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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의 오해와 진실 : 싼게 비지떡?! 上 #2

Summary

- 기업 분할을 둘러싼 또 다른 오해인 이중 상장과 더블 카운팅

- 인적 분할과 지분 스와프를 거친 경우 수익성은 그대로이나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현상 발생

- 늘어난 시가총액이 허수라는 비판이 있으나, 오히려 새로운 신용의 창출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합함

 

© iStock

 

이중 상장과 더블 카운팅 논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지주회사는 해외 지주회사와 달리 자회사 일부 혹은 전부를 상장시킨다. 증권 시장에서는 이를 이중 상장(dual listing)이라 부른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자회사가 자기의 (자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일컬어 더블 카운팅(double counting)에 따른 할인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지주회사가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현상을 칭하는 더블 카운팅 이슈가 바로 이것이다. 자회사와 지주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었으니까 하나의 경제적 실체가 더블로 카운팅 된 만큼 지주회사에서 이를 할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과연 이런 해석이 합리적일까?

 

앞선 사례처럼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A, B 기업 두 개 회사만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A 기업과 B 기업은 매년 각각 100억 원, 50억 원을 벌고 있다. 배당도 똑같이 50% 배당성향에 주당 2,500원을 지급한다. 두 회사는 순이익 규모 말고 자본금의 차이밖에 없다. A 기업의 자본금은 100억 원, B 기업은 50억 원이다.

기업을 가치 평가할 때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에 이익 평가 모형과 배당평가 모형이 있다. 이익 모형으로 주가를 산출하면 회사가 매년 5%씩 일정하게 성장할 경우 양사 적정 주가는 105,000원으로 동일하다. 비록 순이익 규모가 차이 나지만 EPS(주식 한 주당 벌어들이는 순이익)는 5,000원으로 동일하고 성장률과 할인율도 같기 때문이다. 한 주당 주가가 동일지만 발행주식 수가 달라서 A 기업 시가총액은 2,100억 원, B 기업은 1,050억 원으로 평가받을 뿐이다. 두 회사 모두 PER가 21배로 같다(105,000/5000). 만일 배당평가 모형으로 주가를 추정하면 이론적인 적정 주가는 52,500원로 같되 시가총액은 A 기업은 1,050억 원, B 기업은 525억 원이다. 이익 평가 모형에 비하여 배당평가 모형에서 추산한 시가총액이 적은 이유는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이라는 현금흐름(분자) 대용치가 주당 이익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EPS 5,000원 > DPS 2,500원).

 

이제 B 기업보다 자본금이 두 배 많은 A 기업이 인적 분할과 지분 스와프를 거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다. 분할 비율은 50 : 50이고 A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40%이다. 인적 분할과 스와프의 마법으로 대주주는 지분율이 분할 전 40%에서 분할 후 57.1%(40/70)으로 증가한다. 지주회사의 분할 자회사 지분율은 40%이다. 지주회사에 다른 비용이 없다고 치면 자회사 지분율 만큼 이익이 생긴다. 자회사가 분할 후에도 여전히 100억 원을 벌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율 40%만큼 40억 원의 순이익을 버는 셈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양사의 자본금은 기존 100억 원에서 120억 원(70억 원 + 50억 원)으로 40%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순이익은 지주회사 40억 원에 자회사 100억 원을 더하여 140억 원으로 늘었다. 분할 전에 비해 각각 40% 늘어난 것이다. 다만 커다란 차이 하나가 있다. 자회사는 여전히 EPS 10,000원, DPS 5,000원을 유지 중이다. 그런데 지주회사의 EPS는 2,857원, DPS는 1,429억 원이다. 자회사 대비 이익은 적고 자본금은 늘었기 때문이다.

 

[그림 2] 자본구조와 이익에 따른 주가와 시가총액의 차이

 

수익성은 그대로, 시가총액은 증가? 내가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에서 주목하는 바를 설명하겠다. B 기업은 분할을 하지 않았으니 A 기업과는 달리 시가총액이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A 기업이다. 신설된 사업자 회사 자기자본이 1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순이익은 여전히 100억 원이 유지된다. 따라서 이론적인 주가는 이익 평가 모형 기준으로 210,000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자본금이 1/2 줄었지만 시가총액은 동일하게 2,100억 원이 된다. 분할된 지주회사(A')는 EPS 2,857원으로 이익 평가 모형에 대입하면 주가는 6만 원, 이론적인 적정 시가총액은 840억 원이다.

시장 전체로 보자. 분할 전에는 A, B 기업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3,150억 원이었다. 분할 후에는 3,990억 원으로 늘었다. 바로 지주회사 시가총액만큼 늘어난 것이다. 전술했던 이중 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이라는 건 지주회사 자본금만큼 늘어난 시가총액을 두고 한 말이다.  배당평가 모형으로 본 주가, 시가총액,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 변화는 그림을 참고하자.

 

[그림 3] A 기업 분할 전과 후의 시장 전체 시가총액과 순이익, 가치평가 변화

 

결국 이중 상장, 더블 카운팅 논란은 자회사의 수익성이 분할로 영향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분할된 지주회사의 시가총액만큼 늘어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이슈의 영역이다.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분할 전후로 A 기업이 이익을 벌어들이는 경제적 실체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분할 전 150억 원에서 분할 후 시장의 순이익이 190억 원으로 증가하였지만 증가한 +40억 원은 실제 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닌 장부상의 가상의(artifical) 이익임을 이해하고 넘어가자.

 

허수 아닌 새로운 신용의 창출 나는 시장에서 이익과 마찬가지로 시가총액이 늘어난 게 단지 회계적인 수치이니까 더블 카운팅으로 이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적 분할을 거쳐 대주주 지분 스와프에서 발생하는 지주회사의 자본금 증자에 의한 자본 증가를 가상의, 회계적인 허수라 간주할 수 없다. 오히려 늘어난 지분을 새로운 신용의 창출로 이해한다. A 기업의 기업 분할 과정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A 기업을 경영하던 나는 A 기업과 별도로 투자회사를 만들고 싶다. 실제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투자 사업만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마침 세금이 없어 A 기업을 50% 유상 감자를 하는 것에 부담도 없다. 50% 감자를 하여 회수한 20억 원에 외부 주주를 모아 30억 원을 추가하여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A 기업의 지분 40%, 20억 원을 투자 회사에 현물 출자한다. 이 경우는 세상에 없었던 투자회사가 새롭게 신설된 것이다. 기업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와 무엇이 다른가? 새롭게 만들어진 A 기업이 가공의 회사라고 할 수 있는가?

다른 각도에서 예를 들겠다. 2008년 이후로 ETF(상장지수펀드, excange traded fund)가 전 세계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ETF는 말 그대로 거래소에서 시장 매매가 가능하도록 고안된 펀드이다. ETF는 일종의 기업 지배, 사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투자회사이다. ETF는 펀드가 설정한 규모 내에서 상장된 여러 회사를 투자한다. 다시 말해서 ETF가 설정된 만큼 시장의 시가총액이 늘어난다. ETF가 펀드 내에 주식을 편입함으로써 해당 주식은 수급상 매수가 늘어나 주가에 긍정적이다. ETF가 출자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늘어나면 ETF의 가치(주가)도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다시 시장 시가총액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주회사처럼 ETF도 시장의 시가총액을 증가시키는데 우리는 ETF를 이중 상장이라고 정의하진 않는다.

 

오른 물가만큼 흡수된 유동성 남은 논란거리는 증가된 40억 원의 이익의 성격이다. 이 인위적인 이익은 정말 의미 없는 허수인가? 실물 경제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150억 원으로 동일하다. 지주회사이건 투자회사이건 뭔가가 생겨나 40억 원이라는 부가가치가 창출되었다. 국민 경제에서 화폐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투자, 분할 행위를 통해 화폐의 유통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게 된다. 전에는 150억 원이라는 이익 규모만큼만 화폐가 순환되면 되었지만 이제는 190억 원으로 유통 속도가 빨라졌다. 분할 내지 투자 행위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생긴 것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자연스럽게 명목상의 시가총액도 올라야 한다.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지주회사는 시장의 유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시가총액을 늘리지만 결코 이중 상장이나 더블 카운팅 이슈로 볼 수 없다.

이제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지주회사의 성격과 어떤 유형의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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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