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98% vs 2%, 편 가르기가 안 되는 이유
Summary
- 98% 국민은 안심하라는 정부 발표와 정반대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 글
- 종부세 대상을 제대로 산출한 결과, 기재부가 내놓은 수치보다 3배 많을 전망
- 또한, 종부세로 인해 전월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잠재적인 피해 당사자는 더 많을 것
-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정책적 노력은 계속돼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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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입장 발표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
제가 국민 2% 부자입니까? 종부세는 ‘일부 고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부과되는 부유세 성격이니 종부세를 내지 않는 98%의 국민들께서는 마음 편하게 드시라’는 정부와 여당의 잇단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가 국민 2%에 속하는 부자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11월 29일 진행된 청원에 하루 만에 1,623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청원 마감은 12월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청원 진행 중인 종합부동산세 관련 창원 내용 일부와 화면 캡처. 11월29일 청원 접수 이후 현재 1,623명이 참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음.
청원의 요지는 이렇다.
‘남편은 65세 청원인 본인은 63세이며 두 아이들과 두 명의 손자를 둔 할머니 국민이다.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노력해 경기도 용인시 쪽에 집 두 채를 장만했다. 거주하고 있는 집은 주택연금을 신청해 월 81만 원, 나머지 한 채는 월세 90만 원에 세를 놓았다. 거기에 부부가 받는 국민연금 100만 원을 합해 총 270만 원을 한 달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110만 원 내라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집 2채를 합해 8억 2천여만 원 수준인데 집값이 오르자 공시가격이 올랐다. 5억 수준이던 집값이 3억 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런 청원인이 2% 부유층 맞느냐? 별다른 소득 없는 은퇴한 노인 부부에게 종합부동산세는 부담된다. 전세 20~30억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세입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내지 않는데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 허드렛일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세금을 마련해야 할지 난망하다. 일을 할 수 없으니 월세를 그만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세입자들이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냐? (남의 집 살아본 경험이 있어 지난 6년 동안 세를 올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방법이 없을 듯하다) 월세를 올려야 하는 청원인 본인 마음이 짠한데 세입자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궁색한 변명 말고 왜 내가 2% 안에 속하는지 답변을 듣고 싶다.’
청원인은 정부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2% 안에 드는 것은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원인의 문제 제기는 정부 기준에 부합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불공평’하다는 취지의 청원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 말대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2%의 문제이지 98%의 국민과는 무관하다는 언급은 성립 가능한 말일까?
| 2%가 아니라 6%, ‘국민 98% 무관’ 아니라 ‘국민 40% 이상’ 종부세 영향권
종부세 대상 제대로 산출해보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 납부와 관련해 “98%의 국민은 종합부동산세와 무관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 역시 “충분히 종부세 폭탄을 비켜갈 시간을 줬다. 집을 팔아버렸으면 됐을 것", “종부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이해할 수도”있다고도 했다.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이사 가라“라고 언급했다. 결국 모든 책임이 종부세를 내야 하는 2% 국민들의 문제이지 나머지 국민들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과연 2%만의 문제일까? 일단, 전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기재부가 밝힌 2021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 7000명이다. 올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인 5182만 명 대비 1.8%다. 정부 발표대로 2% 이내다. 그런데 모집단이 틀렸다. ‘국민 98%와 무관’이라는 전제가 맞기 위해서는 지난주 태어나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신생아까지 모두 포함된 경우라야 산출 가능한 수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도 “종부세 부과가 인별 기준이다 보니 부과 대상을 전체 인구로 나누는 것이 합당하다고 봤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가구주 한 명에게 종부세가 부과되더라도 다른 3명의 가구원 역시 종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부세를 부담하는 국민의 정확한 비율을 산출하려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주택을 보유한 개인’이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총 1469만 7000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자(94만 7000명) 비중을 계산하면 6.4%가 된다. 94만 7000명의 종부세 납부 대상 인원 가운데 법인(6만 2000명)을 제외한 88만 5000명의 순수한 ‘개인’만 따져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주택을 소유한 개인’의 6%를 차지한다.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종부세 납부 비중보다 3배 많은 수치다(한경, 2021.11.22).
무관하지 않은 국민이 절반이나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현재 160만 호인 공공임대주택을 2022년 200만 호, 2025년 240만 호까지 확대해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한 부담으로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나가고 있다“라고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말한 바 있다. 동시에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845만 임차 가구 중 약 600만 가구는 민간 전·월세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아이뉴스, 2020.08.04.). 문재인 정부의 각료 가운데 최장수 장관으로 꼽히는 김현미 당시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대책으로 발표하면서 언급했던 내용이다.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임차 가구 600만 가구는 우리나라 전국 가구 수(2,342가구, 2021년 10월 기준) 대비 25.6% 수준이며 주택 소유 가구(1,173만 가구, 2020년 11월 기준) 대비로는 51.1%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전국 가구 대비 25.5%, 주택 소유 가구 대비 51.1%에 해당하는 임차가구는 종부세를 내는 다주택자들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릴 경우 직간접적으로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려 줘야 하는 계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넓게는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임차가구 40% 정도가 이번에 납부해야 하는 종부세 납세 관련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 부동산정책 과정과 결과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대선’이 될 듯
세금은 세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는 ‘종부세’다. 법으로 정한 세금이니 안 낼 수 없다. 다만, 언급했듯이 올라간 종부세만큼 임대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린다면 전월세 가격이 올라 임차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듯하다. 특히, 은퇴해 별다른 소득이 없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인 경우 살고 있는 주택을 팔지 않을 경우 ‘퇴로’로서의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
© 매일경제(2021.11.26). 움츠린 부동산…매물이 쌓인다.
© 헤럴드경제(2021.11.26).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세제 완화 모두 “찬성” 우세…정책 지지도는 尹 앞서[KSOI]
결국 현재의 부동산 정책의 추진에 따른 과정과 결과로서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평가는 내년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과세 제도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는 가능할지 모르나 현행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과세에 대해 ‘낸다, 못 낸 다’는 논의나 언급은 옳은 논의도 바람직한 태도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98 vs 2’의 종부세 논란은 내년 대선 국민들이 양당 후보 가운데 누구를 택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재명 후보는 종부세에 대한 별다른 관련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의 종부세 방향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종부세에 대한 개선 방안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종부세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내년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듯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다른 부동산대책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부동산시장에 대한 평가는 임기를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대책이 아니라 제도의 개선이나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현 정부의 책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은 종부세 논쟁과는 상관없이 시장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차기 정권이 누가 되든 상관없이 끝 모를 가격 상승기를 돌아 하락 반전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 시장의 향배를 단정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갑작스러운 반등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징적인 것은 가격 하락 조짐이 전국적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곳은 오르는데 어느 곳은 조정 받는 국면이 아니라 전국 동일하게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숨 고르기를 하면서 조금씩 거래 가격이 하락하거나 매수자보다는 매도자가 많은 정황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2021.11.26)에 따르면 이번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을 기록하며 지난주(99.6)에 이어 2주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이면 '살 사람'(매수)보다 '팔 사람'(매도)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4월 첫째 주 매도 우위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한 주 만에 다시 매수 우위로 반등했다(매일경제, 2021.11.26).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시장 관망세’가 내년 대선까지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작금의 부동산시장은 벌써부터 내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내년 대선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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