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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CBDC

SUMMARY

- 금융당국이 '기관용 CBDC'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밝히며 디지털 화폐 본격 신호탄

- CBDC는 편의성이 증대되지만 중앙화되어 개인 자금 흐름이 모니터링된다는 문제도 有

- CBDC 시대가 도래하면 또 다른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현재의 '금' 역할을 맡을 것이라 기대

 

© istock

 

한국은행의 CBDC 실험 지난주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관심 없는(?) 소식이겠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관련해 빅뉴스가 발표됐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BIS(국제결제은행)와 손잡고 금융회사 간 자금 거래와 결제에 활용되는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은행이 CBDC 인프라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돈을 주고받고, 시민들은 CBDC 담보 전자화폐를 사용할 길이 열리는 시작인 셈이다.

현재 은행들은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은행들 간 청산 및 결제를 한다. 이것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에 발표된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거래 정보를 검증한 후 공동으로 분산·관리하는 분산원장 기술이 여기에 활용된다. 한은의 망을 통한 은행간 지급 결제가 디지털 화폐를 통해 진화하는 셈이다. 이렇게 CBDC 인프라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은행들 간 네트워크가 생기면 '예금 토큰(tokenized deposit)'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지급수단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의 디지털 화폐 버전이다. 소비자의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CBDC를 담보로 해서 은행이 발행하는 것인데, 수시입출식 예금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년 4분기까지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구성안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 안에서 기관용 CBDC와 함께 세 가지 종류의 민간 디지털 통화가 발행된다. 먼저 CBDC 시스템은 기관용 CBDC와 디지털 통화 Ⅰ형, Ⅱ형이 발행·유통되는 플랫폼으로 참가가 허용된 금융기관만 사용할 수 있다. Ⅰ형 통화는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tokenized deposit)으로 현재의 예금과 유사한 형태다. Ⅱ형 통화는 은행 등이 발행하는 ‘e-money토큰(e-money token)’으로 발행기관은 발행액에 상응하는 기관용 CBDC를 담보 자산으로 보유하게 된다. 외부 연계 시스템은 특정 디지털 자산이 발행·유통되는 별도의 플랫폼인데, 이는 특수 목적의 지급용 토큰으로 CBDC 시스템 내의 Ⅱ형 통화를 100% 담보로 발행된다. 결국, 현재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결제하는 것처럼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금융회사 등이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수단으로 예금토큰을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은행 고객들은 은행거래를 위해 예금토큰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주식 거래를 할 때 증권 계좌를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거래가 모두 추적된다면 어떨까 지난 몇 년간 각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CBDC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중국이 대표적이었다. 다만, 화폐시스템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입장이 소극적이었다. 미국은 현재 잘 작동하고 있는 달러 시스템을 굳이 손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CBDC와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에 대해서는 결제를 허용하기도 했다. CBDC는 화폐없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현금 사용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발행해 현금 없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CBDC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 개인의 자금 흐름은 모두 모니터링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코로나19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어디서 결제를 하고, 어떤 물건을 구매한 것을 모두 중앙은행이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심지어 국제거래 간에도 모니터링과 추적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데이터에 대한 독점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개인의 현금 사용을 통제한다는 것은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 주도의 금융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미국이 전 세계 화폐 흐름을 모니터링한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란과 북한 등에 각종 경제제재가 가해짐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로의 자금 유입이 완전히 봉쇄되진 않았다. 검은 돈을 통해 해당국가로 자금 유입은 여전히 이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일부 국가에 대한 향후 경제제재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CBDC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필자의 음모론을 담은 상상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정보에 대한 반발로 인해 내수에서의 CBDC보다 국제무역에서의 CBDC 사용이 먼저 사용될 것 같다.

 

오히려 가치가 입증되는 비트코인? 한 가지 더 아이러니한 게 있다. 디지털 화폐의 원조격이 비트코인의 출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탄생한 디지털 화폐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인위적으로 화폐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 아닌, 처음에 설계된 방식에 의해 화폐를 공급해 인플레부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트코인이 출현했고,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경쟁적인 통화정책을 시도한 시기에 비트코인이 상승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CBDC는 이런 디지털 화폐의 출현과 배치되는 성격이다. 철저하게 중앙화됐고, 개개인의 자금 흐름이 모니터링 가능하다. 추가적인 실험과 연구에 따라 화폐정책의 이용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즉, 기존의 화폐가 디지털로 전환될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의 금과 달러(혹은 각국의 화폐)의 관계처럼 비트코인과 CBDC의 관계가 정립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금:달러=비트코인:CBDC의 관계다. 달러의 시대에서 화폐가 금을 대체했지만, 금의 역할은 여전히 공고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자 원유 생산량 차질을 우려한 국제유가와 함께 상승 중인 자산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CBDC 혹은 디지털 화폐의 시대에서 금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카운트다운, CBDC의 실험 등 점점 비트코인의 영향력이 재부각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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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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