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위기와 겐슬러의 규제 압박에도 갈 길을 간다
Summary
- 추석 연휴 기간 불거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위기설
- 스테이블코인인 USDT 발행사가 연루돼 있다는 소식에 암호화폐 역시 급락
-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크지 않아 이번 급락은 과도했다는 분석
- 대신,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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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아니 불안한 한가위 추석 연휴 때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많이 있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올 추석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큰 영향을 줄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인 헝다그룹의 위기설 대두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헝다그룹의 부채는 총 3000억 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중국은행 전체 부실채권 중 약 70%를 넘는 수준이다. 헝다그룹은 128개 이상의 은행과 120개 이상의 기타 금융기관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만약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1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파트 선분양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금융기관에 연쇄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Fitch는 헝다그룹의 투자등급을 “CC”로 하향 조정했고,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 헝다그룹의 위기설, 비트코인도 피해갈 수 없었다
암호화폐 낀 제2의 리먼 사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 비트코인도 헝다그룹 이슈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2.1조 달러에서 1.8조 달러로 약 15%가량 하락했다. 헝다그룹의 부채가 3천억 달러로 알려지면서 제2의 리먼 사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아직 위험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컸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인 USDT의 발행사 테더(Tether)가 헝다그룹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테더(Tether)가 헝다그룹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헝다그룹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USDT의 상환능력에 의문이 생기고,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파급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2008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마이클 버리가 트위터에 이런 내용을 트윗하면서 우려는 확산됐다. 우려가 커지자 테더(Tether)는 언론 보도를 통해 헝다그룹의 회사채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앞서 테더(Tether)는 지난 8월 ‘무어 케이만(Moore Cayman)’이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627억 달러 규모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308억 달러는 기업어음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90% 이상을 신용등급 A2 이상의 우량등급 기업어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테더(Tether)의 회계 처리는 아직도 의심의 시선을 받고 있고, 본사가 홍콩이기 때문에 헝다그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있을 것이라는 의구심 역시 여전히 높다. 실제로 USDT의 지난 며칠간 거래대금은 크게 증가했고, 이는 테더에 대한 우려감이 높은 테더 보유자들의 매도 심리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더가 발행한 USDT의 거래대금 추이
출처 : Coinmarketcap, SK증권
불안해서 팔기는 했는데…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 헝다 사태는 향후 예의주시해야 할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 암호화폐 역시 하락은 불가피하다. 테더 문제도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상황으로 비추어 봤을 때, 이번 헝다그룹 사태로 인한 급락은 다소 과도했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정부를 중심으로 은행과 핀테크 기업을 압박해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를 금지했고, 채굴도 금지하면서 채굴기업의 90%가 폐쇄하거나 해외로 이전했다. 즉,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많이 약해졌다. 일부에서 제기된 테더(Tether)의 헝다그룹 회사채 보유도 현재로선 루머에 가깝다. 따라서 헝다그룹 이슈 부각에 따른 리스크 회피가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빌미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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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잘알(코인을 잘 아는)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의 최근 행보
헝다그룹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지만 않는다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오히려 중국보다 미국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주도권을 쥐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제도화 및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규제는 “하지 마라”식의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정상적인 시장 안착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이 있다.
“너희 이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그는 MIT 교수 시절,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 강의를 하면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지피지기 백전불패”라고 했던가? 최근 미국 SEC의 게리 겐슬러 의장은 규제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상장된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증권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증권을 판매하는 거래소는 SEC에 등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 중인 미국 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조차도 SEC에 등록된 거래소가 아닌 만큼, 이제는 거래소 역시 제도권 편입과 규제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코인베이스가 랜섬웨어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고,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미국 금융당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거래소들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NFT와 함께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디파이(DeFi)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SEC는 DeFi 프로젝트에 대해 규제 의사를 수차례 표명했고, DeFi 최대 플랫폼인 유니스왑(UniSwap)의 개발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탈중앙 금융을 표방한 DeFi가 거버넌스를 정하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화된 주체가 개입돼 있어 증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겐슬러 의장의 최근 행보가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규제를 통한 제도권 편입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이쯤에서 보는 암호화폐 연대기 미국에서 속도를 내는 규제, 그리고 중국발 헝다그룹 이슈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필자는 암호화폐 시장을 크게 셋으로 나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탄생하는 1기, 대중에게 암호화폐의 존재감을 알린 2017년과 하락을 경험한 2019년까지를 2기, 그리고 DeFi, NFT 등으로 무장한 채 여러 테크기업이 진출한 2020년 이후를 3기로 보고 있다.
1기에는 비트코인이라는 개념도 생소했고, 일부 얼리어답터들의 그들만의 시장이었다. 일종의 도입기였다.
2기는 대중들에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존재가 알려졌고, ICO 붐이 일었던 성장기였다.
그리고 3기는 암호화폐를 어디에 쓰냐는 비난의 여론에 디파이(DeFi), NFT 등으로 대답을 한 제2의 성장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Layer1,2, 서로 다른 체인을 연결하는 크로스체인(cross chain) 등이 발전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엿본 테크기업들은 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이제는 어느 기업이 시장에 진출했는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했다.
우리 제법 튼튼합니다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이른바 Play to Earn 콘셉트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등 암호화폐 시장과 산업은 빠르게 생태계를 확장하며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헝다그룹 이슈와 같은 매크로 이슈가 일시적으로 가격을 하락시킬 수도 있고, 미국의 규제에 대한 우려로 일시적으로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지만 지금도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헝다그룹 이슈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만 아니라면, 그리고 현재 미국의 규제도 지금처럼 투자자 보호와 시장안정을 위한 규제에 초점이 계속해서 맞춰진다면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발전할 것이다. 2013년부터 여러 차례의 위기와 사라질 것이라는 비난에도 꿋꿋하게 시장을 지켜왔듯 이번 파고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현명하게 극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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