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대 국정과제’로 본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
Summary
-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담긴 향후 부동산 정책 분석
- 이번 국정과제는 세부적인 실행계획이라기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가까움
- 지방선거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와의 주도권 다툼이 예상됨
-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시장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윤석열 정부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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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에 어떤 내용 담겼나?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이 발표됐다. 지난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 하에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관련 15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이중 ‘[약속 02] 국민의 눈높이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겠습니다’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부동산 정책이 담겼다. 순서로는 7번부터 10번까지 총 4개 과제다.
부동산 정책 관련 첫 번째 공약인 7번째 국정과제는 ‘주택 공급 확대,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한 주거안정 실현(국토부)’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강남 규제를 위해 재건축 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을 의도적으로 제한해왔다. 그 결과 현재 재건축 아파트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희소성 및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윤석열 대통령 후보 당선 이후 15주 만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소폭이지만 가격이 상승 중인 배경이다.
8번째 국정과제는 ‘안정적 주거를 위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기재부)’다. 이 국정과제의 방점은 ‘부동산 관련 세제’의 현실화에 있다. 현실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안정적 주거 역시 키워드다. 그러나 안정적 주거를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세제 정상화라는 전제가 있다. 인수위가 언급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중과 유예’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산해 과세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주택 양도세 관련 내용도 전반적으로 다시 손볼 것이 분명하다. 결국, 주택 보유와 양도에 대한 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편이 될 것이란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문재인 정부 내내 나왔던 징벌적 부동산 세제에 대한 부동산 민심과 원성을 완화하는 방향이다.
9번째 국정과제는 ‘대출 규제 정상화 등 주택금융제도 개선(금융위)’다. 인수위에서 얼마 전 발표했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LTV 완화’ 등 주택 마련을 위한 주택금융제도 개선 방안을 총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LTV 최대 상한을 80%로 완화하고, 생애 최초 구입자 외에는 주택시장 상황과 DSR 안착 여건 등을 고려해 LTV를 지역과 무관하게 70%로 단일화, 그리고 다주택자 LTV는 규제지역 0%에서 30~40%로 완화하는 내용 등이다. 주택연금 대상자 역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른 가격 등을 감안해 일반형은 현재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10번째 국정과제는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국토부)’다. 생애 주기별·지역별 주거사다리의 구축을 통해 주거복지를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연도별·지역별 로드맵 역시 주거복지 지원 방향에 맞춰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 등 정비 사업 관련 제도의 합리적 조정과 이를 통한 도심 내 주택 공급 촉진 계획 역시 이러한 정책적 방향과 부합한다. 경기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에 대한 특별법 역시 예정대로 추진될 듯하다. 임대차 3법의 경우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고려해 파기 수준의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가 청문회 때 이미 예고한 바 있다. 또한 올해 공시가격 변동으로 국민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방안도 국정과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실행계획 데드라인은 ‘6월 1일’ ‘110대 국정과제’라는 이름 아래 부동산 관련 4개의 국정과제가 다뤄졌지만, 이것이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 전체라고 바로 읽히지는 않는다. 시장에서 작동될 실행계획으로서의 내용들은 언급되지 않은 채 묻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국정과제 발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 큰 틀에서 선언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디테일은 빼고 발표했다는 이야기다.
실행계획을 포함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정부 출범 후 제시될 것이다. 지난 4월 18일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을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 청문회 때 발표할 것인지, 안철수 인수 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것인지 설왕설래했다가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이 “새 정부 출범 후 종합 발표하겠다”고 정리한 바 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취임일인 5월 10일 이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6월 1일을 넘겨서는 곤란하다. 6월 1일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지역은 서울과 수도권이다. 서울의 집값 변화 및 부동산 정책 영향은 수도권과 밀접하다. 서울과 수도권은 동시에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받거나, 서울 집값 상승을 경기도에서 받아 문제를 완화해 주거나, 반대로 서울이 경기도로의 인구이동을 부추기거나 경기도의 인구 일부가 서울로 이동하는 등 상호 보완재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김동연 후보가 당선될 경우, 최소한 경기도에서만큼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닌 김동연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경기도 관련 부동산 정책 공약 대부분이 김동연 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소위 ‘부동산 맞불 작전’이 가능해진다.
수도권 둘러싼 주도권 싸움 예상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공약은 '1·3·5 부동산 정책'으로 요약된다. 1·3·5 부동산 정책은 '1기 신도시를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로 업그레이드', '3기 신도시의 자족 도시화', '50% 가격대 반값 주택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공급' 등이다. 나아가 김동연 후보는 1기 신도시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부동산 관련 입법과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중장기 국정과제'라고 밝히면서 한 발 뺐다가 더불어민주당과 지역 주민들이 "공약 파기"라며 반발하자 다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27만 7760가구가 몰린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방침은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핵심적인 주요 이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통해 평균 용적률 200% 수준인 1기 신도시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여 10만여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막상 당선되니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련 지역의 민심 동요가 1기 신도시 이외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이에 윤석열 인수위는 옛 도심의 노후 주택 지역도 재개발하기 위해 재정비 촉진 대상 지역을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이외에 이들 지역이 속한 고양·성남·부천·안양·군포 등 5개 시 원도심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혜 대상에서 빠진 이들 지역 인근인 광명·용인시 등의 재건축 단지들이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은 왜 빼냐는 것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하남 교산신도시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도 용적률 상향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적용 대상 지역 확대가 부른 파장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김동연 후보가 틈새로 파고들어 공약을 제시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전부터 집값 상승, 관건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추진되는 시발점이다. 그렇기에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대감이란 문재인 정부 내내 추진되어 왔던 규제의 완화다. 규제 완화 기대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0.73%p 격차의 초박빙 경쟁이었고, ‘부동산 민심’이 반영된 ‘부동산 선거’였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은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 징벌적 부동산 과세 개편 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분위기가 더 뚜렷하게 시장에 반영됐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가격을 리딩하는 대표 아파트들의 가격이 최근 2개월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파이낸셜뉴스(2022.04.25). 대장아파트 따라 키맞추기… 집값 상승 우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 연준의 ‘빅 스텝’으로서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 한국은행 역시 5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LTV 대출 규제 완화는 있겠지만 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에 대해서는 동결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폭발적인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 분위기에 밀려 당초 약속했던 부동산 공약을 공약대로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시장의 불신’을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의 믿음, 시장의 믿음을 인수위는 이미 한차례 놓쳤다. 이 믿음을 확고히 보여주지 않으면 6월 1일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의 부동산 정책이 따로 추진되면서 따로따로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로만 부동산 정책이 뒤집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정한 대로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문재인 정부로부터 반면교사 삼을 만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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