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따라 흐른 ‘부동산 민심’, 대통령을 결정하다
Summary
- 새벽이 되어서야 윤곽이 드러날 만큼 박빙이었던 이번 대선
-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대상이 서울이었던 만큼, 대선 향방을 가른 서울과 경기도 표심
- 집값 상승에 따라 같은 지역이면서도 다른 지지 양상을 보이는 곳들
- 6·1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있는 부동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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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박빙이었던 이번 대선 3월 9일 대선을 생방송으로 전파한 방송국들은 날을 넘긴 새벽 3시가 넘어서야 ‘확실’도 아닌 ‘유력’ 당선자를 발표했다. 결과는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표 차이가 이재명 후보와 0.73%p였다. 1% 차이도 아닌 그 이하로 승부가 갈렸다. 그만큼 박빙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엇이 승패를 갈랐을까? 무엇이 ‘3·9 대선’ 민심을 관통했을까?
© 동아일보(2022.03.11). 강남3구-마용성, 尹에 몰표…부동산세 폭탄에 ‘분노 투표’
방송국들은 전국적인 득표율을 그래픽 화면으로 연신 보여주기 바빴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대비됐다. 빨간색은 윤석열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거나 이긴 지역이었고, 파란색은 이재명 후보가 이기고 있거나 이미 이긴 지역이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연달아 우세지역을 보여줬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은 득표율이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분위기여서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지역은 강원도와 충청도 그리고 경기도와 서울 순이었다.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이 빨간색으로 바뀔수록 궁금증은 경기도와 서울 쪽으로 더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 순간은 4시에 당선이 확정된 이후부터였다. 그제야 전국적인 득표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경기도와 서울의 어느 지역이 누구에게 우세했고 누구에게는 불리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민심’이 향방 갈랐다 선거 결과를 결정지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서울의 부동산 민심이 역대 최소 26만 표 차 당선을 견인했다. 결국 ‘부동산’이었다. 서울은 문재인 부동산 정책의 시발점이자 종착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29번의 부동산 대책의 공간적 대상이 바로 서울이었고, 서울로 인해 경기도까지 대책의 영향이 크게 미쳤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인한 압출 압력을 오롯이 받은 지역이다. 급등한 전월세 가격을 피해 경기도로 ‘탈 서울’한 이동인구로 인해 경기도의 집값이 상승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경기도와 서울이 선거의 헤게모니(hegemony)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선거가 ‘부동산 선거’, ‘부동산 민심’이었던 이유다.
© 동아일보(2022.03.11). 강남3구-마용성, 尹에 몰표…부동산세 폭탄에 ‘분노 투표’
© 중앙일보(2022.03.11). 윤, 서울서 이보다 31만표 많아…한강변 중심 14개구서 이겨
‘한강’ 따라 흐른 ‘민심’ 선택은 윤석열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는 서울 부동산 민심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서울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윤석열 후보를 찍은 서울 ‘표’는 한강을 따라 흘렀다. 한강과 밀접한 강남 3구와 마(포구)·용(산구)·성(동구)이 대표 지역이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많은 지역은 14개 구였다. 이재명 후보는 11개 구에서 우세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들 1위 지역을 포함 서울에서 얻은 표가 이재명 후보보다 31만 표 많았다. 역대 최소 26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으니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의 득표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서울 지도를 보면 확연하게 구별된다. 윤석열 후보가 우위를 점한 1위 지역을 지도에서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한강변에 위치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으로는 강동구로부터 시작해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영등포구, 양천구로 이어진다. 강북의 경우에도 광진구로부터 시작해 성동구, 용산구, 마포구와 안쪽으로 동대문구, 중구, 종로구 등이 포함된다. 이들 한강변 지역 이외 11개구 가운데 한강변에 접한 지역은 강서구가 유일하다. ‘한강 뷰’라는 말처럼 한강변에 위치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한강 따라 대선 민심이 흘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 중앙일보(2022.03.11). 윤, 서울서 이보다 31만표 많아…한강변 중심 14개구서 이겨
© 동아일보(2022.03.11). 강남3구-마용성, 尹에 몰표…부동산세 폭탄에 ‘분노 투표’
한강 주변에 위치한 지역 가운데 윤석열 후보의 1위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역시 강남구(67.01%)였다. 그다음이 서초구(65.13%), 송파구(56.76%), 강동구(51.70%) 순이었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가 1위인 지역은 강북구(52.32%), 금천구(51.56%), 중랑구(50.45%) 순으로, 한강으로부터 거리가 가장 먼 즉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종합해 보면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곳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이것은 결국 ‘원하지 않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에 대한 민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동네, 다른 지지...왜? 서울 강서구를 지난 한강물은 경기도 고양시(일산 신도시 등)를 지나면서 서해로 흘러간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 역시 급격하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의 득표 비율이 한강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이는 이들 지역이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 때부터 특정 지역 출신 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 역할을 해온 지역인 만큼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등을 민심으로 표출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지지가 있었다고 본다.
고양시(일산 신도시 포함)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는 서울과 경기도뿐 아니라 전라도 광주의 봉산동 일대에서도 나타난다. 전라도 광주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선호 지역이나, 이번 대선에서 봉선동 지역은 예외적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광주 남구 봉선2동에서 윤석열 후보는 득표율 21.87%를 기록했다. 이것은 윤 후보의 광주 동별 득표율 1위에 해당한다. 봉선2동 제5투표소에서는 39.11%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도 광주 전역에서 윤석열 후보가 평균 12.72%를 득표한 점을 감안하면 평균 3배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셈이다.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불로초등학교 내 해당 투표소는 호가 15억 이상 아파트 3곳 사이에 위치한다. 지역 내에서 고가의 아파트가 많이 있는 곳일수록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광주에서도 증명된 것이다.
같은 서울이라고 하더라도 똑같이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지 않았던 것과 같이 같은 동네라고 하더라도 득표율 디테일은 달랐다. 같은 양천구, 노원구라도 하더라도 동네에 따라 득표율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서울 양천구 전체적으로는 윤석열 후보가 우세했지만 신월동 일대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반대로 서울 노원구 전체적으로는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았던 상계동에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같은 동네에서도 행정구역 또는 투표소에 따라 득표 결과가 달라짐을 의미한다.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의 공통적 특징은 최근 급격하게 오른 집값으로 인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많이 부과된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이 부동산 민심이 반영된 부동산 선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방선거에 쏠리는 ‘부동산 민심’ 대통령 선거는 일단락됐다. 승패는 가려졌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부동산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런데 6월 1일 지방선거가 또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시장 측면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이렇다. 윤석열 당선자를 만들어준 ‘부동산 민심’이 이때도 유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윤 당선자를 만든 동인(動因)이었다면 이 동인이 ‘유효하게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상컨대 일부 지역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대상 일부 아파트의 호가가 다시 상승한 것으로 볼 때, 일부 지역의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기대감이 여전할수록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가 나타날 것이다. 반면 당선 이후 구성된 인수위 활동 등을 통해 부동산 정책이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로드맵, 규제완화 방안 등이 적절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 따라 대통령 선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민심’이자 ‘여론’이다.
이런 이유로 ‘6·1 지방선거’에 쏠리는 ‘부동산 민심’의 향배가 궁금하다. ‘부동산 민심’의 향배를 놓고 분위기를 선점하기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국회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부동산 공약 관련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상승폭 완화, 종합부동산세 유예를 통한 보유세 완화, 서울 및 지방 시장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 대상 지역 해제 문제 등 규제완화 대부분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유권자들의 시선은 국회로 쏠리고 있다. 그 결과는 대선에 이어 6월 1일 지방선거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아직도 ‘부동산 선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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