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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 : M/V 스테이지 이후의 모습 上 #2

Summary

- 미국 증시가 M/V 단계 이후에도 성장하는 원동력 5가지 분석

- 패권 전략을 비롯해 연방준비은행의 노련한 대응 역시 미국 증시의 성장 요인 중 하나

- 그럼에도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2020년대 중반은 미국 증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

 

© iStock

 

④ 어마어마한 미국의 패권 넷째, 팍스 아메리카나의 힘입니다. 세계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슈퍼 파워를 가진 나라가 미국입니다. 2000년 초 미국은 장기 에너지 수급 전망을 예측하였습니다. 결과가 무척 충격적이었는데요. 2020년 원유 자립도가 20%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었어요.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중동에 달렸다는 결론이 전쟁을 이끌었고 결국 이라크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 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근본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무역 마찰로 시작된 갈등이 이내 본질을 드러냅니다. 중국 제조 2025의 전략을 시비 걸고 넘어선 겁니다. 5G, 반도체, 자율주행, AI, 드론 등 첨단 기술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잠재 적성국으로 간주하여 다각도로 제재하고 압박합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매한가지예요. 중국이 G2로 올라서자 동맹국을 동원하여 중국을 봉쇄한다는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이 ‘쿼드’로 이어집니다.

중국에 불안을 느끼는 미국을 이해할 만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원유 자립도 전망과 유사합니다. 바로 2030년의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전망 자료입니다.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대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이 10%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암울한 예상이에요. 설상가상 2030년 중국의 비중이 1/4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었고요. TSMC의 대만을 포함하면 세계 생산량의 45%를 차지한다고 예측됩니다. 만일 대만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간다면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를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반도체와 IT 등 미래 먹거리의 사활적 이해가 중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림 3] 반도체 생산 비중 전망 © SIA, SK증권

 

사실 미국이 주목하는 반도체 분야는 첨단 부문입니다. 최근 숏티지가 극심한 8인치 아날로그 로직은 투자 부담이 적은 저부가 가치에 경쟁이 심해서 미국이 관심 가질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이 겨냥하는 쪽은 고부가 비메모리 로직과 메모리, 하이엔드 아날로그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원가를 100이라 할 때 한국, 대만, 중국, 독일 기업들이 20~30%가량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특히 중국과는 30% 이상 격차가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이러한 원가 차이가 궁극적으로 정부의 보조금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미국의 시선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국 반도체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백억 달러의 예산이 마련되어 지원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텔의 대규모 투자 발표 이면에는 정부의 투자 지원이 존재합니다.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있습니다. 인텔뿐만 아니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 램리서치, KLA, ASML 등이 미국 정부 투자와 지원 확대 정책의 중장기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그림 4] 반도체 부문별 미국의 원가 경쟁력

 

미국은 세계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잠재 경쟁자로 떠오른 국가에 대해 집중 견제하며 자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펀더멘탈이 훼손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미국 증시의 불안 요소가 일정 부분 해소되는 것이죠.

중국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G2의 대가 치고 좀 혹독하기도 하고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엄청난 자본력 및 정부 지원을 통해 중국 기업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2017년 10 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전 분야에서 중국의 특허 건수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R&D 지출 규모도 중국이 미국의 80%까지 올라왔습니다. 캐치 업 속도가 놀랍습니다. 플로우 기준에서는 매우 위협적입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은 축적된 지식과 경험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림 4]의 왼쪽 차트를 보십시오. 사선으로 표시된 영역은 30년 동안 미국이 축적해 놓은 R&D 격차를 뜻합니다. 중국이 이러한 격차를 뛰어넘으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사전에 위협 요인을 제거하자는 것이겠죠. 만일 제거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위협이 현실화되는 시간을 멀리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갈등 구조에서 중국 투자에서 어떤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술 표준을 다투는 첨단 분야의 수출지향적 중국 기업은 가급적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싶습니다. 수출이 막혀도 막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나 소비재와 산업재, 소재의 1등 기업 내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게 나아 보입니다.

 

[그림 5] 미국과 중국의 R&D 지출 현황과 첨단 기술 분야 국가 특허건수

© SK증권

 

중앙은행의 노련한 대응 마지막으로 금융시장 최후의 보루,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입니다.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입니다. 금융 시장이 흔들리거나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면 빠르게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아 불안감을 진정시키곤 합니다. 시장에 앞서기도 하고 때론 뒤처지며 늘 시장과 소통하고 향후의 액션을 가이던스 합니다. FRB 이사회 의장의 노련한 코멘트에 시장이 호응하여 정책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장이 FRB를 신뢰하는 배경에는 유동성 공급에 있습니다. 2008년도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앙은행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현금을 퍼붓듯이 유동성을 확대하였습니다. 중앙은행이 마음먹은 대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한,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성은 앞으로도 유지될 여력이 매우 많습니다.

 

미국의 무대가 끝나는 시점 상기한 다섯 가지 요인들이 미국을 여전히 M/V 시대가 지나서도 증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이해됩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원동력에 힘입어 아직 M/V 단계가 연장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지난 '스테이지' 편에서 스테이지를 유지하는 핵심이 기업 경쟁력과 인구 성장 엔진이라고 했습니다. 2005년 예상과 달리 미국은 양호한 인구 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하는 부국입니다. 여러 자료를 취합한 바로는 미국 가계의 순 금융자산은 무려 76조 $로 추산됩니다. 순 금융자산은 말 그대로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가용 가능한 유동자산입니다. 이 금액이 가처분 소득 대비로는 438%에 달합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엄청나게 축적된 순 금융자산이 금융 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혁신적인 첨단 기업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합니다. 다섯 가지 원동력이 선순환하며 자가발전하는 곳이 미국 증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 6] 국가별 순금융자산 규모, 단위 : 백만 $

 

그러나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도 언젠가 낙조를 보이기 마련입니다. 글루미한 석양일지, 아니면 화려한 낙일일지는 상기한 증시의 5가지 원소가 어떻게 연착륙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현실로 떠오르기 아직 한참 남았겠지만 제가 미국 증시에 대해 우려하는 불안 요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역시 인구 구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미국 가계의 순 금융자산이 76조 $라고 했습니다. 가계 부채가 대략 21조 $일 테니 금융자산은 97조 $로 추산됩니다. 97조 $에 달하는 금융 자산의 70%를 55세 이상의 장년층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 중반 즈음에는 미국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가 시작할 겁니다. 미국의 장년층과 은퇴세대는 의료비 부담으로 소비 성향이 매우 높습니다. 쌓아놓은 금융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소비가 더 많아질 개연성이 큽니다. 금융 자산을 생활비와 의료비로 조금씩 충당해야 한다면 금융 자산에 투자할 여력이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이는 곧 금융 자산의 강력한 수요처가 조금씩 약화됨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40대 이상 X세대의 금융 자산이 커지지 않는 한 미국 금리는 30년간 이어져 온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빈부의 양극화가 극심한 미국 사회에서 40대 전 계층이 부를 쌓기 만만해 보이지 않습니다. 만일 미국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잠재 성장률이 증시의 명운을 가를 촉매가 될 것입니다. 금리보다 높은 성장을 이어 갈 수 있으면 인플레이션 된 금리로 실질 부채 부담이 줄어들어 경제는 선순환을 이어나갈 거고요. 만일 금리보다 성장률이 낮은 사태가 불가피하다면 막대한 국가 부채 이슈가 자산 시장을 잠시라도 일순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7] 미국 연령별 금융자산 보유 비중 © BCA 리서치

 

언제나 그렇듯 금리와 성장률, 여기에 모든 위험자산의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증시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증시를 예측하는 불확실성 못지않게 금리와 매크로 또한 불확실성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투자 가능한 기업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미국 스테이지는? 下' 편에서는 더욱 어려운 주제이지만 미국 증시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점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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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