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 상한가의 비밀
Summary
- 주식대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주주에게 신규 주식을 나눠주는 무상증자
- 최근 무상증자 발행 기업들은 신주배정 비율이 높아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
- 무상증자 기업 투자를 향한 금융감독원의 경고
- 무상증자 기업들의 특징 및 해당 기업에 투자할 때 주의사항
© unsplash
무상증자 테마주가 생겼습니다.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자본시장 경색 등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한 모습인데 유독 ‘무상증자’를 진행한 기업들은 주가 급등을 보여 줍니다. 개미 투자자 중 무상증자 종목만 찾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들어봤나? 무상증자 테마주 ㈜공구우먼 1:5 무상증자, 6/30 신주배정일 / 조광ILI㈜ 1:5 무상증자, 7/15 신주배정일 / ㈜실리콘투 1:5 무상증자, 7/15 신주배정일 / ㈜모아데이타 1:5 무상증자, 7/20 신주배정일 등 2022년 5~6월 사이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은 신주배정 비율이 높습니다. 지난해 무상증자는 보통 1:1 기준으로 신주를 나눠줬습니다. 그새 트렌드가 바뀐 걸까요?
© DART 공구우먼 2022.6.14 공시
또 다른 공통점으로 아래 주가 그래프를 보면 ‘이게 뭐야!’ 놀랄 것입니다. 무상증자를 발표한 뒤 신주배정일, 권리락까지 주가 변동이 매우 큽니다. ‘무상증자 1:5 → 거래량 폭등 → 주가 급등, 급락’이라는 패턴을 만들 정도입니다.
무상증자는 주식대금을 받지 않고 말 그대로 ‘무상’으로 주주에게 신규 주식을 나눠 줍니다. 보통 주주환원 정책이라 불리며, 2019~2021년 바이오 기업들이 주가가 오를 때 많이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는 1주를 가진 주주에게 1주를 더 주는 ‘증자’조차 통 큰 무상증자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신주 배정 1:8 비율의 파격적인 회사가 있네요.
© 서울경제 2022.5.10
동물 임상 실험 관련 기업인 ㈜노터스는 그간의 상식을 깨고 무려 1 대 8 무상증자를 발표합니다. 주가는 연속 상한가를 통해서 단기간에 5배가 오릅니다. 그 뒤로 줄줄이 고배정의 무상증자 기업이 등장, 주식시장에서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지켜보면 무상증자 상한가 기업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급락세를 보입니다. 무상증자에 쏠린 과도한 ‘투자 심리’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걸 누구나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유혹에 빠집니다.
© 네이버 금융
금융감독원의 경고 무상증자 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본 투자자가 있습니다. 고수익을 냈겠죠. 그러나 반대로 고점 이후에 진입해 ‘손실’을 본, 무상증자를 잘못 이해한 투자자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상증자에 몰리는 개인투자자에게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경고를 합니다. 골자는 “무상증자 비율이 얼마이든 실질적인 기업가치 변동이 없으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입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무분별한 투자를 유도하는 SNS 등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자칫 무상증자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게끔 만들기 때문입니다. 보도자료에는 최근 무상증자 동향과 투자자 유의사항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아직 무상증자에 대해 헷갈리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보길 바랍니다.
© 금융감독원 2022.7.25 보도자료 상장기업 무상증자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
금감원은 주당 5주 이상의 신주를 배정하는 신주배정 비율이 높은 무상증자 진행이 2022년 코스닥 기업에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무상증자는 외부 자본 유입이 없어 기업가치에 실질적인 변동이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무상증자 비율이 높을수록 좋다고 볼 수 없으며,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높은 기업만 무상증자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무상증자 기업에 투자할 경우 신주 상장일, 권리락 등 절차와 일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무상증자로 돈 버는 법’, ‘무상증자 유망주 추천’ 등의 근거 없는 정보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그렇지만 무상증자 종목에 대한 투자 자체를 투기성 행위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무상증자는 보통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알려지며, 기업 자본구조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다만 투자자라면 고배율의 무상증자를 왜, 어떨 때 진행하는지 알아 두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무증’하나? 최근 무상증자를 실시한 기업들 사례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겠습니다. 7월 27일 무상증자(1:4)를 공시한 지투파워㈜는 2010년 12월 17일 설립되어 전력기기 및 수배전반시스템 설계·제조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대주주는 김영일(대표이사) 22.3%, 대표이사 특수관계자 18.7%입니다.
첫째, 아주 당연히! 실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기업이 무상증자를 실시합니다. 경영상황이 안 좋은 기업이 무상증자를 한다고 하면,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돈도 없는데 주식을 공짜로 준다면 이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탄탄한 기업이어야 ‘무증’을 외쳐도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투파워㈜는 매출액 373억 원에 영업이익 29억 원, 자산 265억 원입니다. 다만 임직원 수가 48명에 불과합니다. 회사가 아직은 작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력사업이 수배전반, 태양광발전시스템 사업이라고 하네요. 투자설명서에 위험요소로 국내 건설경기 변동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있고, 발전 가능성도 있는 기업이지만 아직은 규모도 작고, 시장 내 인지도 역시 낮은 편입니다.
© DART 지투파워 2021 사업보고서
지투파워의 자산 중 자본항목을 살펴보면 자본잉여금이 123억 원으로 자본금 14억 원에 비해 많습니다.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조달된 자본 여력이 높습니다. 현재 수익(매출액)은 매년 증가 추이를 보여 373억 원입니다. 좀 더 외부 투자를 받고 싶은데, 주식시장에 거래량이 부족합니다.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방법 중에 하나가 무상증자입니다.
© DART 공구우먼 2022.324 투자설명서
둘째, 얼마 전에 상장했는데 자본구조를 바꿔야 할 이유가 있는 회사입니다. 아니 기업공개(자금 공모)를 얼마 전에 했는데, 무슨 증자를 하냐고요? 무상증자라는 게 기존 주주에게 혜택을 주는 자본증자 방식입니다. 소액주주 분포가 이미 높은 기존 상장사는 주가 상승세가 아니면 쉽게 무상증자를 하기 어렵습니다. 무상증자 후 대량 팔자 주문이 나오면 주가 하락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소액주주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얘기죠.
갓 상장한 회사는 소액주주 숫자도 작고, 유통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는 보호 예수로 주식 매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는 안정적인 경영으로 배당을 노리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EXIT(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를 보통 계약조건에 넣습니다. 그런데 IPO 사모펀드, 투자조합 등 외부 투자자가 IPO 후 바로 자금을 뺀다? 그러면 누가 IPO에 참가하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무상증자로 통해 늘어난 지분 역시 보호 예수에 포함됩니다.
공구우먼의 경우 대주주와 투자조합 역시 2.6개월로 긴 보호예수가 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상증자를 통해 주가가 급등해도 팔지도 못하는데 왜 무상증자를?’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공모가는 보통 원래 기업가치보다 낮게 시장에 내놓아서 인기를 높이는 전략을 취합니다. 만약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형성되면 재무적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상증자를 통해 다시 한번 주가를 띄우고, 먼 훗날 지분 EXIT를 할 때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지지선(유통 물량 증가)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셋째는 둘째에도 살짝 언급되었는데 재무적 투자자가 있는 회사입니다. 보통 재무적 투자자는 단지 자금만 조달해 주고 경영에 빠집니다만, 지분율이 높고 투자금이 많다면 경영활동에 조언할 수 있습니다.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거죠. 공구우먼이 단지 매출액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 들었다면 ‘무상증자’는 고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구우먼의 <티에스 2018-12 M&A 투자조합>은 지분율로는 2대 주주이지만, 실제로는 대주주 지분 2%를 위탁받아 공구우먼 경영활동(광고 진행, IPO, 무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상증자와 같이 주식시장에서의 기업가치 향상은 재무적 투자자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 성공은 대상 기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새롭게 발견되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다수의 투자자에게 지지를 받는 종목으로 ‘세팅’이 된다면 더할 나위 좋습니다.
‘무증 급등’ 공식 아니다 그러나 무상증자가 모두 주가 상승과 기업가치 평가를 높여 주지는 않습니다. 아무나, 매번 무상증자한다고 성공(주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무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었지만 변하지 않은 기업가치에 맞추기 위해 강제로 주가를 조정해 주는 ‘권리락’을 실시합니다. 주가 1만 원인 한 주에 1:1 무상증자를 한다면 주가를 5,000원으로 낮춥니다. 권리락이 된 후에도 착시 효과처럼 주가가 오르기도 합니다. 보통 신주배정일 2일 전에 매수해야 무상증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날까지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합니다. 권리락은 바로 하루 전입니다. 고배율 무상증자의 경우에는 워낙 높은 비율로 주식을 준다고 하니 무상증자 발표날 바로 상한가를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1:5 비율의 무상증자 기업 중에도 상한가를 기록하지 못하거나, 생각만큼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기업이 나오고 있습니다. 꼼꼼히 따져 보는 투자자와 급등을 하지만 급락을 하는 무상증자 테마주 기업에 대한 학습효과로 보입니다.
© 금융감독원 2022.7.25 보도자료 상장기업 무상증자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
통계자료를 보면 2021년 무상증자 기업은 120개입니다. 2019~20년 50, 60개에 비해 2배로 증가했습니다. 2022년 역시 7월까지 48개 무상신주를 발행한 기업이 있으며, 주당 1주 초과 이상 고배율 무상증자 분포가 35%로 급증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무상증자 기업 수는 지난해부터 증가했고, 2022년에는 그 강도가 세지고 있습니다. 생각으로는 무상증자를 통해 주가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시도가 시장에서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우세한 듯싶습니다.
투자는 오로지 자신의 몫 무상증자 테마주라고 해도 옥석이 있고, 허깨비와 같은 종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져 볼 것은 따져보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위험한’ 투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덤벼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그걸 알아봐?’ 그러심 안됩니다. 모든 정보는 투자설명서, 재무제표에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투기조차도 체크! 체크! 체크! 내 돈이잖아요. ‘무상증자 테마주는 다 오른다’는 말을 믿고 투자하는 건 ‘돈을 잃어도 괜찮다’라는 무모한 ‘투기’가 될 수 있으니 한 번 전후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담글로벌이라는 회사가 무상증자 기대주라는 글이 보입니다. 5월 27일 IPO에 성공한 기업으로 2017년 11월 14일에 설립되어, 화장품 및 미용도구,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이 주요 사업목적인 회사입니다. 아직 회사가 무상증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닌데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건 주주구성 등 기존의 무상증자 실행한 회사와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 DART 청담글로벌 2021 연결감사보고서
청담글로벌의 재무적인 투자자가 많습니다. 지분율은 적지만 이들이 EXIT를 위한 전략 중에 하나가 무상증자일 수 있겠다고 추측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무상증자 테마주’ 투자가 인기를 끌만큼 무상증자가 발표되기 전 해당 회사의 주식을 매수해 둔다면 더없이 수익률이 좋을 수 있습니다. 소문을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공개된 재무정보로 어느 정도의 기초 조사를 해야 합니다. 청담글로벌은 2021년 기준 479억 원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부채비율이 540% → 77%로 떨어지는 등 2021년 자본 확충이 이뤄졌습니다. 매출액은 2020년 770억 원 → 1,443억 원으로 증가하고 있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중입니다. 2021년 영업이익 97억 원과 당기순이익 59억 원을 기록합니다.
© DART 청담글로벌 2021 연결감사보고서
청담글로벌의 자본구성을 보면, 전환사채의 변화로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 쪽이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청담글로벌은 2021년 이미 무상증자를 한 이력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정황이 청담글로벌이 앞으로 무상증자를 또 한 번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회사가 내리는 것으로 단지 이런 상황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1) 재무적으로 가능성(매출액, 영업이익)이 있고, 2) 최근에 상장했으며, 보호 예수 등으로 유통물량이 제한적인, 그리고 3) 무상증자 비율을 1:5까지 가능할 수 있는 유보율이 높은 회사. 이 정도의 기준을 통과하는 회사라면 한 번쯤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조건을 확인하고, 투자 결정을 짓는 건 바로 스스로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투자의 결과를 책임지는 건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이제라도 들어가야지 하는 성급한 마음은 늘 경계하여야 합니다. 뒤늦게 무상증자를 발표한 후에 관심을 갖게 되어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재무제표 분석은 반드시 합니다.
그리고 무상증자 발표 이후 스케줄 확인도 필요합니다. 신주배정일 D-2까지 사야지 무상증자를 받을 수 있고, D-2까지 주가의 변동성이 매우 높습니다. 무조건 오르지만은 않습니다. 신주배정일 D-1에는 권리락(무상증자 비율에 따라 주식의 가격이 평가 조정)이 있고, 신규상장 전후 매도 역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무상증자는 상한가를 만드는 마법이 아닙니다. 회사가 주식 수를 늘리는 건 회사를 위해, 이미 회사와 운명 공동체인 기존 주주를 위해 자본구조 변경 이벤트입니다. 이에 동참하는 신규 주주인 개인투자자가 ‘묻지 마 투자식’으로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실패하고 시장만 성공하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해당 기업의 대주주 지분가치 상승만이 결과로 남는다면 결국 손해는 당신이 보고 마는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 상기 내용은 FY21~17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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