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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C-20의 등장과 비트코인

SUMMARY

-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대체가능토큰을 형성할 수 있는 토큰 표준 ‘BRC-20’ 등장

- 그간 한계로 꼽히던 확장성 확보 기대, 하지만 ERC-20과 달리 스마트컨트랙트 지원은 불가

- 그럼에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지속성·확장성·수수료 등 해결 촉매제 기대

 

© istock

 

화폐 대안으로 떠올랐던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가상자산의 맏형이다. 지난 2008년 사토시의 백서 공개 이후 2009년 1월 3일, 최초의 비트코인 블록인 제네시스블록(Genesis Block)이 생성되면서 비트코인의 여정도 시작됐다. 그 이후 비트코인은 많은 논란과 갑론을박도 있었지만 어느덧 새로운 자산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변동성 높은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소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화폐의 여러 기능 중 교환이 아닌 가치저장의 수단에 비트코인이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반론하기도 했다.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서의 내러티브가 강해졌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시작되면서 화폐가치의 하락이 나타났고,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진 비트코인은 화폐가치 하락의 대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가 강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한편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자산 시장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이더리움은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성장했다.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토대로 디파이(DeFi), NFT 등의 성장과 함께 이더리움의 생태계도 확산됐다.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를 물어보듯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 어느 가상자산이 유용할지 비트코인파와 이더리움파가 생기기도 했다.

이더리움의 성장이 더 클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가치중립성, 가치저장의 수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했지만, 결국 비트코인은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그 자체였다. 디파이(DeFI)를 통해 스테이킹(staking)을 하기 위해서는 WBTC와 같이 일종의 랩(wrap)을 씌워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작동하게끔 수고가 필요했다.

결국 비트코인은 상징성과 가치저장의 수단, 그리고 정해진 공급량을 토대로 한 화폐가치 하락의 대안으로서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반면 이더리움은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 계약을 토대로 디파이(DeFi), NFT, 스테이블코인 등 생태계를 점점 확대하는 플랫폼의 역할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이더리움의 높은 가스비(일종의 수수료)와 다소 느린 속도가 지적되면서 후발주자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후발주자들의 최근 트렌드는 이더리움과의 경쟁이 아닌 이더리움 네트워크와의 호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layer 2). 이렇게 가상자산 시장의 대표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역할은 점점 나눠지고 있다.

 

이 때 등장한 BRC-20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는 이번 달 초, 비트코인 출금을 두 차례나 중단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네트워크가 정체되고 거래 수수료가 폭등했다는 이유였다. 갑자기 비트코인 수수료 급등 및 네트워크 혼란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새로운 토큰 표준으로 제시된 'BRC-20(Bitcoin Request for Comment)' 기반 토큰과 NFT에 대한 수요 급증 때문이다.

지난 3월, 온체인 분석가이자 개발자인 도모(domo)가 발표한 BRC-20은 오디널스(Ordinals) 프로토콜을 활용해 만든 비트코인 블록체인용으로 설계한 대체가능한토큰(FT)의 표준이다. 오디널스는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사토시(Satoshi)'에 그림, 이미지, 비디오 파일 등의 고유한 데이터를 새기고 대체불가토큰(NFT)을 저장 및 발행하게 도와주는 프로토콜이다. BRC-20은 이를 통해 JSON(JavaScript Object Notation) 데이터를 사토시에 기록하고,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배포하고 전송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BRC-20은 누구나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토큰을 발행하고 전송하는 것을 가능케해서 인기가 높다. 이제 더 이상 비트코인은 확장성이 없는 가상자산은 아니게 된 것이다.

물론 BRC-20의 한계가 명확해서 인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더리움의 기본 토큰 표준인 ERC-20과는 다르게 BRC-20은 스마트컨트랙트를 지원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인해 다른 프로토콜, 응용 프로그램과의 상호작용 및 금융 상품 등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토큰의 프로그래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비트코인의 가치중립성과 화폐가치 하락의 대안이지 BRC-20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그램과 상호작용이나 금융과의 연계를 원한다면 이더리움을 투자하면 이를 충족할 수 있다. 즉,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일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이다. BRC-20의 설계자인 도모(domo)조차도 BRC-20은 ERC-20을 차용했을 뿐 기술 측면에서는 이더리움에 미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변곡점 기대해 볼까 BRC-20에 대한 논란과 그 한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BRC-20은 비트코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지지자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의 마이클 셰일러는 최근 오디널스의 열풍이 BTC 상용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암호화폐 투자 기업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예상치 못했던 비트코인의 거래량 증가는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기에 BRC-20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그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높은 수수료와 이에 따른 네트워크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당장 BRC-20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BRC-20 등장으로 촉발될 여러 시도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BRC-20의 등장으로 시작된 이 움직임이 비트코인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확장성에 기여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고, 이는 비트코인의 미래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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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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