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의 오해와 진실 : 싼게 비지떡?! 下 #2
Summary
- 지주회사 저평가 원인 3가지 : 낮은 수익성, 낮은 접근성, 비효율적인 ROE 관리
- 석유화학 회사 DL은 높은 산업 가치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받는 지주회사 중 하나
- 일반투자자들이 현실적으로 지주회사를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저평가 원인으로 작용
- 지배주주가 소액주주들과 얼마나 이익을 향유하는지도 좋은 지주회사를 판단하는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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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원인 ① 낮은 수익성 여러 지주회사 중 DL 역시 이에 해당하는 회사이다. DL의 자산 가치와 대체원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할 계획이다. 오늘은 핵심을 강조하고 싶다. 바로 DL의 수익성이다.
DL과 똑같이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과거 영업이익률(OPM)과 시총 대 매출액 비율(PSR)이 꽤 비슷한 추이로 움직여 왔다. 롯데케미칼이 기대하는 2021년 매출액은 17조 원, 영업이익률은 10.3% 정도이다. 이 정도 마진에서 예전에는 PSR이 0.9~1.0배 정도였다. 지금 시총이 7.6조 원이니 추가적으로 100%가량 더 올라야 비슷해진다. 반면 대한유화는 2021년 매출 2.4조 원, 영업이익률 9.5% 정도 기대된다. 이 정도 수익성에서 과거 0.6배의 PSR을 받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추산하면 시가총액은 1.4조원가량이 적당하다. 지금 시총이 1.2조 원이니까 싸지만 롯데케미칼에 비하면 비싸게 거래되는 셈이다. 대한유화가 2차 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 PE라는 고부가 제품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일종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DL의 올해 매출 전망과 예상 이익률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밸류를 쳐주어야 하나? 사실 분할 직후여서 쉽게 확인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저평가되었을 것이다. 내가 예상하는 2021년 DL의 석유화학 부분의 매출액은 5조~5.5조 원 정도다. 영업이익은 5,000억 원 전후로 추산한다. DL은 롯데케미칼에 비해 지난 수년간 수익성이 35%가량 낮았다. 당연히 가치 평가에서 할인이 불가피하다. 이를 감안하여 롯데케미칼 보다 낮은 PSR을 적용하면 0.65배 정도 줄 수 있다. 올해 매출액을 5조 원만 가정해도 기대되는 기업가치는 최소 3.5조 원 수준이다. 이는 DL 이엔씨 등 비화학계열사 가치가 제외된 수치이다. 화학 부문 가치만으로도 저평가되어 있고 고부가 화학제품을 만드는 미국의 화학회사 크레이튼을 인수하여 향후 성장성까지 갖춘 점을 고려하면 시총 1.4조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림 5] 지난 10년 동안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의 OPM과 PSR 추이
저평가 원인 ② 낮은 접근성 대개 지주회사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가 저평가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Sum of Part Valuation을 쓴다. 말 그대로 지주회사의 모든 가치를 합산하여 산출하는 방법이다. 자회사 지분율 만큼의 시가총액(비상장 자회사는 지분율 만큼의 장부가)에 일정한 비율을 할인하고 추가해야 할 브랜드 로열티, 투자 자산과 같은 항목을 더한 다음 순차입금을 차감하여 계산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를 추산한 수치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이 방법을 쓰는 것은 지주회사가 발표하는 연결 재무제표 상의 자기자본보다 NAV가 높아 목표 주가를 올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동일할 경우 NAV가 커지는 만큼 분모가 높아지니 실질 ROE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주회사의 낮은 수익성이 현가화되어 늘어난 분모로 인해 더 낮아지게 되면 결국 NAV 대비 할인율이 더 커져야 한다. 저수익성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구조이고 지주회사의 숨겨진 밸류에이션 함정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어렵고 복잡한 Sum of Part Valuation을 쓸 필요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분기마다 발표되는 연결 자기자본에 직전 연도 말 당기 순이익 혹은 직전 4분기 합산한 당기 순이익으로 계산한 ROE만 체크해도 손쉽게 지주회사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다. 심지어 각 연도별 ROE는 굳이 스스로 계산을 하지 않아도 인터넷 증권 관련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점검해야 할 유일한 사항은 자회사들의 사업 현황만 체크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여겨지는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개선되는지만 확인하자. 그런데 한두 가지 사업에 집중하는 개별 기업에 비해 지주회사는 자회사 별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현실적으로는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주회사를 사기 싫어할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주가가 더 저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직관적인 답이겠다.
저평가 원인 ③ 비효율적인 ROE 여기에 보다 중요한 원인을 거론하고 싶다. 지주회사를 소유한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부에 대해 배려를 얼마만큼 하는가이다.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으로 인한 컨트리 리스크, 선진국보다 낮은 배당성향, 중후장대형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성장 둔화로 인한 ROE의 추세적 하락 등을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꼽고 있다. 상기 요인 중 개인적으로는 효율적이지 못한 ROE 관리를 강조하고 싶다.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저하되는 추세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자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한다면 얼마든지 ROE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방법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이 있다. 그간 한국에서는 배당 증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2021년 5월 메리츠 금융그룹이 향후 배당을 축소한다는 발표를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뉴스에 주가가 폭락했다. 애널리스트 그 누구도 메리츠 금융그룹의 주주환원 정책을 믿지 않았다. 배당을 줄인 경영진에 비난을 했고 목표주가를 낮추거나 투자의견을 하향시켰다. 메리츠 금융그룹이 앞으로 3년 동안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회사를 상장 폐지할 가능성이 있으니 오히려 투자 메리트가 매우 크다는 필자의 반론을 무시하거나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 메리츠 금융그룹 주가는 그로부터 3배가량 올랐다. 배당을 줄이는 대신 이익이 늘어난 만큼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지주회사 지배주주라면 메리츠 금융그룹의 ROE 경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반대로 ROE 경영을 하지 않는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저평가 현상을 반길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모회사인 지주회사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지분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니 현금이 필요치 않는 주주라면 굳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해서 주가를 올릴 필요가 없다. 주가가 오르면 소득세나 상속 비용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래 사업에 대해 적극적이지도 않고 주가 상승에 관심이 없는 지주회사를 단지 할인 폭이 크다고 투자하는 것은 맛도 없고 오로지 싼 비지떡을 사는 것에 진배없다. 투자자가 사야 하는 지주회사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이고 거기서 나오는 과실을 투자자들과 같이 향유하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주저치 않는 회사여야 한다.
과실을 얻으려면 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명심할 점이 있다. 시장이 강세이고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면 분석이 어려워서 방치되고 있을 지주회사는 꽤 많을 수 있다. 초과이익을 얻으려면 이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싼 건 비지떡이다. 송편이나 달콤한 꿀떡을 먹으려면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투자 세계에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내 자금을 비싸게 들이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땀과 정성이다.
지주회사를 살 만한 양호한 투자 환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고민이다. 다음은 지주회사를 선언한 POSCO와 플로우 차트에 대해서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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