동성 프리미엄 - 0.88%, 10년물 - 0.58%). 이는 TIPS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마이너스 TIPS 유동성 프리미엄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해당 수치는 + 영역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11월부터 만기 2년이상 국채 발행이 축소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TIPS 발행은 오히려 늘릴 예정입니다. 미국 정부의 TIPS 발행 증가는 TIPS 금리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 https://home.treasury.gov/policy-issues/financing-the-government/quarterly-refunding/most-recent-quarterly-refunding-documents

 

공교롭게도 통화정책 사이드(테이퍼링)와 재정정책 사이드(TIPS 발행 증가) 모두에서 TIPS 금리 상승 압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 8. 정책 당국의 의지 - 인플레이션 제어와 안정적인 미국국채 수요를 위한 실질금리 상승 용인, 그리고 달러 강세

이를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실질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함으로써 달러 강세를 유도하고, 인플레이션을 제어와 안정적인 미국국채 수요를 정책적으로 원할 수 있습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물품을 더 적은 달러로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더 싼 가격으로 다른 나라의 물품을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물가가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달러 가치와 물가 지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빨간색 실선 : 무역가중 달러인덱스 / 파란색 실선 : CPI

 

더불어, 달러 강세는 미국 장기국채금리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미국 국채시장의 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래 차트를 보시면, 달러 강세 국면에서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하락 안정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빨간색 실선 : 무역가중 달러인덱스 / 파란색 실선 : 10년물 국채금리

최근 물가지표에서 정책 당국의 '일시적' 인플레이션 주장을 강화하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입니다(하락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중고차가격이 다시 상승,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주거비의 지속적인 상승).

 

참고 포스팅

·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 일시적 인플레이션의 향방, 중고차가격 VS 주거비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망과 경제재개품목 가격 정상화로 물가지표가 안정될 것이라 보이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따라서, 달러 강세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어느 정도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 국채시장의 안정은 정책 당국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작년 3월 금융시장의 패닉 국면은 국채시장의 혼란으로부터 파생되었습니다. 사실, 연준의 모든 통화정책은 국채시장의 안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테이퍼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계속될 예정이고, 원활한 재정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선 국채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탄탄한 미국국채 수요가 필요한 것입니다(국채 수요 증가 → 국채 금리 하락).

 

참고 포스팅

· 옐런의 미국 금리인상 해석 - 고압경제와 인플레이션 제어, 연준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시점

 

결국, 현재 매크로 국면에서 미국은 달러 강세를 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급격한' 달러 강세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급격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좋지 못했습니다.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질금리' 상승을 통한 달러 강세는 분명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실질금리 상승 국면을 목도한 금융시장이 연준의 완화적 의지가 바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3월 이후부터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던 실질금리(TIPS 금리)가 0% 대에 도달하거나, 플러스(+) 수치를 기록한다면 국면이 전환되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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