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윤석열 정부’ 부동산 시장 에피소드
Summary
- ‘윤석열 시대’의 개막, 키워드로 살펴보는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
- 이전 정부의 부동산 실패로 당선된 윤석열 정부의 두려움
-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상황 속 '차라리 매입'을 선택한 2030
- 전세 대출 대신 높아진 이자를 월세로 지불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시장에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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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부터 시작됐지만 소위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분위기가 현재로 이어지는 형국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권 바뀜에 따라 일단락되고 리셋(reset) 된 상태로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market)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무소의 뿔’처럼 제 갈 길을 간다. 자유경제시장의 원리다. ‘정권의 힘’보다 ‘시장의 힘’이 세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서 정권은 바뀌었으나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정중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은 “거래 절벽으로 인해 관망세 시장이 길어지고 있다”고 평한다. 그렇다면 과연 ‘관망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무엇일까? 몇 개의 키워드를 통해 현재 시장을 관통하고 있는 상황들을 에피소드(episode) 형태로 살펴보고자 한다.
① 정권 교체에도 왜 관망세인가 첫 번째는 ‘관망세’다. 여기서 포인트는 ‘관망세’ 자체가 아니라 왜 ‘관망세 시장’으로 바뀌었냐는 것이다. 전 정부의 부동산 실패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 정부가 시작되었다면, 이러한 기대감으로 시장이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서울·지방할 것 없이 거래 부진 속 관망세 시장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이 질문에 “이것 때문이다”라고 확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관망세 시장이라는 결과는 맞지만 관망세 시장을 만든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출범과 연관 지으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다. 새 정부도 겁이 난다. 이전 정부의 부동산 실패 때문에 정권이 바뀌었는데 또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할 말이 없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새 정부에도 존재한다.
정권이 바뀌는데 가장 주효했던 새 정부 주택정책의 방향성 두 가지 모두 가격 상승과 직결될 수 있는 이슈다. 바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세금 관련 규제 완화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아파트 가격 상승의 ‘핵폭탄 급’ 파괴력을 갖고 있는 서울 강남과 직결된다. 세금 관련 규제 완화 역시 서울 다주택자들의 매도 시점과 수요자들의 매수 시점이 동시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규제의 폭과 시기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이렇기에 인수위 때부터 원희룡 장관의 취임 시점까지 ‘속도 조절론’이 대두된 것이다.
새 정부의 시장 눈치 보기는 결국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아직 정부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시작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결국 ‘정책의 불확실성’은 시장의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블랙홀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망세 시장을 형성시킨 배경이 됐다. 원희룡 장관이 온라인 취임식을 통해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250만 호 플러스알파(α)'의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듯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은 8월경 있을 주택 공급 대책 발표에 따라 해소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의 발표 내용 및 당시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란 점에서 정부도 이에 심혈을 기울일 것임은 분명할 듯하다.
② 미 연준의 ‘빅 스텝’ 금리 인상 두 번째 키워드는 ‘금리’다. 더불어 ‘차라리 매입’이다. 미 연준의 빅 스텝(big-step)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는 치명타다. 어쩔 수 없이 대출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 한국부동산원(2022.05.26.). [보도자료]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2022년 5월 4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은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서울시 아파트 평균 가격인 13억 8천여만 원을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바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2022년 5월 27일 현재, 부동산 114자료). 참고로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7억 1천만 원, 경기도 6억 6천만 원, 부산시 5억 5천만 원 수준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매수자들은 사려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돈에 자신의 전세보증금과 갖고 있었던 쌈짓돈을 보태 집을 매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출받은 원금과 이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매달 원리금 상환하게 된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보니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쉽게 매수 결정을 못 하게 된다. 특히 지금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여건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는 점에서 매수자들로 하여금 시장 진입을 더디게 하는 관망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은 이런데 다른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차라리 매입’ 사례의 증가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직장인 윤 모(33) 씨는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소형 구축 아파트를 샀다. 워낙 작은 평형인데다가 준공 20년을 넘긴 구축 아파트인 탓에 오히려 그간 전세로 살던 오피스텔보다 주거 환경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럼에도 윤 씨는 “전세대출을 더 받아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내 집을 갖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주인이 한차례 전세 계약을 갱신한 이후 다음에는 전세 보증금을 크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기에 일찌감치 소형 아파트 매매를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같은 대출이자를 내더라도 내 집을 갖는 편이 맞는 것 같아 무리해 집을 사게 됐다”라고 말했다.
- 헤럴드경제(2022. 06.01). “전세 올려주느니 차라리 매입”…2030, 다시 아파트 산다[부동산360]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거래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전국 3만 5679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2030 세대가 매수한 경우는 1만 264건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28%로, 집을 구매한 사람 4명 중 1명은 2030 세대인 셈이다. 2030의 아파트 매입은 지난해 10월 1만 4416건을 기록했지만, 11월부터 1만 건 밑으로 떨어지며 1월에는 7,336건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다시 반등세를 기록해 다시 1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로 한정할 경우, 2030의 아파트 매수 비율은 더 커진다. 4월 전체 연령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624건이었는데 이중 2030의 매입은 42%에 달하는 687건에 달했다. 특히 30대의 경우 4월 한 달 동안 서울 내 아파트 매입 건수가 585건에 달하는데 지난해 이후 다시 500건 이상으로 회복한 모양새다.
높아진 주택 가격과 강화된 대출 규제 탓에 아파트 매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2030이 다시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은 최근 급등한 전세 가격과 더불어 전세 물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전세 가격 상승 탓에 반전세로 바뀐 경우가 상당하고,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준주택의 경우 아예 월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5만 8,318건을 기록했는데, 월세는 13만 295건으로 전체의 50.4%를 기록했다. 12만 8,023건으로 49.6%에 그친 전세를 넘어선 셈이다.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차라리 매입’에 나선 2030세대의 개별 매입 비용 조달에 대해서는 불법이 아닌 이상 매매 거래 신고서 및 자금 조달 계획서 등을 확인하면 대강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천에 대해서는 전부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자금조달의 원천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제한적인 공간 특성이다. 서울의 경우 다른 지방에 비해 가격 상승 여력이 더 있다. 그러니 이참에 매입하자는 결정이 입지적으로 ‘서울’이었기에 결정했으리라는 측면이다. 이것은 향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디테일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이다. 서울과 지방을 시장 분위기를 달리 봐야 한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③ ‘차라리 월세’ 외치며 기회 엿보는 시장 세 번째 키워드는 ‘차라리 월세’와 더불어 ‘영끌한 2030세대’다. 금리가 오르다 보니 전세대출받아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는 것보다 올라간 금리만큼의 이자를 아예 월세로 지불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84㎡형 아파트에 2018년부터 전세로 살고 있는 A 씨. 6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은 A 씨에게 전세보증금을 11억 원으로 현재보다 4억 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아이 학교와 직장 문제도 걸려있던 터라 이사를 하기보다 재계약이 낫다고 판단한 A 씨. 보증금 증액분은 대출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A 씨는 발길을 돌렸다. 3% 후반대로 치솟은 전세대출 금리 때문이었다. 4억 원을 빌린다면 한 달 이자만 120만 원 정도를 내야 했다. 결국 A 씨는 차라리 월세가 낫겠다 싶어 집주인과 보증금 7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을 내는 반전세 계약을 맺었다.
- 서울경제(2022.05.30). 전세 4억 빌리면 이자 120만원…"차라리 월세 살래요"
© 서울경제(2022.05.30). 전세 4억 빌리면 이자 120만원…"차라리 월세 살래요"
금융권에선 한 번에 0.5%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미국의 빅 스텝에 맞춰 최소 3번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현재의 1.75%가 아닌 2.50%에 이를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이렇게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8%대까지 치솟을 거란 예상도 제기된다. 시중에서는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 4%를 넘으면 매수자의 관망세가 커지지만 5%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매수 자체를 포기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지역에 따라 집값 하락폭이 커지는 상황도 연출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판단이 서울과 지방 등 지역에 따라 상이하다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관련 내용 및 8월경 나올 부동산 대책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올가을 전통적인 이사 철이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모멘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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