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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는 없다, 다시 쓰는 ‘전세 사망·소멸론’과 MZ 세대

Summary

-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은 임대차 3법 등 제도가 규제의 역설로 작용한 탓

-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 청년 가구의 주거 부담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상황

- 추후 서울과 지방간 전세 격차가 일어날 수도 있어 정부는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

 

© unsplash

 

| 전세의 월세화로 전세 소멸 가속화

최근 ‘전세 소멸’, ‘전세제도의 사망’을 언급한 언론 기사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아파트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은 전세물건의 감소가 ‘전세→반전세→월세’를 가속화 시키는 배경이라고 진단한다. 전세가 소멸하거나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전세제도’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세 사망’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앞으로 ‘전세’ 형태가 없어지지 않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왜, 이 시점에서 전세 소멸론이 재등장했는지와 그래서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아닐까 싶다.

 

매일경제(2021.10.06). ‘뉴노멀’인가 ‘재앙’인가 다가오는 월세 시대

 

무주택자 숨통 조이는 규제의 역설 전세물건의 부족은 임대차 3법 통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으로 물건이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실에 기인한다. 임차인에게 불편 없으라고 도입과 계약 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이 ‘규제의 역설’로 작용한 탓이다. 시장 자체에서 요구하는 전세물건은 민간임대시장을 통해 공급된다. 즉, 다주택자들이 자가 거주 이외의 주택을 임차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임차시장이 형성된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자가 보유 또는 자가 점유를 제외한 약 40% 정도가 민간임대시장을 통해 주거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민간 임대차 시장의 규모는 25% 안팎인 것으로 확인된다. (SBS뉴스(2020.07.30). 정부, 임대차 시장 25%만 파악…'시장 왜곡' 우려도.)

서울시의 임차 비율 가운데 약 40%는 전세가 아닌 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전세도 39.5%로 2021년 5월 32%대에서 7.5%p 상승했다. 반전세는 보증부 월세 형태라는 점에서 월세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세물건이 월세화되면서 물건 자체가 줄어드니 전세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 아파트 전세시세는 2년여 만에 2억여 원 상승한 6억 2천만 원대인 것으로 확인된다. 20대 전세대출 잔액 역시 2017년의 4조 3천억 원대에서 2021년 현재 25조 3천억 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전세물건 부족으로 월세 가격 또한 2021년 1월 82만 원 수준에서 8월 현재 92만 원 대로 불과 8개월 만에 10만 원 이상 상승했다.

 

| ‘깐부는 없다... 임대인 vs 임차인 간 갈등 심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깐부’는 ‘같은 편’을 의미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같은 편은 아니다. ‘갑’과 ‘을’의 관계니 갈등관계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으로 인한 분쟁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2021.10.06). 위로금 불만에 퇴거 일주일 전 잠적 집주인은 “원상 복구해라” 압박 일상

동아일보(2021.07.15). 집주인 “직접 살테니 집 비워라” vs 세입자 “위로금 달라”

 

결국은 한 사람 남는 오징어 게임 최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에서 주목할 점은 계약 종료 시 임차인 퇴거와 관련해 전에는 없었던 위로금갈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전월세 상한제를 피해 전세금이나 월세 등의 임차료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임차인을 내보내야 한다. 이에 따른 ‘위로금’을 임차인이 요구한다는 얘기다. 임대차 3법이 만든 신종 기회비용인 셈이다. 이런 행위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떠나 결과적으로 임대차 시장 자체가 혼탁해졌다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할 듯하다.

임대차 시장 플레이어(player)들이 ‘깐부’를 맺을 수는 없지만, 선의의 계약관계를 맺고 갈등 없이 원만하게 지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약 당사자들일 수밖에 없다는 경계심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계약관계라지만 이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사회적 갈등은 결국 또 다른 형태로의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은 임차인의 임차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전세의 월세화MZ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

가장 큰 타격 예상되는 청년 세대 전세물건보다 월세 물건이 증가한다는 것은 MZ 세대에게는 비용의 증가로 현실화될 수 있다. MZ 세대의 경우 전세보다는 월세를 지불하면서 거주하는 ‘1인 가구임차인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0년 자료를 보면 MZ 세대, 즉 20~30 대 1인 가구는 215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1인 가구 수의 35%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전체 가구 수(2034만 3000가구)의 10%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20 대 1인 가구의 삶의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20 대 1인 가구의 16.3%는 주택 이외의 거처, 그러니까 오피스텔이나 기숙사나 여관 같은 숙박업소에서 거주한다. 상당수(66.5%)는 ‘월세살이’이고 살고 있는 곳의 평균 넓이는 약 8.6평(2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조선(2021.06.07). [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법]원룸에 고립된 미래, MZ세대와 코로나19.)

 

머니투데이(2021.09.10). 청약은 광탈, 월급 1/4이 주거비…1인 가구는 웁니다

 

1인 가구는 그저 웁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전체 가구의 34.9%인 약 139만 명이 1인 가구였다. 1980년(8만 2000명) 대비 40년 만에 약 17배 증가한 수치다. 서울 인구는 199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1인 가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47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약 37.2%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대학 진학, 취업 등의 이유로 만 19~29세의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중장년층 1인 가구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2021.09.10.).

조사대상 서울 거주 1인 가구의 43%는 보증금 있는 월세 즉, 보증부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금 마련이 어려워서 월세로 거주한 것이라면 현재의 월세보다 월세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전세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이 지속돼 높아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현재 전세 거주자까지 보증부 월세로 점유형태가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1인 가구 지원 필요 정책에 대한 질문에 주거지원정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1.8%로 과반을 넘는 것을 볼 때, 전세의 월세화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조사 표본 가운데 ‘자가 거주’ 비율이 19.1%이고 무상 거주 1.4%를 제외한 79.5%가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세대에 비해 MZ 세대의 주거 실태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적 모색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 ‘전세의 월세화는 서울·수도권 문제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현재 시장 분위기에서 ‘전세의 월세화’는 지역적 차이가 다소 있겠지만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작 등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가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수도권 특히 서울의 경우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없을 경우에는 ‘전세 소멸’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지방은 전세물건이 시장에 많이 유통되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은 월세로, 지방은 전세로 판단의 근거는 역시 전세물건의 공급량이다. 지역별로 전세물건이 얼마나 공급될지 공급량 자체를 특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현재처럼 전세물건 공급이 제한적이라면 기존 전세물건들이 월세로 바뀔 수밖에 없다. 현재 그런 이유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세 소멸론’, ‘전세 사망신고서’가 나오는 맥락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는 서울과 정반대 상황이 예상된다. 현재도 수요에 비해 많은 아파트들이 공급되고 있다.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악성 미분양이었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거의 다 팔려나갔다.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이 좋았다고 준공 이후까지 아파트 시장이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 반전하고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이 우세할 경우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은 정 반대로 바뀌게 된다. 아파트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느끼는 순간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기다리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때는 입주하지 못한 아파트가 전세물건으로 시장에 많이 나올 것이고 전세물건이 많아진다는 것은 전세가격 하락을 동반할 수 있는 상황이니 기존 월세 물건까지 오히려 거꾸로 전세로 바뀔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로 문제는 역시 서울·수도권이다. 2013년 아파트 시장은 암울했다.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경험한 시장이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전세가격은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니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미루면서 전세 거주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때 필자도 전세제도의 메커니즘이 깨졌다는 점을 들어 ‘전세 소멸’, ‘전세 사망’을 언급했다.* 지금 상황과 다른 것은 현재와 같이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이 아니라 하락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전세 소멸이나 전세 사망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전세라는 제도가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세제도를 없애는 현재의 시장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주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세시장을 방치하는 것은 임차가구의 주거문제를 정부 정책 현안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의 역설적 언급인 셈이다.

 

* 서정렬(2013.08.18.). [부동산깊게보기] 전세 사망신고서, 국제신문.

서정렬(2013.08.23.). 전세 사망의 전조, 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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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