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 Story #1
Summary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돈, 명예, 재물 등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수없이 많지만, 죽음 앞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단 한 개도 없다. 남는 건 그에 대한 ‘이야기’다. 넥슨 김정주 창업자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1세대 창업자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그의 동기들 이야기, 카이스트 대학원 중퇴와 넥슨 설립, ‘바람의 나라’ 성공 스토리를 남겼다. 그가 이룬 넥슨에는 넥슨코리아, 네오플, 넥슨지티, 넷게임즈 등 여러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가 무엇을 남겼는지 알아보자.
© unsplash
| 넥슨 창업주 영면
한국 게임 산업의 시작, 故 김정주 느닷없는 소식입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넥슨은 우리나라 게임 회사 중 다수의 글로벌 히트 게임을 가진 큰 회사입니다. 바람의 나라, 바람의 나라:연, FIFA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러쉬+ 등 누구나 한 번쯤 넥슨의 게임을 즐겨 보았습니다. 넥슨은 창업주 故 김정주 회장이 1994년 설립했습니다. 김정주 회장의 대학 선후배가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 굴지의 IT기업 CEO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잘 만난 이들은 우리나라 IT, r게임산업의 초석을 이루고 막대한 부를 얻은 성공담으로 유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내 친구가 게임을 만든다는데 그럼 나도 MMORPG 하나 만들어?” 이런 분위기가 90년대 초 게임산업의 시작이었습니다.
김정주 회장은 게임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2008년 ‘던전앤파이터’ 게임을 개발한 ㈜네오플의 경영권을 인수합니다. 인수 당시 네오플의 매출액은 58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의 네오플은 매출액도 아닌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회사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 등 넥슨의 획기적인 M&A 시도에는 항상 김정주 회장이 있습니다. 사기만 한 게 아니라 넥슨을 10조 원 넘는 몸값으로 매각하려던 것도 ‘그’입니다. 넥슨을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 ‘디즈니’까지 찾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 헤럴드경제 2022.3.2
이번 글을 통해 김정주 회장을 평가하자는 의도는 아닙니다. 게임산업의 리딩 기업이라는 공도 있지만, ‘부분 유료화’ 등 넥슨의 과실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점은 넥슨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최근 2019~2021년입니다. 최근 날아온 안타까운 소식이 넥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역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매년 넥슨은 발전했고, 변화하는 중입니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넥슨에게 ‘창업자’의 부재는 더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인격인 회사는 1인이 아니라 수많은 넥슨 임직원에 의해 움직입니다. 넥슨에 딸린 회사와 구조를 먼저 되짚어 보겠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별 소유지분도’ 넥슨
그룹 가치만 무려 25조 원 이상 넥슨그룹의 최대주주는 故 김정주 회장이며, 김정주 회장은 넥슨그룹 최상의 지배회사 NXC의 지분 67.5%를 갖고 있습니다. NXC는 일본에 상장되어 있는 NEXON의 최대주주입니다. 1994년 설립된 넥슨은 본사를 한국이 아니라 2005년 일본 도쿄로 옮깁니다. 당시 넥슨은 이미 여러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넥슨은 게임의 메카 일본에서 IPO(기업공개) 함으로써 글로벌 게임 기업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마치 쿠팡의 나스닥 상장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넥슨을 일본 기업이라고 착각하면 ‘아니’ 됩니다. NEXON(舊 넥슨 제팬)의 대주주는 넥슨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NXC입니다. ㈜NXC의 지분 대부분을 김정주 회장 가족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넥슨의 가장 큰 자회사는 ‘㈜넥슨코리아’며, 넥슨코리아와 마찬가지로 비상장사인 네오플, 상장사 넷게임즈와 넥슨지티가 넥슨그룹의 주요 회사입니다.
이참에 NEXON의 재무 상태를 살짝 엿보면 2021년 기준 자산총계 10조 2,895억 원이며 매출액 2조 8,623억 원과 영업이익 9,381억 원 그리고 당기순이익 1조 1,981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이후 매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NEXON은 두 개의 사업부로 운영되는데 PC(Personal Computer)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부서입니다. 일본, 중국, 한국 등의 온라인 게임 제작, 개발 및 배송, 청구서 및 회원제 구축과 관련된 컨설팅 서비스 제공, 비즈니스 전략, 게임 운영, 중국에 위치한 유통 업체 마케팅, 게임 내 광고 사업 부서를 운영하며, 게임 내 인기 캐릭터들의 제작과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넥슨그룹의 중간 사업 지주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도쿄증시 시가총액이 25조 2,735억 원입니다. 넥슨그룹의 주요 회사가 NEXON 밑에 달려 있는 상황을 본다면 넥슨 전체 가치가 25조 원 이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 네이버증권 NEXON 주주구성
| 넥슨의 게임 회사들
김정주 회장이 만든 넥슨의 주요 기업들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넥슨코리아 – 눈에 띄는 국내 매출 제일 먼저 ㈜넥슨코리아입니다. 주식회사 넥슨코리아는 온라인게임과 기타 무선인터넷 게임 서비스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사업 목적으로 2005년 10월 1일 설립되었습니다.
비상장사인 넥슨코리아의 2020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약 4.5조 원으로, 직전 연도 약 2.7조 원에서 1.7조 원 정도 규모가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부채비율도 34% → 102%로 증가했지만 현금성자산 1.1조 원, 금융자산이 1.5조 원이 있으니 유동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재무적으로 월등한 회사가 2020년 기타금융부채 약 1.4조 원이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 이자 616억 원을 내야만 했는데, 자산항목이 골고루 늘어난 것 외에는 특이점이 없습니다. 게다가 매출액은 2019년 1.2조 원 → 2021년 2.1조 원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영업이익 6,343억 원, 당기순이익 4,501억 원으로 손익 부분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금흐름도 개선되었고(영업활동현금흐름 8,172억 원) 투자활동 현금흐름 약 1조 원은 대부분 금융자산투자 9,442억 원과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 2,217억 원으로 지출되었습니다. 기말의 풍부한 자금 등 굉장히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2020년 보여주었습니다. 비상장사기 때문에 3월 말이 되어야 2021년 감사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DART 넥슨코리아 2020 감사보고서
넥슨코리아의 매출액 상승은 주석 35번 영업부문 ‘게임 매출’ 증가 숫자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나누었을 때 국내 매출이 약 1.8조 원으로 증가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2018년 이후 글로벌 전체가 증가했으면, 2020년은 국내 쪽이 높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넥슨코리아의 특이사항은 주요 종속회사를 넥슨코리아로 합병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중 종속회사 ㈜불리언게임즈를 합병하였으며, 2월에는 종속회사 ㈜넥슨레드를 합병하였습니다. 둘 다 넥슨코리아의 규모에 비하면 작은 종속회사지만, 넥슨코리아의 이름으로 귀속시키는, 즉 지배 구조를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2020년 넥슨코리아가 지배기업인 ‘NEXON Co., Ltd.’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5,184억 원으로 차입금과 대여금을 통한 자금의 조달, 상위 회사로 배당금 지급, 작은 계열사 합병 등 사업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을 깜빡이고 있습니다.
© DART 넥슨코리아 2020 감사보고서
② ㈜네오플 – 황금알 낳는 거위 넥슨그룹이 넥슨코리아를 통해 뭔가 움직임을 드러낼 때, 뒤에서 가장 넥슨의 뒷배가 되어 주는 회사는 ㈜네오플입니다. 2020년 네오플의 매출액이 8,910억 원으로 축소되었습니다만 여전히 당기순이익 6,706억 원을 기록합니다. 주식회사 네오플은 2001년 4월 2일 설립되어,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전문 게임 개발사로서 ‘던전앤파이터’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20년 네오플의 자산총계는 약 5.4조 원을 넘습니다. 2016년 1.4조 원 → 2017년 2.2조 원 → 2018년 3.5조 원 → 2019년 4.8조 원. 매년 1조 원 이상 자산이 증가하는데 다른 게 아니라 금융자산과 현금이 늘고 있습니다. 게임 하나로 늘어나는 ‘부’를 가만히 둘 수 없으니 우선은 금융자산과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모아둘 뿐입니다. 코로나 전후 대규모 M&A 시장이 오픈 될지도 모르기에 자금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도구입니다. 네오플의 풍부한 자금은 지배기업인 넥슨코리아로 옮겨져 ‘대기’ 중입니다.
© DART 넥슨코리아 2021.3.19 공시
넥슨코리아는 네오플의 100%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네오플이 투자를 하나, 넥슨코리아가 M&A를 하나 별반 다를 바는 없습니다. 네오플의 주력은 ‘던전앤파이터’뿐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네오플은 넥슨그룹에게 Cash Cow를 넘어선 존재입니다. 네오플이 얼마나 잘 벌고 있는지는 사실 여타의 게임사와 비교가 힘든 정도입니다. 영업이익률이 90%가 넘은 지 오래고, 심지어 2019년에는 매출액 1.1조 원인데 당기순이익이 더 많았던 회사입니다. 당기순이익 1조 2,616억 원은 그간 쌓아 둔 금융자산 덕분에 은행이자 수익 1,194억 원이 더해졌을 때 나온 최고 수치입니다. ‘1년에 1.2조 원을 벌다니!’ 2019년 정점을 찍고 이후로는 매출과 이익이 줄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네오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넥슨이 매각을 고려했을 때 중국 기업인 ‘텐센트’가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이유가 바로 네오플입니다. 텐센트가 탐내는 건 ‘넥슨의 네오플’ 그리고 던전앤파이터입니다.
© DART 네오플 2020 감사보고서
네오플 지역 매출 비중 중 중국은 전체 89%에 달하며, 이게 다 텐센트가 네오플에 지출하고 있는 로열티 비용입니다. 텐센트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유통사입니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네오플을 인수할 수만 있다면, 매출액이 조금 감소하더라도(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임을 감안) 높은 이익률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넥슨코리아 입장에서는 네오플은 황금 알을 낳는 오리인 셈입니다. 넥슨그룹에게 네오플은 대단한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2018년 기점으로 중국 지역 매출액이 감소 추세라는 사실이 최근 넥슨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재무제표 읽는 남자 작성 : 네오플 중국 매출액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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