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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 분당 아파트 집값은 왜 일산의 두 배가 되었을까?

SUMMARY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개발 시점은 1990년대 초반으로 서로 비슷했지만, 지금은 신도시별로 서로 다른 결과와 방향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무엇이 신도시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 개발 후 30여 년의 시간이 누적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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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두 배 차이, 희비 엇갈린 분당과 일산 분당신도시(분당구)와 일산신도시(일산동구, 서구)를 두고 한 때 이렇게 불렸다. 천당 아래 ‘분당’, 천하제일 ‘일산’. 요즘에는 천당 위 분당이라는데 일산신도시는 천하제일 소리가 빠졌다. 분당신도시와 일산신도시의 명암이 이제 극명하게 갈렸다. 표면적으로는 분당신도시의 승리다. 아파트 매매가격 비교만으로도 그렇다는 얘기다.

분당 아파트 가격은 일산신도시 아파트 가격의 두 배 수준으로 높다. 부동산R114 렙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현재 분당신도시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가격은 12억 수준이다. 반면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가격은 약 6억 6천만 원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신도시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가격이 8억 1천만 원 수준인 것은 감안할 때 일산신도시의 가구당 아파트 평균 가격은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평촌신도시의 가구당 아파트 평균 가격인 8억 원 수준보다 낮고 산본(5억 1천만 원), 중동(5억 7천만 원)보다는 높았다.

 

자료: 부동산R114 렙스 자료 활용하여 저자 작성

 

신도시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00만 호 주택 건설사업은 국토 및 도시계획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이나 계획을 갖고 준비한 사업이 아니다. 당시 폭등한 서울의 집값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고 급기야 목숨을 버리는 등 대단히 큰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 200만 호 주택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말 그대로 특단의 대책이었다. 초유의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 추진으로 레미콘 등에 바닷모래를 사용하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기도 했지만, 강남 아파트값을 10년 이상 잡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과 더불어 어찌 되었던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직면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택지가 1989년 104.2㎢가 공급되는 등 1982~2017년 사이 연평균 28.1㎢, 총 1,011.8㎢가 공급되어 주택공급 및 주택가격 안정에 획기적 계기가 되었다(국토연구원(2018), “지표로 본 지난 40년간 부동산정책의 성과와 과제”, 국토정책 브리프 No. 684).

수도권에는 현재 3기 신도시까지 공급되고 있다. 1990년 초반 서울의 주택 문제로 노태우 정부 때 200만 호 주택 건설사업을 하면서 분당과 일산신도시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2기 신도시 역시 서울의 주택문제가 시발이었다. 1기 신도시의 약발이 다한 것일까? 다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자 이때는 노무현 정부가 나섰다.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을 막기 위해 2003년부터 추진·건설된 신도시들이 이에 해당한다.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회천/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을 비롯해 충남 천안·아산신도시, 대전 서구·유성구 도안신도시 등 충청권 2개 지역을 포함 총 12개 지역 등이다.

1기 신도시가 공급된 것이 1990년 초반이니 벌써 30여 년이 지났고 2기 신도시 역시 20여 년이 지났다. 20~30년 지난 현재, 수도권 신도시들은 아파트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역 거점의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신도시 지역의 개발 여건 등에 따라 추가적인 도약이나 지속적인 집값 상승이 있는 신도시도 있고 반면에 어느 정도 정체된 곳도 있다.

 

자료: 머니S(2023.07.18) "비싼 이유 있었네" 아파트 값 최고가 신도시 판교, 3.3㎡당 '4400만원' 기사 내용 활용해 재 작성.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가격 차이 원인은 1기 신도시 가운데 대표적으로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분당과 일산 신도시를 비교해 본다. 초기 1기 신도시 개발 방향과 현재의 모습은 두 곳 모두 변화가 있다. 당초 계획인구는 분당신도시의 경우 39만 명이고, 일산신도시는 27만 명 수준으로 분당신도시가 계획 인구가 12만 명 더 많았다. 그러나 현재 인구 규모는 정반대다. 분당의 경우 48만 명인 데 반해 일산은 58만 명을 넘는다. 분당의 경우 10만여 명 증가했지만 일산은 30만 명 더 늘었다.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주택 수가 부족해서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인구가 적은 분당이 더 올랐다. 그것도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어디서, 무엇이 이런 격차를 만들었을까?

 

자료: 이코노미스트(2023.10.22). 분당과 일산은 어떻게 대표 신도시가 됐나[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자료: 경인일보(2022.08.28). [한강이 가른 신도시·(上)] 분당과 일산, 두 도시 이야기

 

간단하다. 개발 목적 차이에 있다. 분당은 ‘고용 창출 시설 유치로 자족적 경제기반 구축’이 개발 목적이었던 반면 일산의 경우는 ‘남북통일 대비 거점도시 확보’에 있었다. 또 입지 자체가 분당은 ‘경부축’을 중심으로 하지만 일산은 북한과 가까운 ‘휴전선(DMG)축’이었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2009년 판교신도시 및 판교에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 융합 특구’ 개발 이후 2012년 기업들이 대거 ‘판교테크노밸리’로 입주하면서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맞는다. 국내 유수의 IT 메이저 기업(네이버, 카카오 등)이 몰리자 매년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이 약 1억 원씩 오르다 2020년 정부의 서울 부동산 규제 강화 여파로 폭등했다.

일산 역시 지역개발 차원에서 오랫동안 시작되지 못했던 K컬처밸리가 CJ라이브시티로 바꿔 조성·확정되고 GTX-A가 착공하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20년 전후 모처럼 집값이 오르나 싶었지만 분당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차이는 일자리였다.

이런 여파 때문인지 최근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에서도 최근 경기 북부 신성장 거점 마련과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자족도시 구현을 위한 일산테크노밸리 사업 착공식을 했다. 분당과 일산 간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거주지 역할로서의 베드타운(bed town)이 아니라 일자리로서의 자족도시 기능을 갖추는데 일산은 분당에 비해 20~30여 년 늦은 시점에서야 그러한 기반 조성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일산테크노밸리는 산업시설용지(첨단 제조, 지식기반, 연구시설), 기타 시설 용지(도시지원시설, 복합지원), 도시기반시설 용지, 주거 용지, 상업용지로 구성된다. 판교테크노밸리가 IT 기반 중심이었다면 일산테크노밸리는 생명 의학(바이오 메디컬) 협력 지구(클러스터)와 미디어·콘텐츠 협력 지구(클러스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앞으로 30여 년 뒤 분당과 일산신도시의 변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전세가율의 진짜 의미 지역의 ‘전세가율’ 즉,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은 해당 지역 하위시장(sub-market)의 부동산 특성 파악을 위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자료: 부동산R114 렙스 자료 활용하여 저자 작성

 

분당과 일산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에는 어떤 차이와 특성이 있을까? 일단 1기 신도시 간 평균 전세가율의 순서는 분당(55.4%), 평촌(55.69%), 산본(56.58%), 일산(61.22%), 중동(62.61%) 순이다. 2023년 10월 기준 분당신도시의 전세가율은 51.36%, 일산신도시의 전세가율은 61.22%로 일산이 9.86% 높다. 1기 신도시 평균 전세가율인 55.4%와 비교해도 일산은 상대적으로 높다. 가장 높은 중동신도시(62.61%)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자료: 이코노믹리뷰(2019.0613). [신도시 30년, 신도시 재해석] ①1989년 '1기', 어디가 살아남았나?

 

전세가율 비교를 통해 1기 신도시 간의 서로 다른 특성과 유의미한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1기 신도시 내 구축아파트와 (신도시와 접한 인근)신축 아파트 간 가격차이가 클수록 전세가율이 낮을 수 있다. 신도시 내 신축이 많을수록 매매가격도 높고 전세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구축을 포함한 전세가격은 신축을 포함한 매매가격보다 낮다. 그렇기에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으로 전세가율은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가율이 낮다는 것은 신도시 내(또는 인근) 신축 아파트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며 매매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분당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아파트 가격의 오름세가 완만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실수요조차 집 사는 (매수) 시점을 뒤로 미룬다. 왜냐하면 전세로 당분간 거주한 이후 집값 변동 가능성을 보고 내 집 마련을 해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 지역의 주택가격이 향후 오르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 전세가율이 낮을수록 갭투자나 깡통전세 등의 위험성이 낮을 수 있다. 최근의 전세 사기 문제의 원인으로 갭투자가 주목받은 바 있다. 갭투자라는 것이 ‘전세가율이 높은 곳에서 소액 투자로 집을 매수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때 전세가율이 낮으면 소액으로 집을 살 수 없으니, 갭투자로 인한 피해 발생 자체가 확률적으로 어려워진다. 따라서 1기 신도시 가운데 전세가율이 가장 낮은 분당보다는 전세가율이 높은 일산이나 중동 등에서 전세 사고(사기)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1기 신도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신도시 역시 부동산시장의 한 부분일 뿐 예외적일 수 없다. 다만, 신도시에 따라 변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도시’의 물리적 고령화와 맞물려 향후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신도시에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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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