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파월 연준의장 발언 해석 - 인플레이션 전망, 조기 기준금리 인상, 오미크론 효과
2021년 11월 30일에 상원 은행위원회 보고에서 있었던 파월 의장의 발언을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clarida20211130a.htm
| 1. 일시적 인플레이션 개념의 폐기, 그러나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보고에서 파월 의장은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 개념을 폐기했습니다. 사실, 일시적 인플레이션 개념은 지난 11월 FOMC에서 공식적으로 폐기된바 있습니다.
이날 파월은 연준이 '일시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이유는 단순히 '짧은 기간'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어된다는 것이 아니라,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결국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어될 것이라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반영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대중과 소통하는데 있어 일시적이라는 개념이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단어를 폐기(retire)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it's probably a good time to retire that word).
많은 언론에서 파월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즉, 입플레이션 압력은 내년에는 상당하게(significantly)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출처 :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testimony/powell20211130a.htm
해석 : 연준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전망은 내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상당하게(significantly)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 2. 테이퍼링 가속 가능성 높지만 조기 기준금리 인상은 지켜볼 필요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속 결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높은데 자산매입(양적완화)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에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지난 11월 FOMC 의사록에서도 언급된 내용입니다.
1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양한 참가자들(various participants)은 연준의 목표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테이퍼링을 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다양한'이란 연준 위원들이 폭넓게 이 의견을 찬성했다는 의미입니다.
[참고 포스팅]
사실, 시장참여자들은 테이퍼링보다는 연준이 언제 기준금리 인상을 할지가 더 궁금할 수 있습니다. 테이퍼링이 빨리 종료된다면 기준금리 인상도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기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다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공식적으로 바뀐다면 우려할만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테이퍼링 가속까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하기에는 여전히 매크로 상황이 녹녹치 않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마지막 챕터에서 다루겠습니다).
[참고 포스팅]
| 3. 오미크론 효과
그럼에도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 결정이 무산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오미크론 변이 때문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백신을 무력화 시킨다고 판명된다면 12월 FOMC에서 연준이 테이퍼링 가속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미크론 자체가 디스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압력 제어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때문입니다(이때 연준이 긴축정책을 시행한다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지게 됩니다).
물론, 오미크론은 공급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키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공급측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요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공급측보다 수요측이 더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올리비에 블랑샤르가 지적했듯이, 현재 미국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국의 GDP 갭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GDP 갭 = 실질 GDP - 잠재 GDP
잠재 GDP : 한 국가의 경제가 노동, 자본, 기술 등의 생산요소를 완전하게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역량을 의미합니다.
실질 GDP > 잠재 GDP : 한 국가의 경제가 최대 생산 역량보다 더 많이 지출(소비)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높은 것을 의미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게 됩니다.
실질 GDP = 잠재 GDP : 한 국가가 최대 생산 역량 만큼 지출(소비)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질 GDP < 잠재 GDP : 한 국가의 경제가 최대 생산 역량보다 덜 지출(소비)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공급 과잉 상태이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게 됩니다(지난 10년간 주요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GDP 갭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팬데믹으로 '단기적인' 공급 역량에 훼손이 나타났고(잠재GDP 하락), 미국 정부의 대규모 소득 보전 정책으로 '일시적인' 수요 폭증(실질GDP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가파른 GDP 갭 확대로 이어졌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배경이 되었습니다.
[참고 포스팅]
| 4.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긴축 커뮤니케이션은 지난 6월 때부터 지속되었다
어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연준의 태세 전환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연준의 긴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6월 FOMC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연준은 점도표를 인상하였고, IOER과 역레포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참고 포스팅]
이날 파월 의장의 대부분의 발언도 11월 FOMC와 의사록에 모두 포함된 내용입니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긴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해서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이 강한만큼 이를 제어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제어하기 쉽지 않습니다).
| 5. 시나리오
그러나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작금의 강한 수요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한 수요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소득보전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참고 포스팅]
실제로, 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추세선을 지속해서 하회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의 소득 증가와 소비 증가는 정부의 이전소득(정부가 가계에 '직접' 준 돈)이 큰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Fred에서 자체 편집
결국, 이러한 소득보전 정책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발은 점점 떨어질 것이며, 이는 수요의 점진적인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GDP 갭이 축소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제어될 것입니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강한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재정정책이 과거와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규모로 진행된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상황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연준이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기 둔화의 폭을 키울 수 있으며 자산시장(특히 주식시장)에 가장 불리한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공급측 인플레이션 심화(공급 감소)와 수요측 인플레이션 제어(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향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수요측면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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