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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를 통한 MZ세대의 ‘부동산 자본주의’ 이해

Summary

-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는 MZ세대의 출현

- 충분하지 않은 금융 지식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으로 부동산에 투자함

-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을 떠안고 부동산 손절의 기로에 내몰림

- 기성세대와 다른 부동산관(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

 

© iStock

 

나만큼 너를 존중해 MZ세대가 대세다. MZ세대만큼 시대적 관심을 끄는 세대는 일찍이 없었다. XYZ세대도 있었지만 MZ세대와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그런 MZ세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슬로건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부동산 시장에 2030 MZ 청년세대 우선 주택 공급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MZ세대 외 다른 세대가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어떻게 MZ세대는 ‘세대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언론은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 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권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을 듯하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기획-MZ, 너 누구니] ⑥ "니 아부지 뭐하시노" 제발 묻지 마세요 © 뉴시안(2022.09.06.)

 

기성세대의 눈에 MZ세대는 대표적인 ‘개인주의’ 표방 세대로 보인다. 이들의 개인주의 성향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MZ세대가 태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74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외동(1명)인 환경에서 자란 셈이다. 이들은 부모님이 귀가하기 전까지 대체로 혼자였고,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일상화된 2000년대를 살며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개인적인 환경에 놓였던 것이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개인주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났다. 설문조사는 뉴시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함께 진행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MZ세대의 특징(중복응답)을 묻는 질문에 대해 '개인주의(61.8%)'라고 답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한다(48.3%)',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회피한다(31.3%)' 순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스스로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고 여기며, 개인을 중요시하는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도 싫어하는 특징을 띠었다. 이는 '나'를 존중하는 만큼 또 다른 나인 '너'를 존중한다는 방증이다(뉴시안, 2022.09.06).

90년대생들이 태생적으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와 같은 질문을 싫어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MZ세대는 자신과 아버지의 직업을 무관하게 생각한다. ‘나’는 ‘나’일뿐이라는 것이다.

 

[기획-MZ, 너 누구니] ⑥ "니 아부지 뭐하시노" 제발 묻지 마세요 © 뉴시안(2022.09.06.)

 

MZ세대가 빚투로 내몰린 이유 개인주의적인 MZ세대는 부동산 시장에서 ‘영끌 세대’라고 불린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단어가 생긴 것은 MZ세대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MZ세대가 ‘영끌’에 나섰을까? 그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이끈 이유와 과정은 무엇일까?

부동산 취득과 '손절' 등 일정 과정이 지났으니,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제야 대강의 흐름에 대해 언급할 수 있게 되었다. 2021년 초부터 2030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 패닉바잉(공황매수), 영털(영혼까지 털리는 상황) 등의 단어가 언급되었다. MZ세대는 자기 돈을 가지고 투자하는 다른 세대와 달리, 빚을 내어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자를 시작했다. 자산 형성기에 놓인 사회 초년생 MZ세대의 시장 편입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투자에 관심이 많고 능한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MZ세대의 투자 열풍은 불과 얼마 전부터 시작됐을 뿐이다. 이들은 주식, 부동산, 코인, NFT 등 종류를 불문하고 경쟁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 동학·서학 개미 운동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도 이즈음, MZ세대의 주식투자 열풍이 시작된 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인이나 NFT는 소위 ‘꼰대세대’라고 오인되는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에겐 낯설다. 이들에게 NFT(Non-Fungible Token)란 단순히 사전적 의미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그러니 2030세대들이 현대미술(modern art)과 리츠(Reit’s) 등의 새 투자처에 왜, 어떻게 조각투자를 하는지 쉽게 묻거나 알 수도 없는 것이다.

 

[빚의 덫에 걸린 MZ세대]MZ세대, 금융 지식없이 묻지마 단타 투자…정부는 시장 과열 방치해 ‘빚 폭탄’ 키웠다

© 중앙선데이(2022.07.30)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MZ세대가 유형을 불문하고 투자를 시작한 시점은 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시중에 돈이 풀렸을 때다. 상승장 시기이기도 했고, 시장 유동성이 크다 보니 재테크로 수익을 낸 사례가 많았다. 각종 미디어에서 ‘주식 안 하면 바보’,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등의 콘텐츠가 쏟아졌다. 마치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2030세대를 투자의 세계로 내 몬 사회적 여건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투자 열풍 전부터 MZ세대 상당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의 문이 좁고, 취업이 됐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과 시기를 고민하던 차였다. 소위 ‘초 단위’로 삶을 살아내던 예민한 시기의 연장선이었다. 빚투를 통해 레버리지를 올릴 수 있다면 결과가 어찌 되던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시대적으로나 세대적으로 팽배했다.

 

무모하게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다 놀라운 점은 투자에 나선 MZ세대의 91.5%는 금융교육 경험과 관련해 ‘교육 경험이 없다’라고 답한 것이다. 20대의 79.9%, 30대의 62.5%가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는 세대적 특징이 ‘소비하기 위해 투자’한다는 선택으로 연결되었을 수도 있다. 여하튼 MZ세대들은 충분하지 않은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무모할 정도로 다양한 곳에 투자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묻지 마 투자’의 계기는 다름 아닌 ‘부동산=집’, ‘집값’이라는 인식이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시절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은 MZ세대의 부동산 투자에 불을 댕긴 도화선 역할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투자하기에는 너무 높은 가격으로 치솟았다. 7억짜리 강남 아파트가 15억이 될 때, 7억도 비싸서 감히 욕심낼 수 없는 ‘가격(price)’이었다. 그런데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기미조차 없었다. 그래서 MZ세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는 영원히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온 것도, ‘오늘 집값이 가장 싸다’는 언급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집값 상승기(최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의 전체 주택 매입자 30%는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33.38%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9∼2021년 사이 울산시의 33.27%가, 광주의 경우 29.07%(7만9천431명)가 MZ세대 주택 매입자였다.

 

최근 3년간 광주 주택 매입자 10명 중 3명 'MZ세대' © 무등일보(2022.07.25)

 

이자 부담에 손절각 잰다 현재 MZ세대의 부동산 투자는 기로에 섰다. 빚투로 영혼까지 팔아 패닉바잉 했는데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지며 낙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게 언론의 전언이다. 그야말로 가격의 고점 즉, 업계 용어로 ‘상투’를 잡은 것이다. 마지막 상투를 잡은 2030세대가 궁지로 몰리고 있다. 미 연준의 빅스텝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만약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고금리로 인해 원리금 상환 압박을 받는 MZ세대 상당수는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손절’할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의 도움 등을 얻기 힘들 경우, 되파는 손절 속도는 더 빨라지기 마련이다. MZ세대가 처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MZ세대는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나섰다. 투자의 대상은 주식부터 암호 화폐,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부동산은 다른 중목에 비해 투자 금액이 상당히 큰 편이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내돈내산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것이 ‘집’이고, 두 번째가 자동차다. 집은 대출 금액도 크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는 레버리지 없이 가격이 떨어져 대출을 갚을 수 없다면, 빨리 집을 포기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와 다른 MZ세대의 부동산관(觀) 부동산과 어린이를 합쳐 만들어진 ‘부린이’는 부동산 초보자를 뜻한다. MZ세대가 바로 부린이인 셈이다. 부린이라는 신조어 속 이들의 부동산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녹아있다. 어린이처럼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의 상승장을 접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MZ세대의 특징인 공정과 상식으로 부동산과 세상을 바라본다. 이러한 시각은 기성세대와 분명히 다른 점이다. 이것이 MZ세대의 부동산관과 세계관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기성세대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직 명확히 ‘특정’되지는 않지만, MZ세대의 부동산관에 입각한 ‘선택’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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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
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