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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비트코인

Summary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금융시장 불안감 상승

-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활용도는 높아지고 있음

-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이 본래 목적인 탈 중앙화와는 상충될 수 있다는 점 확인

 

© iStock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냉전 체제 종식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신냉전 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판국이다. 이번 전쟁은 서방국가와 러시아 사이 패권 다툼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됐다.

전쟁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급등했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은 원유 가격의 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가 주변국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본토를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던 만큼 불확실성은 고조됐다. 특히, 러시아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SWIFT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이다. 즉, 이번 제재는 러시아를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시킴으로써 러시아를 모든 국제 결제망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G20 국가 중에서 국가의 중앙은행이 SWIFT 제재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얼마나 가혹한 경제 제재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긴축 우려에 전쟁의 공포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다.

 

불확실성 속 존재감 뽐낸 비트코인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활용도는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크게 세 가지에 주목한다.

먼저 SWIFT 제재, 그리고 전쟁위기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존재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SWIFT 망에서 러시아가 제외되면서 러시아는 수출 대금을 받기 어렵게 됐다. SWIFT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 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국제 거래 결제 때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뜻이다. 러시아 국민이 은행 ATM 앞에 긴 줄을 선 모습도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늘 지정학적 리스크나 금융제재에 직면했을 때 해당 국가의 비트코인 거래는 급증한다. 이번에도 러시아의 비트코인은 10%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즉, 러시아 국민들 입장에선 현재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암호화폐가 새로운 자금 모금의 통로가 됐다는 점이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 국가의 어려움에 닥쳤을 때 자원 모금이 이뤄진 적은 많았지만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모금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암호화폐 후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42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Elliptic에 따르면, 이미 6천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가 우크라이나에 기부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공개하면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오히려 금융 인프라가 미비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가 대안일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암호화폐 자금 모금은 엘살바도르에 이어 국가가 비트코인을 인정한 또 다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거래소의 특정 국가 차단은 블록체인 및 비트코인에 대한 본래 취지와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탈 중앙화가 블록체인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 이번 제재를 통해 거래소를 비롯한 블록체인 시스템도 국가 및 국제사회 공조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암호화폐가 제도권 및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도 있지만, 과연 블록체인이 당초 취지처럼 탈 중앙화에 근거한 시스템인지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암호화폐 우리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부각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고, ② 모금활동과 국가의 지갑 공개를 통해 암호화폐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편으로는 ③ 암호화폐가 제도권 및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반대로 블록체인의 당초 취지와는 상충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아무쪼록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평화롭게 마무리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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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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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現) 금융투자 도서 저자 前) SK증권 애널리스트 前)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체인파트너스 애널리스트 저서: 『한권으로 끝내는 비트코인 혁명』 / 『넥스트파이낸스』 / 『우주에 투자합니다』 / 『부의 대전환: 코인전쟁』 주식전략 및 시황 애널리스트다. 지난 2017년 증권사 최초로 비트코인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전달하는 투자자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애널리스트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