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딜레마
Summary
- 치솟는 집값을 배경으로 당선된 만큼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을 향한 국민 기대감이 높음
- 그러나 미진한 액션플랜으로 시민들은 정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8월 첫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으며, 집값보다는 주거안정이 목표임을 시사
- 당선 배경을 고려했을 때 속도 조절이 아닌 규제 완화 시점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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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대감에 못 미치는 부동산 정책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로부터 기인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부동산 민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내 집이 있든 없든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에 따른 부동산 시장 변화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그 자체와 맞먹는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 부진과 부동산 과세를 통한 ‘부동산 실패’를 경험한 대다수 국민의 기대감이 대형 블록버스터 급, 스펙터클 어드벤처 영화만큼 확장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매거진한경(2022.05.21).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성적표 ‘낙제’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도 고민 중이다. 국민이 원하는 소위 윤석열 표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과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제시하고 있음에도 현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실행력으로서의 액션플랜(Action Plan)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펙터클한 주택 공급 확대와 블록버스터급 부동산 세금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지역의 호가(Asking Price)와 가격(Price)이 오르고 있어 속도 조절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미뤄지는 정책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부동산 시장은 현재 정중동이다. 윤석열 정부 시작을 기점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방침에 따라 일부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시장 안정을 기할 만큼은 아니다. 서울·수도권 시장과 지방, 더 정확히는 서울 강남과 강북 시장 분위기가 다르고, 서울과 수도권이 다르며, 서울과 지방은 전혀 다른 시장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서울·수도권과 지방과의 집값 상승률 자체가 달랐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가격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역과 가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팔아도 세금을 내야하고 갖고 있어도 올라간 공시가격, 공시지가에 따라 높아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증여라는 차선을 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세 싸움이 여전한 가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도파도 존재한다. 바로 계약 갱신청구권 2년 시한을 앞둔 임차인과 여전히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다. 시장 방향이 아직 명확하지 않으니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 아니 본인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는 주체가 아니라 시장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게 보다 적확한 표현일 듯하다.
© 매거진한경(2022.05.21).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성적표 ‘낙제’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첫 번째 부동산 대책, 왜 8월일까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은 원희룡 전 제주 도지사다. 전직 직함을 언급하는 것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기보다는 행정 전문가라는 점을 부각시켜 설명하기 위함이다. 주택·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문성에 앞서 국회에서의 부동산 관련 협상력을 높이 산 인선이었다는 게 언론과 대중의 평가이기도 했다.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협상과 협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타개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적 포석이라고 해석된다.
청문회 이후 국회 인준을 받기 못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했다. 임명 이후 지난 16일 오후에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원희룡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내에 '250만 호 주택 공급' 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100일이면 3달 이후 즉 시기적으로는 가을 이사 철을 앞둔 8월 경이된다. 역대 다른 정부들도 부동산대책 발표 시점이 비슷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8.2대책’, ‘8.31대책’ 등 유난히 8월 시점에 부동산대책 발표가 많았다. ‘가을 이사 철’을 앞둔 시점이기에 그 직전에 정부 정책 또는 대책의 방향성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각설하고 원희룡 장관이 언급한 100일 내 시점이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때’다.
© 오피니언뉴스(2022.05.16). 원희룡 국토부 장관 취임..."8월 중 주택공급 구체 로드맵 발표"
“집값보다는 주거안정이 근본 목표” 원희룡 장관의 온라인 취임식을 통해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250만 호 플러스알파(α)'의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한다.
둘째, 청년 원가 주택, 역세권 첫 집 등 청년층을 위한 주택 공급을 위해 사전청약 방식을 도입한다.
셋째, 분양가의 80%까지 지원하는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추첨제 확대 등 청약 제도를 개선한다.
넷째, 재개발·재건축 등 대표적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공약대로 추진’한다 등이다.
취임사 발표 후 실시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 인식은 취임사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확인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첫 번째 부동산 질문이 압권이었다. "이번 장관 취임사엔 '집값을 잡겠다'라는 내용이 없는데, 이와 관련한 설명 부탁드린다"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원희룡 장관은 "집값을 잡으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면 시장 불안을 초래한다"라고 답했다. 현재 서울 강남지역이 재건축 등 규제완화 가능성에 따라 가격이 일부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한 원칙적인 속도 조절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집값의 하향 안전 흐름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지난 정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집값을 잡으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내 집 마련과 주거상향의 기본적인 욕구를 억제하여서 집값 급등을 초래했던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좁은 관점의 목표를 넘어서서 소외계층의 주거복지와 더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주거상향의 욕구가 모두 실현되는 주거안정을 근본적인 목표로 삼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에 따른 공급과 규제완화로서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려는 동력을 요구할 때 규제 완화 시그널을 정부가 줄 경우 그것은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리는 반작용, 역작용의 빌미 제공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으니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이후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대책 등은 이미 평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희룡 장관의 취임사와 취임사 이후 질의응답 견해 역시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임과 동시에 그 내용의 맞고 틀림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해줄 것이고 이미 그 시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속도 조절 아닌 정속 주행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게 부과된 문제는 하나다. 따라서 선택 또한 하나다. 부동산 정책 추진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놓은 ‘덫(Trap)’으로서의 딜레마(Dilemma)를 어떻게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빠른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모색이 있어야 하고 마련됐다면 빠른 대국민 발표와 홍보가 요구된다.
여기서 ‘딜레마’란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당과의 협치’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을 어떻게 설득해서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각종 규제완화 관련 법들을 개정 내지는 폐기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장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된 배경으로서의 ‘부동산 민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똑같이 연장시키거나 반복하지 말라고 0.73%p 차이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의 준엄한 판단이자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취임 전후로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이 있자 규제완화에 대해 속도 조절하겠다는 인수위 또는 정부 관계자의 언급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타이밍 나쁜 ‘수사(修辭, Rhetoric)’다. 오히려 ‘속도 조절’이 아니라 ‘(규제완화) 시점’에 대한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Market)이 믿을 수 있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 원인이 거기에 있다. 모호한 철학의 정책 방향에 시장 방향과는 다른 28번가량의 부동산대책이 남발된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국민 대다수가 경험한 ‘경험치’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만들었던 ‘규제의 역설’ 상황을 경험치로 갖고 있다 보니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간섭하기보다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놓는 것을 원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외부적인 여건 또한 나쁘지 않다. 이미 부동산 가격은 많이 올랐기에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는 폭락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서울시장과는 달리 지방시장은 이런 위기감이 존재한다. 양극화와 차별화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 여파는 부동산 시장의 ‘나 홀로 상승’을 억제시킬 중요한 외부 변수 가운데 하나다. 미연 준 이 지속적으로 ‘빅 스텝(Big Step)’으로서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대로 한다고 했으니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일관된 목소리로 공약을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속도 조절이 아닌 정속 주행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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