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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9·26부동산대책’의 의미와 실효성

SUMMARY

- 9·26부동산대책의 내용과 그 배경을 통해 가늠해 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

- 정부 대책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전 요소 2가지 : 건설사와 소비자의 판단

- 이번 대책 발표에서 제외된 지방, 서울·수도권과 달리 가격 오를 가능성 작아

 

© istock

 

9·26 주택공급 대책 읽어 보니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에 정부는 주택공급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9·26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일단 정부가 예고했던 발표 시점이 예상보다 뒤로 미루어졌다. 당초 언론을 통해 예고된 대책 발표는 9월 20일부터 25일 사이였다. 그런데 28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에서야 발표됐다. 정부가 그만큼 이번 대책 발표에 신중을 기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중한 발표라는 뜻은 ‘보다 많은 내용을 담거나 혹은 시장을 자극하는 내용은 빼거나’ 하는 등 정무적 고려를 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정부 부동산 대책의 풀네임(원제목)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대부분의 정부 발표 자료와 같이 관련 보도자료에 이미 내용과 의미가 키워드 형태로 요약되어 있다.

거의 모든 정부 발표를 잘 보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언론을 통해 내용이 전달되지만, 발표 원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원문 전체를 언론이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대책 내용을 필터링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또는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된 보도 자료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훑어보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정부에서 발표한 이번 대책의 보도자료를 살펴보자.

 

출처: 기획재정부(2023.09.26). [보도·참고자료]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개최-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

 

글자의 크기순대로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 대기물량 빨리 짓게 하고, 공공 12만호 추가 공급’이라는 글귀가 먼저 읽힌다. 민간 부문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량부터 우선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고 더불어 공공부문 역시 공급 속도를 높여 보겠다는 의지다. 그다음 ‘공급 중심 부동산정책’ 속도 낸다는 문장이 ‘공급 활성화’ 대책의 정책적 의미를 추가로 설명한다. 이것은 270만 호 주택공급을 공약으로, 공급 활성화를 부동산정책 방향으로 결정한 윤석열 정부의 당초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그리고 큰 글씨 밑에 이렇게 부연해 설명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민간이 주택 개발할 때 빌려오는 은행 자금 즉, ‘PF(Project Finance)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공공택지 분양 시 규제하고 있는 전매(제한)완화’ 등을 통해 민간에서 아파트 공급하는데 속도감을 높여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수도권 신도시 토지이용 효율화’와 ‘신규 택지 확보’ 등을 통해 ‘공공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야기되고 있는 단기 공급위축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개최 이후 발표되었기 때문에 상위 담당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보도자료를 작성 및 배포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는 대부분의 부동산 대책과 이번 발표가 달랐던 이유다.

 

출처: 기획재정부(2023.09.26). [보도·참고자료]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개최-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 p.3.

 

정부는 왜 이런 대책을 냈을까?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이미지)을 통해 이번 발표 대책의 주안점을 확인했다. 이 발표를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읽었다면 정부 정책의 방향을 확실히 꿰뚫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작금의 집값 상승 속도를 ‘빠른 주택공급’을 통해 늦추겠다. 둘째, ‘지방에 대한 고려’는 없다.

이번 대책이 왜 발표된 것인지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만약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지 않았다면 정부는 아마도 내년 4월 10일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앞둔 시점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상황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등 국내외정세와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았고 이런 큰 불확실성에 집값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큰 폭의 하락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동산정책의 방향 역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주택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현재의 전반적인 하락 상황이 정부 입장에서 여러모로 핸들링하기 좋(았)다. 정부가 나서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 한국금융(2023.09.27). "일단 짓자" 부동산 PF대출 대폭 완화가 시사하는 것은 [9.26 부동산대책]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서울 강남부터였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르더니 강서, 강북, 강동 등으로 동심원 그리듯 상승세가 번져나갔다.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자 정부가 부동산 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이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대책은 서울·수도권 중심 대책이다. 지방은 그래서 없는 것이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내년 3월 봄 이사 철을 앞두고 발표할 예정이었던 부동산 대책을 앞당겨 발표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기에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부동산대책 풀네임(원제목)에도 들어갔듯이 ‘주택공급 활성화’가 된 것이다.

 

대책 발표 이후 관전 포인트 2가지 공급 대책은 발표됐고 부동산시장은 발표 내용을 품고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문제는 대책의 내용이 시장에 녹아나면서 작동하느냐의 여부다. 정부 대책이 시장에 반영될지 가늠할 수 있는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건설업체들의 판단이고 둘째는 소비자들의 판단이다.

 

출처: 데일리안(2023.09.29). 4분기 전국 재개발·재건축 4만가구 분양…연내 최다 물량

 

뉴스핌(2023.09.26). [9.26대책] 상가도 지분쪼개기 금지...4만㎡이하 미니재건축 공공참여 가능

 

건설업체에게 PF는 대단히 중요하다. 사업의 성패가 달린 분양 타이밍이 맞아도 PF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타이밍 자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수요)을 보고 땅을 사서 주택공급을 할 때 ‘내돈내산’하는 건설업체는 없다. 남의 돈(PF 브릿지론)으로 땅값에 보태 사업성이 있다고 할 때 ‘본 PF’로 갈아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PF 연체율이 2022년 말 10.38%에서 2023년 3월 말 15.88%로 오름세를 보였고 2023년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증권사 국내 PF 사업상의 익스포저 5조 2,000억원 가운데 약 73%(브릿지론 약 80%, 본PF 약 56%)가 만기 연장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PF대출 보증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이고 이는 건설사에 생명줄 연장과 같은 중요한 지원책이 될 수 있다. 여러 이유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고영양 수액을 정부가 나서서 처방 해준 격이다. 다소간 비용은 발생하겠지만 아픈 환자에게 이 같은 고영양 링거는 회복을 돕는데 충분한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언급했듯 ‘건설사의 판단’이다. PF 대출 보증 확대로 운신의 폭을 넓혔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개별 업체들의 몫이다. 사업장이나 개발하고 있는 상품 특성에 따라, 건설업체 자체의 내부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두 번째 관전 요소로 언급한 ‘소비자들의 판단’은 현재의 부동산 상황을 소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관점을 의미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판단하면 아직도 높은 가격이지만 무리해서 집을 사려 할 것이고, 반면에 집값이 조만간 내려가거나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매수세가 꺾일 것이다. 꺾인 매수세가 ‘가격 하락’을 의미하므로 작금의 부동산시장은 소비자들이 방향키를 잡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지방에 집 사도 되느냐 묻는다면 최근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부산 같은 지방에서도 집사도 돼요?”와 같은 질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지역 집값은 오른다고 하고 그 이유가 주택공급에 차질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부산과 같은 지방도 같은 이유로 집값이 오르겠냐는 궁금증인 셈이다. 즉답은 아니나 많은 분이 물어보니 답은 드린다. 그런데 지방은 아직’이다.

 

출처: 데일리안(2023.09.26). 주택매매 소비심리 7개월 연속 상승세…거래·청약 경쟁률 ↑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 시장은 현재 아파트 수급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지역이 많다. 오히려 서울·수도권을 규제할 때 이를 피해서 지방으로 업체들이 밀어내기식으로 많이 아파트를 공급한 탓에 아직도 입주 예정 물량이 제법 많다. 착공 물량 부족으로 2~3년 뒤 가격 오를 가능성이 많은 지역은 오히려 지방보다는 서울·수도권이다. 이미 부동산시장은 서울·수도권과 지방이 따로 가는 ‘디커플링(de-coupling)’ 시장이 된 지 오래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지방’이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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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