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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SUMMARY

- 녹록지 않은 매크로 환경 탓에 2023년 가상자산 시장은 험난할 전망

- 3대 악재로 대폭락 위기를 맞아 신뢰 잃었던 2022년

- 가상자산 규제 본격화와 증권형 토큰 허용은 올해 주요 변수

- 일각에서는 시장 위축을 우려하나 훼손된 시장의 신뢰 회복은 긍정적 측면

 

© iStock

 

다사다난했던 2022년 가상자산 시장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다사다난했다. 대부분 부정적인 소식들이 많았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5월의 루나사태, 11월의 FTX 파산신청에 이어 국내 거래소에서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의 퇴출이 결정됐다. 디파이(DeFi) 서비스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고, 실제로 몇몇 업체들은 파산했다. 2021년 광풍처럼 몰아닥쳤던 NFT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시장에서 가격의 등락은 늘 있는 일이고, 급등과 급락도 경험할 수 있다. 사이클(cycle)이라는 것이 있으니, 인기가 있었다가 인기가 식기도 한다. 요즘은 전통 자산 시장에서도 주가지수나 우량 기업 주가의 급등락, 환율과 채권금리의 급등락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니 이제 막 자산 시장에 데뷔한 가상자산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신뢰의 훼손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시가총액 기준 가상자산 시장 내 6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루나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여기에 더해 슈퍼볼 광고에 나오던 FTX가 불과 며칠 만에 파산신청을 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건 당연한 수순일 테다.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던 이들에게는 허탈함이,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이들에게는 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됐다. 게다가 가상자산 시장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니, 시장 전반에 미칠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다.

 

먹구름 드리워진 2023년 2022년은 말 그대로 크립토 윈터의 시작이었다. 그럼 2023년은 어떤 모습일까? 예측이라는 게 참 어렵고, 이 시장은 더더욱 어렵지만 주변 상황은 2023년에도 밝지만은 않다. 2022년 가상자산 시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매크로 환경의 악화였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상승하던 자산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계획이 발표되면서 부진했다. 유동성의 위축은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했던 자산 시장에는 대형 악재였고, 가상자산 시장 역시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런 매크로 환경이 도화선이 되면서 가상자산 시장만의 문제가 겹쳤다. 디파이(DeFi) 시장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축소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미흡했다. 사실 언젠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지만, 유동성만 충분했으면 적어도 이번에는 발생하지 않을 문제였다. 필자는 어차피 터질 일이었으나, 매 먼저 맞자는 심정으로 이번에 터진 게 전화위복이 될 거라 생각한다.

올해의 매크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자산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속도 조절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지만, 유동성 긴축의 기본적인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유동성의 힘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자산 가격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추세적인 반등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즉, 올해도 투자에 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은 아니다.

 

증권형 토큰으로 여는 신세계 시장의 극적인 반등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2023년은 그래도 가상자산 시장에 있어서 중요한 한 해다. 어쩌면 미래에 돌아봤을 때 중요한 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올해 본격적으로 규제 및 제도화가 시작된다. 지난번 금융위는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증권형 토큰 발행을 허용했다. 발행과 유통 규정을 담은 가이드라인은 다음 달 초 발표될 예정이다. 그동안 증권형 토큰(STO)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금융권에서 현재까지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도 없었고, 설령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관련된 인프라는 미비했던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블록체인 업계보다 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증권형 토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형 토큰은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실물가치에 근거에 발행된 가상자산이다.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범위로 확장될 수 있다. 기존 증권사의 IB 업무와 유사한 점이 많다.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증권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대안인 셈이다.

 

혼탁한 시장에 생길 게임의 룰 규제와 제도화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가상자산 포괄 규제안인 MiCA(Markets in Crypto Assets Regulation)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4년부터 회원국에서 일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를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존에 가상자산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등도 가상자산 규제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올해는 혼탁했던 시장에 게임의 룰이 생기는 원년이 될 듯하다.

규제 및 제도화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시장에 게임의 룰이 생기고, 신뢰가 생긴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루나 사태가 발생한 것도, FTX가 파산신청을 한 것도 제도나 규제가 없는 상황과 관계 깊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 이유는 믿을만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 기업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시해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한다. 우리는 이미 전통시장에서 기업의 정보 공시를 경험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유통량이 얼마인지, 실제 발행된 코인이 몇 개인지 직접 검색을 통해 찾아보는 것이 아닌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이번 여러 사태들을 경험 삼아 제도와 규제의 정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물론 이렇게 되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본연의 사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와 신뢰다. 이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대중을 찾아갈 것이다.

 

중요한 해로 기억될 2023 이번이 몇 번째 위기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상자산 시장의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부정적 전망을 비웃듯 시장은 빠르게 다시 성장했다. 이번 위기도 몇 년 후에는 그저 또 한 번의 어려웠던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반감기가 다시 도래하면 회복되기에는 시장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더 커진 상황이 될 테다. 더 이상 기대감이 아닌 실제 유스케이스(use case)를 통한 증명,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한 제도와 규제의 정비를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2023년 가상자산 시장에 극적인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사실 높지 않다. 하지만 긴 관점에서 올해부터 본격화될 제도화와 규제의 정비는 시장의 신뢰 회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으로의 전파라는 관점에서 중요하다. 2023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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