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문제와 부동산시장의 변화
Summary
- 부동산시장의 여건 변화로 최근 부쩍 늘어난 전세사기
- 특히 부채 비율이 높은 다세대나 빌라에서 많이 발생
- 깡통전세 위험 때문에 전세반환보증을 회피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 금리인상, 전세사기 우려 등으로 월세 거래 선호도가 높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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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톱 장식하는 전세사기 최근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극했다. 지난 8월 말경 언론은 호들갑을 떨곤 했다.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전세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전세물건은 부족해지고 전세난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전세물량 부족 문제가 별문제 없이 지나가나 했지만, 갑자기 ‘전세사기’가 뉴스 톱을 장식하고 있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0월에 접어들고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전세사기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이 늘어났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경찰이 전세사기를 근절하겠다며 꾸린 전담수사팀의 중간 결과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 동안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적발된 범죄는 총 163건(346명), 피해 금액은 약 2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담당자는 ‘전세사기는 서민의 주거권을 침해하고 전 재산을 잃게 하는 악성 사기’라며 전세 사기범 348명을 검거하고 이 중 3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검거 인원은 약 6배, 구속은 12배나 늘어난 수치였다고 언급했다. 전세사기가 최근 부동산시장의 여건 변화에 따라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전세사기 348명 검거‥"피해 금액 2백억 원" 화면 캡처 © mbc뉴스(2022.09.26)
전세사기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첫째로, 전세대출금을 편취(남을 속여 재물이나 이익 따위를 빼앗은 행위)한 허위 보증보험 유형이 185명으로 가장 많았다. 둘째로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30명, 셋째로 86명 검거된 공인중개사법 위반사범 유형이 그 뒤를 이었다. 주요 검거 사례를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인천에서는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소위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주택 52채를 매수하고 보증금 103억 원을 편취한 뒤 도주한 피의자가 검거됐다. 울산에서는 SNS로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해 허위로 작성한 임대차 계약서로 금융기관에서 전세대출금 15억 원을 편취한 일당이 붙잡혔다. 경찰은 위 내용과는 별도로 현재 내사와 수사 중인 전세사기 사건이 5백 건이 넘으며 관련 인원은 1천4백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부산경찰청에서 사문서위조죄를 적용해 전국 최초로 전세사기 추징보전 결정을 받은 사례가 있어, 향후 이 같은 방안을 전국에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로 얻는 범죄 수익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세사기 등의 사고 건수 증가는 어떤 배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부동산시장은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 것일까?
전세사기 부추기는 주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세사기를 법률적 측면에서 본다면 그냥 ‘사기’ 사건이다. 사기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구속하면 될 일이고 죄를 물으면 된다. 그러나 최근 전세사기는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의 여건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말은 전세사기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결과는 전세사기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체 최근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
첫째, 국내 부동산시장에 나타난 전반적인 하방 가능성이다. 이유야 많다. 미 연준의 고금리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어쨌든 부동산시장 방향은 ‘(-)’를 향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탓도 있다. 정확히는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하게 오른 아파트값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오르더라도 10여 년 동안 천천히 상승했어야 할 집값이 최근 2~3년 만에 하늘을 찔렀다. 보통 집값은 경제여건 변화에 순응하지만 최근 몇 년은 달랐다. 불안한 부동산 심리 즉,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못 살 것 같은 패닉(공황) 분위기가 시장을 잡아먹었다. 지금의 부동산 하락세 분위기가 팽배하게 된 것은 불안한 부동산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동산은 결국 ‘심리’다.
둘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끝 모르는 ‘고금리’ 정책이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입을 하더라도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면 모든 상황은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수출을 해야하는데 수출은 안 되고, 오히려 수입을 늘려야 한다면 결과는 안 봐도 불문가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No free lunch)’.
셋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이다. 밀가루, 식용유 등 대다수 곡물 수출국이었던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식비 대란의 주범이다. 모든 것이 오를 때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줄여 먹고 적게 쓰는 것이다. 긴축인 셈이다. 모든 것을 줄이는 상황이니 집을 마련할 시기 역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이 하락한다고 하면 매수 시점을 뒤로 더 미루지, ‘지금이 바로 사야 할 때’라고 의사결정하는 사람들은 없다.
눈물 흘리게 만드는 주택들의 공통점 전세사기는 당분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시장 상황이 변화한 탓이다. ‘집값이 떨어질 줄 누가 알았으랴’하는 반문처럼 시장 여건이 악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전세사기 문제는 국회의원들을 통해 더 많이, 더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사기를 통해 피해를 보는 임차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세가율 60% 이상 `깡통전세` 위험 약 23만 호… 주거대란 도화선 우려[2022국감] © 이데일리(202210.05)
심상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집값 하락 시기 `깡통 전세` 위험군이 최소 23만 호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월 6일 국토교통부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주택자금 조달 계획서’(2020년~2022년 8월)에 따르면, 제출된 16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이미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소위 ‘깡통 전세’ 고위험군이 12만 1,55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전세가율이 60~80% 미만이어서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경우 ‘깡통 전세’가 될 수 있는 위험군도 11만 1481건이나 됐다.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4373건), 인천 부평구 부평동(1659건),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1646건), 충남 천안시 쌍용동(1340건), 인천 남동구 구월동(1256건) 순이었다. 강서구 화곡동의 경우 강서구 내의 `깡통 전세` 중 73.9%가 분포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이 분석한 전세 사고 발생 고위험군으로 지목된 곳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세사기 발생 고위험군으로 지목된 서울 강서구와 인천 부평구, 미추홀구 등은 다세대 및 빌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전세보증금이 아파트처럼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곳도 많다. 즉, 표준화된 아파트보다 다세대나 빌라가 많은 지역에 상대적으로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사철 '깡통전세' 주의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주택 30% '위험' © 법률방송뉴스(2022.10.06)
임차인 보호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하는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 30%가 부채비율 90%를 초과한 깡통전세 위험 주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HUG에서 받은 '부채비율 구간별 전세금 보증 가입·사고 현황' 자료에 따른 결과다. 이에 따르면 부채비율 90% 초과 주택 비중은 2018년 17%, 2019년 18.4%, 2020년 22.4%, 2021년 26.3%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부채비율별 사고율을 보면 70% 이하는 0.4%, 70~80% 구간은 0.7%, 80~90%대는 1.4%로 나타나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사고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부채비율 90% 초과 '깡통전세 위험 주택'의 사고율은 9.4%로, 다른 구간에 비해 최소 7배에서 최대 24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멍 뚫린 전세보험 이런 탓일까? 전세사기 및 전세 관련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마련된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이 전세물건의 요건에 따라 가입이 거부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임차인들의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단독]‘깡통 전세’ 불안 속, 전세보험 퇴짜 역대 최다 © 동아일보(2022.09.21)
HUG가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8월 전세보험 가입이 거절된 건수는 월평균 220건으로 지난해(월평균 167건)보다 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것은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최대 수준이다. 심지어 올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신청 건수(월평균 1만 9118건)는 지난해(1만 9486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전세보증보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주택 유형은 아파트보다는 빌라 등의 다가구 주택이다. 일례로 서울 빌라의 56%는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세보험은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 있다. 전세보험 퇴짜가 최다인 빌라의 경우 보증 보험 가입 빌라 16%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돈다. 그만큼 소위 ‘깡통전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보험 가입거절 사유 1위 역시 ‘보증한도 초과’인 경우가 다수다. 이에 다가구주택은 보증보험 가입부터 어렵고 보험 가입을 했더라도 보증금을 못 받기도 한다. 계약 전 보험 가입 여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대안은 이래서 나온다.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의 부채 등 신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 미비한 상황이다.
저는 이제 월세가 더 좋아요 미 연준에 의한 빅스텝·자이언트 스텝 등의 고금리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세사기 우려 등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변화를 이유로 전세보다 월세 거래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한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13일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1306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임대인·임차인 모두 선호하는 주택 임대차 거래 유형을 묻는 질문에 '전세' 거래를 더 선호(57.0%) 한다고 응답했다. 전세 임차인 85.4%가, 임대인 53.5%가 '전세' 거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반면 월세(보증부월세 포함) 임차인은 62.1%가 '월세' 거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금리인상·전세 사기 피해 우려에…‘월세’ 거래 선호 임차인 증가 © 아시아경제(2022.09.13)
2020년 10월에는 78.7%가 전세, 21.3%가 월세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43.0%가 월세 거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지난 2년 전에 비해 월세 거래를 선호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임대인, 전세 임차인,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임차인 모두 ‘전세’ 거래를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이 더 많았다. 하지만 2022년 들어 월세 임차인 10명 중 6명은 ‘월세’ 거래를 더 선호한다고 답해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 임차인, 임대인의 전세 선호 비율은 월세보다 여전히 높지만 2년 전과 비교해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것은 금리인상 부담으로 전세 보증금 마련이 어렵고 최근 깡통 전세로 인한 전세 사고 건수 증가 등으로 전세 보증금 사기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금의 ‘전세사기’ 문제는 동시대 ‘부동산시장’의 하나의 단편이다. 그러나 전세사기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기에는 문제의 양상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시장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들이 의미하는 상황과 인식 등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사랑이 변하는 것처럼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방향성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변화를 잉태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부동산시장의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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