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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바빠진 움직임의 의미

SUMMARY

- 2017년 가상 자산 열풍 당시 韓·中과 달리 조용했던 일본

- 최근 들어 웹3.0 행사 개최, 정부의 적극 지원, 제재 조치 완화 등 적극 개방 중

- 신성장동력 먹거리 발굴,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위상 회복 등이 원인으로 꼽힘

-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고 있지만, 그럼에도 경계할 필요는 있겠음

 

© istock

 

하지만 일본은 없었다 지난 2017년은 가상 자산 시장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해다. 당시에는 전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보다 동아시아의 거래량이 훨씬 많았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의 인기는 상상초월이었다. 블룸버그에서는 한국을 크립토 시장의 월스트리트로 표현했었다. 당시에는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암호화폐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 등 가상 자산 시장의 유명 인사들이 국내를 찾는 일이 빈번했을 정도다. 중국은 한때 전 세계 가상 자산 거래량의 90%가 중국 위안화로 거래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시장이었다.

반면, 동아시아 3국인 일본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기반을 둔 가상 자산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Gox)를 보유했었고, 여러 최첨단 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달리는 일본이 가상 자산 분야에선 조용했던 것이다. 협회가 생기고, STO를 제도화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간간이 나오긴 했지만, 일본의 명성에 비하면 가상 자산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아직도 카드나 모바일페이보다 현금 거래를 하는 비중이 높아 일본의 입지가 약하다는 분석도 있었고, 마운트 곡스 해킹 사건의 여파로 인기가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어쨌든 가상 자산 시장의 큰 축인 동아시아에 일본은 없었다.

 

일본이 움직인다, 왜? 그런 일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잇따라 웹3.0 행사를 개최하고 있고, 무려 기시다 일본 총리가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에 개최된 일본 최대 웹3.0 행사인 웹X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기조연설에 나섰다. 일본이 전체적으로 웹3.0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 행사에 참석하는 인파도 몰렸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직접 블록체인 산업 규제 완화와 함께 적극적인 산업 육성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 정부가 웹3.0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아시아의 웹3.0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최근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등 빗장을 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일본의 블록체인 기업들뿐 아니라 리플, 폴리곤, 애니모카브랜즈, 유가랩스 등이 일본을 찾았다. 조용하던 일본은 왜 움직였을까?

 

크게 세 가지로 예상해 본다면 우선, 새로운 신성장동력이다. 웹3.0과 블록체인, 그리고 가상 자산 시장의 잠재력은 이미 지난 몇 년간 입증됐다. 그간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걸 바라만 봤다. 최근에는 좀 회복되고 있지만,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의 입장에서는 신성장동력이 필요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AI, 초전도체, 이차전지 등에서 일본 기업의 이름을 찾기는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과거 1980~1990년대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본을 발견하기가 쉬웠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은 반드시 필요했고, 마침 자본과 기술력이 집중되는 블록체인과 웹3.0 산업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빼앗긴 콘텐츠 되찾기다. 지금 전 세계는 K-Pop 열풍이지만, K-Pop 이전에는 일본의 J-Pop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일본 문화 개방이 된다고 했을 때 일본 문화에 맞서 우리의 콘텐츠와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연일 TV 프로그램에서 다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 오히려 국내의 가수와 아티스트들이 일본에 진출해서 성황리에 공연을 열고 있다. K-Pop의 흔적을 보기 위해 국내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했고, 일본 관광객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애니메이션의 성지였던 위치도, 웹툰 열풍과 함께 국내에 일부 자리를 내줬다. 다른 문화 및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콘텐츠를 찾기 위해 웹3.0은 중요하다. 유저나 크리에이터, 그리고 커뮤니티의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 속에서 일본도 이에 대응해야 했다. 더 늦춰질 수 없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금 사용의 세대가 점점 끝나간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국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신용카드와 모바일페이의 보급이 늦었고, 이는 고령화사회도 한몫했다. 일본의 고령화 사회는 전 세계의 연구 대상일 정도였다. 고령화사회와 신용카드, 모바일페이의 보급 지연이 맞물리면서 현금 사용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전 세계는 이제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했다. 언제까지 일본만 갈라파고스처럼 현금 사용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애플페이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침투도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언제까지 현금 사용만 강요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 기회에 새로운 결제환경으로 넘어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다.

 

우리도 방심하면 안 된다! 일본의 추격이 거세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블록체인과 웹3.0, 그리고 가상 자산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큰 국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보다 앞선 기술을 자랑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했던 일본이 우리나라에 뒤쳐질 줄 누가 알았을까? 지금이야 우리나라가 콘텐츠 시장에서 잠시 역전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위치가 바뀔 줄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고, 일본이 경험하지 못하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잃어버린 30년을 마치고 새롭게 재도약하려는 일본을 마냥 바라볼 수는 없다. 우리도 다시 한번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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