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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의 ‘무지출 챌린지’ 의미와 부동산시장 인사이트

Summary

- 최근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18년 동안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 4배 상승

- 강남 지역과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 역시 2배 격차로 벌어짐

- 내 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조금이라도 보태야 하는 MZ 세대의 ‘무지출 챌린지’

- 윤석열 정부는 세대별 트렌드를 통해 부동산 정책 방향을 빠르게 설정해야

 

© iStock

 

서울 30평 아파트값 18년 전의 4배 상승...‘강남비강남격차 15

경실련 발표로 보는 주머니 경제 현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요즘 시중에 가장 많이 도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인플레이션 상황 속 월급 받아 생활하는 대다수 국민의 주머니 경제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7월 19일 발표한 ‘집값’ 관련 발표는 다시 한번 각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경실련 발표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18년간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 4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2004년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 변동을 분석한 결과, 3억 4000만 원이던 서울 30평형 아파트값이 12억 8000만 원으로 약 3.8배 올랐다는 것이다. 아파트값이 9억 4천만 원 상승할 동안 노동자 임금은 같은 기간 1천9백만 원에서 3천6백만 원으로 2배 올랐다. 2004년에는 18년 동안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 두 배인 36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 연합뉴스(2022.07.19). "서울 30평 아파트값 18년 전의 4강남-비강남 격차 15"

 

경실련은 발표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25개 구별 3개 단지 표준지 아파트 또는 1000세대 내외 대단지 아파트 75개 단지 12만 4000세대를 대상으로 2004년 이후 18년간의 시세 변동을 분석했다고 한다. 또한, KB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이들 아파트의 3.3㎡(1평) 당 가격 평균치를 시점별로 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정권별 아파트 가격을 당시 대통령 임기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20081) 52500만 원으로 오른 아파트 가격은 이명박 정부(20131) 당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 등 금융위기 여파로 49100만 원까지 하락했다. 하락했던 아파트 가격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2017559900만 원을 기록했고,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올해 5127800만 원으로 2배 넘게 상승했다.

 

© 연합뉴스(2022.07.19). "서울 30평 아파트값 18년 전의 4강남-비강남 격차 15"

 

더불어 경실련은 서울 강남 3(강남·서초·송파)와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30평형 아파트 기준 200438천만 원에서 2022년 현재 151천만 원으로 벌어져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18년 동안 강남 3구는 6억 8천만 원에서 26억 1천만 원으로 19억 원 넘게 올랐지만, 비강남 지역은 3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8억 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인 최근 5년 동안에만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2배 격차로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실련에서 발표한 내용대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18년 동안 많이 올랐고, 서울 아파트를 내 집으로 마련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집 사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내 집 마련의 어려움 속에서 최근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2030 젊은 세대의 ‘무지출 챌린지’는 어떠한 상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부동산시장과 관련된 인사이트(insight)는 어떤 것인지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030세대의 무지출 챌린지?...MZ 세대의 무소비배경과 의미

아나바다’ 아니고 그냥 안 써요 ‘무지출’에 도전한다? 돈을 안 쓴다. 안 쓰겠다. 안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무지출 챌린지는 가성비와 함께 가심비*를 따지는 2030 MZ 세대 중심 트렌드다. 무지출이 꼭 ‘절대 지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무소비’를 목적으로 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따라서 무지출 챌린지란 아껴 쓰겠다는 의미보다는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어야 하는 것이 맞다. ‘명품족’, ‘보복 소비’와는 개념적으로 반대인 셈이다.

 

* 가심비: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일컫는 말

 

그렇다면 어떻게 무지출 챌린지를 실천할 수 있을까? 개인이 처한 여건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직장이 있는 경우라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도시락을 싸가거나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커피는 회사 탕비실에 마련되어 있는 인스턴트커피 또는 내려먹는 원두커피를 먹는다. 주말 역시 이른바 ‘냉장고 털기’나 ‘냉장고 파먹기’를 통해 외식을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 평소 친구들과 약속이 많았다면 약속 자체를 확 줄인다. 꾸준히 다니던 헬스장 역시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으로 대체한다.

 

MZ 트렌드 겨냥해 금융기관도 변신 무지출 챌린지 자체가 MZ 세대들의 시대적 트렌드이다보니 또래와의 자산 비교나 절약 챌린지 등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남들과 소비를 비교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시중 금융기관을 통해 제공되기까지 한다. 몇 개로 흩어져 있는 금융자산을 한눈에 보여주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BK기업 등 6곳이 마이데이터 경쟁에 나섰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자사 포인트 제공, 우대금리, 현금 캐시백, 쿠폰과 상품 등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마련해놓고 있다. 최초 가입자를 대상으로 LG 프라엘과 샤넬 카드 홀더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고객 유치전이 치열하다.

 

© 팍스넷뉴스(2022.01.11). 시중'역작' 써봤더니···

 

신한은행의 경우 젊은 세대가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서비스 네이밍 자체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메타버스와 유사한 ‘머니버스(MoneyVerse)’로 정했다. 일별 소비, 공과금 납부 등 개인적인 금융 일정뿐만 아니라 공모주 청약일 일정까지 보여주는 ‘MY 캘린더’를 마이데이터 메인 페이지 상단에 배치했다. 자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또래 부자들과 금융자산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KB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시했다. KB마이데이터의 경우 자산 확인 목적으로 가입 기관을 연동시키면 전체 자산을 한 번에 다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앱을 통해 입출금과 예·적금 자산뿐 아니라 주식과 기타 증권 자산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 보유 주식의 수익률과 주가에 따라 총자산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마치 증권사 앱을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 팍스넷뉴스(2022.01.11). 시중'역작' 써봤더니···

 

2030세대의 무지출 챌린지’, 부동산시장에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돈 아껴서 안 사거나’ ‘보태거나 MZ 세대는 무소비를 통해 아낀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것을 지금의 부동산시장에 투영시키면 2가지 결론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집 사는 것 포기. 소비하지 않기 위해 돈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니 집을 사기 위한 지출 또한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집값, 아파트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사고 싶어도 본인들의 능력 밖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살 수 없는 범위 밖이니 포기하는 것이다. 인생 자체를 긴축 모드로 전환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생활비 아끼는 것과 내 집 포기는 너무 차원이 다른 비유라고 할 수도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집 사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이것저것 아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아껴 진짜 하고 싶었던 일,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데 아낌없이 플렉스(Flex)’ 하겠다는 결단결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MZ 세대라면 대부분 안다. 집 사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결단하는 의미심장한 다짐이 바로 무지출 챌린지다.

두 번째는 집 사는데 보태기. 아껴 써 모은 돈으로 언젠가는 내 집 마련에 조금이라도 보태겠다는 의미다. 물론 무소비로 아낀 돈만으로는 집을 사지 못한다. 7억 하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문재인 정부 지나면서 약 15억 정도 상승했으니 돈 아껴 집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어차피 대출로 집을 마련해야하니 종잣돈 모으는데 조금이라도 보태겠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님 찬스로 내 집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검약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 심정으로서의 선택일 수도 있다.

이상 두 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이라거나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무지출 챌린지의 배경은 최근 급격하게 올라버린 아파트값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기에 무엇이라도 아끼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과 정부는 알아야 한다.

 

부동산 시계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절박한 젊은 세대의 선택을 외면하게 된다면 이들은 0.73%p로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가 세대적 고민을 도외시한다고 느낄 수 있다. 주거상향을 위한 주거사다리를 부여잡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갈망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최소한 부동산 정책 분야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4050세대를 등한시하고 2030세대만 챙기라는 것이 아니다. 세대별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트렌드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 설정을 위한 의미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안 쓰거나 아니면 아껴서 소비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 세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9월에 있을 ‘민족 대이동’ 추석을 앞두고 8월이면 모든 정권들이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듯 발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을 이사 철추석 민심이 있는 9월에 앞서 8월 부동산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정권치고 성공한 정부가 없다. 불과 한 달여 남았다. 시간이 촉박하다. 부동산 시계는 지금도 소리 내며 돌아간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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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
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