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 후반전의 시작 下 #2

Summary

- 미국의 금리 상승과 유동성 회수가 증시에 미칠 영향 분석

- 브레튼 우즈 체제 종료 이후 늘어난 유동성은 주식, 채권과 같은 금융 자산으로 흡수

-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상승은 주가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큼

- 그러나 경기의 완만한 회복을 의미하는 금리 상승은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

 

© iStock

 

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 上‘편에서 미국 증시 스테이지가 성숙 단계를 넘었어도 여전히 양호한 원인을 다뤘습니다. 예상보다 나은 인구구조와 비교 우위의 혁신 기술,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 전략의 내적 요인이 크게 한몫했습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적 요인도 일조했고요.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 준비 위원회가 펀더멘탈을 더욱 공고하도록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도 무시 못 합니다. 이번 下편에서는 최근 증시 화두가 되고 있는 미국 금리 상승을 걱정하는 시각과 미국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책으로 공급한 유동성이 증시와 위험 자산 가격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겠습니다.

 

| 금태환 포기 이후 소나기 내리듯 쏟아진 유동성

브레튼 우즈 체제의 붕괴 1971년 이전까지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비율로 교환되었습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에서 세계 각국의 환율이 달러로 고정되고 달러를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고정 비율로 교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브레튼 우즈의 고정 환율 제도가 1960년대 독일을 필두로 한 서유럽과 일본의 경제 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급증하는 미국의 무역 수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국가 채무까지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달러가 증발되어 실질 가치가 하락하자 더 이상 달러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미국에 자국이 보유한 달러 일부를 금으로 인출하겠다고 요구합니다. 독일은 아예 브레튼 우즈 체제를 이탈했습니다.

누적된 국제 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를 바꿔줄 금이 부족하자 미국 닉슨 대통령이 결단을 내립니다. 달러와 금을 35 : 1로 맞바꾸는 브레튼 우즈 체제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쉽게 말해 금에 대해 달러 부도를 선언한 셈입니다. 1971년 이전에는 달러를 찍기 위해서 금과 같은 담보가 사실상 필요했는데요.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중앙은행의 필요에 따라 종이 화폐를 무한정으로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태환 포기로 하늘에서 유동성의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금태환이 정지된 1971년 이후 40년 동안 미국 경제는 대략 20배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중앙은행이 공급한 M3*가 30배 늘었습니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 당연히 통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M3 유동성이 경제 성장에 비해 1.5배 더 풀린 것입니다. M1 기준으로는 경제 성장에 비해 3배나 늘었습니다. 비단 미국만 엄청나게 통화를 증발한 게 아닙니다. 유럽 등 OECD 국가들도 통화 공급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80년 이후 지금까지 OECD의 M3 증가 폭은 GDP 성장의 6배를 상회하였고 M1 기준으로는 15배에 이릅니다.

 

* M1 =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 + 즉시 인출 가능한 보통예금

* M3 = M1 + 2년 미만 저축성 단기 예금 등 + 장기 정기예금 + 금융기관 MMF + 단기 환매 가능 자산 + 기타 대규모 유동성 자산

 

 [그림 1] 미국과 OECD의 연도별 GDP와 M1, M3 추이

 

자본과 금융의 증권화 생산-유통-소비의 국민 경제 사이클에 필요한 규모 이상의 통화는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지난 30~40년 동안 과잉 유동성은 때로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산 가격에 버블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림 2]에서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합니다. 2차례 석유 파동으로 기억되는 1970년대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였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성장률이 높아지자 늘어난 유동성에 비해 화폐 유통속도가 치솟았습니다(왼쪽 그림). 그러나 80년 초를 정점으로 국민 경제 순환 구조상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들며 늘어난 통화량보다 경제 성장이 미치지 못하여 화폐 유통 속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오른쪽 그림에는 금융연관 비율이 급등한 것과 대비됩니다.

금융연관 비율은 GDP와 민간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비교한 수치입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과잉 유동성이 국민 경제 순환고리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과거처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습니다. 늘어난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금융 사이드가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금융 상품 가격 상승으로 흡수한 거예요.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태동함에 따라 자본과 금융의 증권화가 크게 진전되었습니다. 늘어난 통화가 과거에 없던 증권화된 금융 상품을 수요한 것입니다. 오늘날 주식, 채권, 리츠, 부동산과 같은 대체 상품 등 금융으로 포장된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한 근본 원인이 태환 되지 않은 종이 화폐 발행에 있다고 단정할 만합니다.

 

[그림 2] 미국 화폐 유통속도(좌), GDP/금융연관 비율(우)

* 금융연관비율 : 현금, 요구불, 저축성 예금, MMF

 

| 2021년 벽두, 금리 상승에 놀란 글로벌 증시 - 금리와 주가의 trade off

금리 인상 향한 매서운 눈초리 KOSPI가 금년 1월 초 3,270의 역사적 신고가를 화끈하게 경신했습니다. 그러고는 3개월째 3천 선을 넘나들며 박스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연초부터 빠르게 상승하자 미국 중앙은행이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 미국 증시가 근 2개월 이상 조정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 부담이 되는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금리가 상승하여 주가에 영향을 주는 미래 이익과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할인율이 오른 탓입니다. 할인율이 오르면 이론 주가가 내려가니 주가에 부정적입니다. 둘째,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일환으로 정책 금리를 올리거나 채권을 발행합니다. 채권을 많이 발행할수록 공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르게 됩니다. 시중 금리 상승을 중앙은행 통화 정책 변경의 전조로 받아들여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것이죠. 아래의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작년 말 1%에 머물던 미국 10년물 국채가 2 달 만에 1.5%를 넘어 1.7% 전후까지 올랐습니다. 기대 물가도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 타깃이 2% 초반을 넘어섰고, 금리에서 물가를 차감한 실질 금리 역시 -1.1%에서 -0.5 ~ -0.6%까지 반등했습니다. 2 달 새 0.5% p가 올랐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국 국채 금리로 몰렸습니다.

 

[그림 3]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좌), 기대 물가(중), 실질금리(우) 추이

 

시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과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경기 침체가 채 아물기 전에 금리가 이렇게 뛸 줄 예상 못 했던 겁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표면적인 물가가 급상승하리라는 건 경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사안입니다. 작년 3월 유가가 20 $대였습니다. 올해는 60 $ 수준입니다. 유가 말고도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당연히 생산자 물가도 오르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저효과가 하반기부터 해소될 것이기에 지금의 물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크게 오를 걸로 보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시중금리가 물가 상승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한편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엄청나게 퍼부은 유동성의 뇌관을 늘 불안해했습니다. 금융 시장이 빠르게 복구되어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자 언제든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지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회수 가능성만큼 충격을 줄 악재가 없습니다. 2~3 월 글로벌 증시가 조변석개하듯 등락을 거듭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실적 앞에 장사 없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명백한 사실이 있습니다. 금리는 거시 경제지표의 하나입니다. 금리가 오르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술했던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글로벌 경기가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과열된 상태인지 묻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이제 막 극복되려는 찰나입니다. 작년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상황이에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것을 반영하는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에 나쁠 게 없습니다. 과거 경험에서는 오히려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을 반겨왔습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요즘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사안입니다.

[그림 4]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큽니다. 미국 S&P 500와 금리 인상의 관계를 잘 보여 줍니다. 그림에서 파랗게 음영이 칠해진 영역은 실질 금리가 최소 1%p 이상 오른 기간입니다. 실질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추세 상승을 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시중 금리가 오를 정도로 경기가 성장하고 기업 실적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성장이 너무 과도하여 인플레이션이 급격해지거나 경기 정점이 지나지 않는 한 금리 상승은 증시에 호재입니다. 2021년이 넘쳐나는 유동성에 힘입어 경기와 실적을 기대하는 첫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유동성 국면이 실적 장세로 전환될 시기라는 겁니다. 실적 앞에 장사 없습니다. 양호한 실적을 전달해 주는 기업의 주가는 작년에 많이 올랐어도 여전히 오를 여지가 다분하고 실적이 부진할 기업은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고 해도 큰 기대를 해선 안됩니다. 시장이 많이 올라서야 뒤늦게 쳐진 부진한 갭을 일부분 메울 수 있을 정도만 기대해야 합니다.

 

[그림 4] 미국 S&P 500 장기 추세와 금리 인상 시기 © BCA 리서치

 

장기적으로 주가가 금리 상승과 동행했음을 익히 알고 있는데 왜 두 달새 50bp 올랐다고 시장이 요동을 쳤을까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꼴입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 충격에서 헤어 나오던 2010년대에 미국 10년물 국채의 실질 금리가 두어 달 동안 단기간에 50bp 이상 4차례 오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할 거라는 불안에 전 세계 증시가 4% 이상 조정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올 초의 증시 조정은 과거에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이 소환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림 5] 2010년대 미국 국지적 금리 상승 시기에서 증시 반응 © 모건 스탠리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실시간
BEST
invest_15
채널명
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