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은 메기가 될 수 있을까?
SUMMARY
- 증권형 토큰 덕분에 디지털자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 전통 금융기관
- 법과 제도의 미비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배제 당했던 금융기관에겐 새로운 기회
- 블록체인 기술로 유·무형자산을 토큰화하여 투자대상이 무궁무진해지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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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같던 미 금융제국에 균열 미국은 금융의 중심지다.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업은 미국의 상징과도 같았다. 때로는 탐욕스러워 보이며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의 금융제국은 철옹성처럼 보였다. J.P morgan, Goldman Sachs 등으로 대표되는 월가의 금융기업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제국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택모기지 상품에서 촉발된 시스템 리스크가 미국 금융업 전반으로 퍼졌고, 워낙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베어스턴스(Bear Stearns),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등은 파산했다.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고통받았고, 미국의 탐욕스러운 금융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Lawrence "Bernie" Madoff)의 650억 달러 규모의 폰지사기 등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금융업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무너졌다. 그리고 월가 해체 운동이 일어났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중개기관과 금융기관의 영향을 최소화해 금융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전통 금융기업의 자리는 없었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필두로 여러 가상자산들이 탄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배제됐다. 정확히는 금융기관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새로 나온 자산이다 보니, 규제가 심하고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금융업의 특성상 어떻게 관리하고 취급할 것인가 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했다. 그 사이 탈중앙 금융을 표방한 디파이(DeFi), 용도가 확장되는 NFT 등이 나왔지만, 금융기관은 여전히 배제됐다. 이따금씩 비트코인 ETF를 비롯한 금융상품화를 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아직 그 결실은 없다.
그 사이 기존 금융기업을 위협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자산, 새로운 금융 등을 표방하며 성장했다. 처음에는 가상자산 거래소로 시작했던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이 대표적인데, 이제는 단순히 거래소를 넘어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업으로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들은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인다. 국내에서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가 웬만한 증권사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기도 한다. 현금화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주식과 달리 바로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까지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시작했다. 워낙 거래금액과 거래대금이 크다 보니 국내외 금융사들도 당연히 거래소의 역할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관련 법령이나 제도가 미비하니 시장 진출을 섣불리 할 수 없었고, 추적이 불가능한 자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경고도 있었기에 시장 진출은 사실상 어려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이후 매년 가상자산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새로운 금융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금융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STO, 황금알 낳는 거위 될까 즉, 금융기업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시장도 커지고, 거래도 많아지는데 참여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금융기업 입장에서 오래전부터 눈여겨본 것이 있었다. 바로 증권형 토큰, 이른바 STO(Security Token Offering)이다. 증권형 토큰이란,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토큰의 형태로 발행하는 상품이다. 증권사의 IB 업무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증권형 토큰이 도입되면 증권사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에 관심이 많았다. 기존의 유동화시키기 어려웠던 무형자산을 상품화해서 판매할 수 있다면, 좋은 자산을 딜 소싱해오면 기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늘 주장하던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기회다.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자본법상 증권이 될 수 없는 것들이 토큰증권을 통해 증권이 되고 유동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MZ 세대가 소비 주력으로 성장했고, 국내 소비자들의 투자여력이 생기면서 미술품, 골프장 회원권, 와인, 스니커즈, 시계 등 시장이 커졌다.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 상품에 대한 니즈도 커졌는데 그동안은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설령 있었다고 해도 투자자들 입장에서 신뢰가 부족했다. 그래서 증권형 토큰이 허용된다면, 금융기관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회가 찾아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증권형 토큰 발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증권형 토큰 발행 및 유통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은 아니지만, 금융기관도 증권형 토큰을 통해 이제 디지털자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토큰증권으로 정의했다.
손흥민에게 투자할 기회 생길지도 토큰증권은 디지털자산의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대상이 무궁무진해진다. 현재 주목을 받는 부동산과 미술품뿐 아니라 회원권, 와인, 연예인·운동선수 등 유동화가 힘들었던 여러 무형자산을 자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은 방탄소년단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이브(HYBE) 주식을 사는 것으로 이를 대체했다. 하지만 만약 방탄소년단을 토큰증권의 형태로 발행해서 판매할 수 있다면, 이는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예전에 NBA의 스펜서 딘위디(Spencer Gray Dinwiddie)가 꿈꾼, 그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증권형 토큰의 발행도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자랑 축구선수 손흥민, 메이저리거 류현진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우리가 상상했던 모든 것이 금융상품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야 할 길도 멀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금융사들은 관련 기술은 없다. 블록체인 트랜잭션을 대용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대신 블록체인 기업들은 금융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상품 구조화 등에 어려움이 있다. 즉, 당장은 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갈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최근 금융기업들과 블록체인 기술 회사들 간 제휴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분명 금융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구호로만 외치던 디지털 금융과 디지털금융 플랫폼이 현실화되는 시점이다.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어떤 무형자산을 디지털자산을 통해 상품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디지털자산에서 소외됐던 금융사들은 소외됐던 한(恨)을 토큰증권으로 풀 수 있을지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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