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환율전망 - 달러 약세 압력의 원인
최근 달러인덱스는 약 97에서 고점을 찍고 지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대급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준의 긴축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왜 달러는 더 상승하지 않을까요?
달러인덱스 추이
이번 포스팅에서는 달러 가치의 하방 압력 원인을 살펴보고, 향후 달러환율이 어떻게 될지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이웃분들의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해당 포스팅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1. 미국 달러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지난 포스팅에서 미국 달러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4가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① 성장(펀더멘털), ② 실질금리, ③ 경상수지, ④ 유로화입니다.
[참고 포스팅]
관련된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성장
미국의 성장 전망이 좋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성장의 과실을 얻기 위해 미국 자산을 적극 사들이려고 할 것입니다. 미국 자산을 사려면 자국 화폐를 달러를 환전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 달러 수요를 높이므로 달러 강세 요인이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달러 약세 요인이됩니다 .
② 실질금리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 물가를 고려한 금리를 의미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물가를 반영한 돈의 실질가치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국 실질금리가 상승한다면, 미국 달러의 실질가치가 상승한다는 의미이므로 달러 강세 요인이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달러 약세 요인이 됩니다.
참고로, 금융시장에서 실질금리를 측정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가 TIPS(물가연동국채)금리입니다. 왜 TIPS금리가 실질금리로 측정될 수 있는지를 수식으로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질금리 = 국채명목금리 - 기대인플레이션(BEI지수)
BEI지수 = 국채명목금리 - TIPS금리
연립하면,
실질금리 = TIPS 금리
③ 경상수지
경상수지란 한 국가가 외국과 재화 및 서비스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를 나타내는 수지를 의미합니다(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 포스팅]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를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상품수지가 적자면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즉, 미국의 수입 증가는 다른 국가들의 대미 수출 증가와 연결됩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달러 공급이 증가한다는 의미(달러가 흔해짐)이므로 달러 약세 요인이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달러 강세 요인이 됩니다(미국 상품수지 흑자 → 다른 국가 수출 감소 → 다른 국가 달러 공급 감소 → 달러 강세).
④ 유로화
흔히 금융시장에서 전반적인 달러 가치를 '달러인덱스'를 통해 확인하곤 합니다. 달러인덱스란 주요 6개국의 통화가치(유로존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에 비해 달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중 유로는 달러인덱스의 약 57%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유로 약세(강세)는 달러인덱스의 강세(약세)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 2. 달러 하방 압력 원인 ① : 미국 성장의 둔화
지난 포스팅에서 미국 성장의 둔화 조짐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요한 성장 지표로 간주되는 소매판매, ISM제조업지수, 뉴욕엠파이어제조업지수 등이 부진한 모습을 지속해서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 포스팅]
더불어, 지난 토요일에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61.7로 전월대비 5.5p 하락했습니다. 시장의 예상치는 67.0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2011년 10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더불어, 이렇게 낮은 수치는 역사적으로 손에 꼽습니다.
출처 : http://www.sca.isr.umich.edu/
실제로, 해당 지표가 발표된 이후 달러인덱스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미국 성장 둔화 우려). 그러나 올림픽 기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급반등했습니다(위기 국면에서 달러는 진정한 안전자산의 역할을 합니다).
최근의 성장 지표 부진은 애틀란타 연준의 미국 실질GDP 추정 모델인 GDPNow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GDPNow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실질GDP성장률은 0.7%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출처 : 애틀란타 연준
[참고 포스팅]
| 3. 달러 하방 압력 원인 ② : 기준금리 인상폭의 제한
지난 포스팅에서 실질금리는 연준과 재무부의 테이퍼링으로 상승 압력이 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로 TIPS 수요 감소, 재무부의 TIPS 발행 증가로 TIPS 공급 증가 → TIPS금리 상승
[참고 포스팅]
실제로, 실질금리는 상당폭 상승하였고 이는 미국증시 조정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달러 강세도 상당폭 진행되었습니다.
5년물, 10년물 TIPS금리 추이
실질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국면이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상당 폭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러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러있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의 제한이 있다면 달러 강세 압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씀드린 성장 둔화 이슈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는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을 시행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성장 둔화 때문에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는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 기조 기대를 반영하는 금리시장(유로달러선물, OIS금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OIS금리(2월 10일 기준)
OIS금리 시장에서 2022년에 미국 기준금리가 약 1.20%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25bp씩 5번 이상 시행할 수 있다고 베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2023년 2번, 2024년 동결, 2025년 동결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이 기대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입니다. 2025년까지 기준금리 인상 폭이 기껏해야 총 1.75%입니다(25bp씩 7번 인상). 최근 FOMC에서 제시하는 중립금리(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금리수준) 2.5%에도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연준 위원들이 제시하는 중립금리 추정치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직전에도 중립금리는 2.5%로 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 및 침체를 감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내포합니다. 결국, 시장의 제한된 기준금리 인상 폭 기대가 달러 가치 상방을 강하게 막고 있는 것입니다.
| 4. 달러 하방 압력 원인 ③ : 경상수지 적자폭 지속해서 확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은 팬데믹 이후 지속해서 확대되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역대급 소득보전 정책으로 미국 가계의 소비가 대폭 증가했고, 정부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Y(GDP) = C(소비) + 투자(I) + G(정부지출) + NX(순수출, 경상수지)
이 식을 변형하면,
NX(경상수지) = Y(GDP) - C(소비) - I(투자) - G(정부지출)
→ 소비와 정부지출이 증가하면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미국 경상수지 추이
| 5. 달러 하방 압력 원인 ④ : 유로화 상승 압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해 12월 정례 통화정책회의 당시에 2022년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확신했습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미국과 다르다는 것이 주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 2월 3일에 열린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상방 위험에 '추가적으로 놀라웠다(further surprised)'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하루전 유로존 1월 CPI가 전년동월대비 5.1%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모두 회피함으로써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후,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유로존 경제 위기의 바로미터인 이탈리아-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는 150bp를 넘어서며 202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은 1.2% 급등했습니다.
유로달러환율 추이
즉,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면 ECB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수 있고 이는 유로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달러인덱스의 하방 압력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 6. 달러 환율과 미국 성장의 향방
결론적으로, 금리와 환율은 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성장이 튼튼해야 금리는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 있고 이를 반영하여 화폐 가치도 상승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장기금리의 하방 압력을 말씀드렸습니다. 핵심 근거는 미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입니다. 7%가 넘는 CPI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를 넘기는 것도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참고 포스팅]
이는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중립금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립금리는 미국의 잠재성장률과 같습니다. 지난 금리 인상 사이클(2015.12~2018.12)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2.5%까지 인상했지만(현재 연준위원들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2.5%), 경제가 버티지 못하자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즉,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중립금리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 경제 펀더멘털이 더 강해졌을까요? 오히려 더 취약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막대한 부채를 일으켜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했지만, '구조적인' 경제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욕 연준, https://www.newyorkfed.org/research/policy/rstar
일찍이 래리 서머스는 미국의 대규모 소득보전 정책은 '일시적인' 방법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보다 구조적인 성장(잠재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 등으로 재정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참고 포스팅]
현재까지 그의 조언은 적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시적인' 소득보전 정책의 약발이 떨어진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인플레이션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FRED, 소득보전 정책이 종료된 이후 미국 가계의 실질소득 및 이전소득을 제외한 가계 실질소득은 추세선을 지속해서 하회
요약하면,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장기금리의 하방압력, 단기자금시장의 연준 기준금리 베팅, 장단기금리차 축소 등은 결국 미국 성장 둔화에 대한 채권시장의 기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달러 가치의 상방 압력을 지속해서 제한하게 될 것입니다(달러가 본격적인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참고 포스팅]
이러한 맥락에서 '겸손하고 민첩한(humble and nimble)'이란 단어가 탄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 FOMC에서 통화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겸손하고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고 역설했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면서 성장까지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연준이 '고도의 유연한 통화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연준이 상당 폭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미국 성장이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어된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바 있습니다).
[참고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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