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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분석 사례 : 20억원 부동산을 6억원에 구입하기 下 #1

Summary

- 20억 부동산을 6억 원에 구매한 사례로 보는 환율의 중요성

- 베트남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에 투자할 때도 반드시 환율을 고려해야 함

- 베트남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시 위험이 크나, 저비용 사회 등 여건을 고려할 때 투자 가치가 있음

- 적절한 베트남 투자 시기는 2022~2023년으로 추천

 

© pixabay

 

이번 환율 편(하)의 소제목은 '20억 원짜리 부동산을 6억 원에 구입하기'라 정했습니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긴 합니다만, 지인이 실제 구입했던 사례입니다. 나름 시사점이 많아 글머리로 소개합니다.

 

국내 최초’인데 땡처리 신세라니 때는 2007년. 부동산 PF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무렵입니다. 입지가 우수한 부지를 매입한 시공사가 토지를 담보로 PF 대출받아 아파트나 상업용 부동산을 개발하여 막대한 분양 수익을 올리던 시기였습니다. 개발 프로젝트가 큰 탈 없이 워낙 잘 나가던 시절이라 자금을 빌리는 시공사가 오히려 '갑'이 되어 대출 기관을 선별할 정도였습니다. 부동산 호황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이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하기 바빴습니다.

여의도 KBS 본관을 광장 사이로 마주한 '메리어트 파크타워 이그지큐티브 호텔 & 레지던스 오피스텔'. 국내 최초로 주거와 호텔이 같이 들어선 주호복합시설 PF였습니다. 시행사는 메리어트 호텔에 6성급 호텔 서비스 운영을 맡기고 레지던스 오피스텔을 분양하여 공사대금과 개발이익을 환수할 계획이었습니다. 레지던스 오피스텔 입주자들도 호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닝콜, 하우스 키핑, 런드리와 같은 룸서비스가 제공되고 수영장, 피트니스 등 호텔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해외 장기 체류자들에게 인기 있는 새로운 주거 유형이어서 분양 당시 화제였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최초 분양가가 평당 3,500만 원~4,500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반포 자이나 래미안 퍼스티지의 평당 분양가 3천만 원 초반보다 비쌌습니다. 반면 전용률은 58%대로 아파트에 비해 훨씬 낮았습니다. 61평형 분양가가 21.3억 원입니다.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분양가였던 만큼 오피스텔 분양자가 임대를 줄 경우 시행사가 1년에 한해 평형에 따라 월 800만~3천만 원의 임대 수익을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가격 부담 탓에 색다른 주거 문화와 각종 편의 시설의 이점에도 분양에 실패합니다.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와중에 국내 아파트 가격이 상승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완판 되지 않자 시행사가 평당 200만 원 분양가를 인하합니다. 얼마 뒤 시행사가 파산하고 시공을 맡은 성지건설이 미분양 오피스텔을 공사대금 일부로 떠맡습니다. 금융 위기가 터지고 성지건설이 자금난에 몰립니다. 2008년 평당 분양가를 2,100만 원~3,300만 원으로 1,200만 원씩 추가 할인에 나섭니다. 61평형이 12.8억 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분양에 애를 먹은 나머지 마침내 상당 부분 남은 물량을 2010년 1,500만 원 대에 떨이로 처리합니다. 21억 원으로 분양했던 61평형을 9억 원 대에 땡처리한 거죠.

 

아는 자에게만 통하는 마법 2000년 초반 전 직장이었던 헤지펀드의 전직 동료는 해외 영주권자였습니다. 당연히 해외 금융 기관과 거래 계좌를 틀 수 있었죠. commodity 사이클을 제법 잘 봤던 지인은 해외 매크로 투자를 위해 자산의 전부를 달러로 바꾸었습니다. 환전 환율을 평균하면 대략 900원 초반 즈음일 겁니다. 홍콩에서 스타트업 헤지펀드를 설립하여 주로 해외에 머물다 귀국하면 부모님 댁에 잠시 기거하곤 했어요. 전 세계 집값이 금융 위기로 폭락할 때도 국내 부동산은 굳건하게 버텨내다 2009년 이후 서서히 하락세로 전환되었습니다. 2009년 시세가 9억 원 대로 빠지자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무렵 일부를 원화로 바꿔 9.5억 원에 61평형을 매수합니다.

21억 원 레지던스 오피스텔을 6억 원에 매수한 것입니다. '뭐야. 방금 9.5억 원이라 하고선~' 이렇게 질문하실 분이 있을 겁니다. 분명 오타가 아닙니다. 마법사의 마술이 또 한 번 통했습니다. 원화 자산을 900원 초반에 달러로 바꾸었다가 그중 일부를 1,500원에 환전하여 아파트를 9.5억 원에 샀습니다. 원화로는 9.5억 원이지만 지인이 실제로 지출한 달러는 37%가량 세이브했습니다. 9.5억 원을 달러당 900원에 샀다면 105만 달러가 소요됩니다. 그러나 달러당 1,500원에 살 경우 63만 달러 정도에 가능합니다.

개방 경제에서 자국 통화가 달러에 약해지면 나도 모르게 내 실질 자산이 훼손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자국 통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살기 때문에 환율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지난번 회차에서 베트남 부동산 열풍을 잠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베트남 부동산 가격이 안 빠져도, 아니 10~20% 오른다 쳐도 베트남 동화 환율이 30~40% 폭락하면 한국인이 현지에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그만큼 훼손됩니다. 과연 베트남 부동산을 살 때 대출금리 외에도 환율을 고려한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베트남 투자 내년 이후부터 해야 하는 이유 본격적으로 베트남과 인도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양국에 대해 장기 성장성이 있어도 2000년 중반의 인구 구조상 증시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그런데도 두 차례 경제 위기를 겪고 나서 명목 지수가 상승세를 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우선 베트남을 살펴보겠습니다.

베트남 경제는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며 개방한 이후 2000년대에 고속 성장 중입니다. 위기 시엔 성장률이 낮아지지만 대체로 지난 20년간 매년 6~7%가량 성장했습니다. 성장률이 높은 만큼 수요가 많은 나라여서 물가와 금리가 높아야 합니다. '명목 금리 = 실질 성장률 + 물가' 등식을 기억해 주세요.

 

 

아래 그림에서 보듯 경제 위기가 오면 베트남 물가가 앙등합니다. 원인은 잠시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2000년 이후 간혹 물가 상승률이 0% 전후로 빠지고 요 근자에는 3% 전후에서 유지되긴 해도 20년 평균 물가 수준은 최소 5%를 상회합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5%로 잡겠습니다.

 

 

실질 성장률 최소 6%에 물가 상승률 5% 라면 베트남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명목금리는 11%가 정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베트남 3년 국채 이자율이 0.6%입니다. 그만큼 돈이 풀렸습니다. 과잉 유동성이죠. 베트남 성장을 산 해외직접투자(FDI)와 증시에 대규모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베트남 중앙은행이 이에 못지않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고요.

환율 정책 역시 과잉 유동성의 원인입니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기회로 동화 가치가 근 50% 하락하였습니다. 통화가 큰 폭으로 절하되어 수출이 활황을 띠고 무역 수지가 흑자를 보이자 달러가 엄청나게 유입되는데도 환율이 요지부동입니다. 그만큼 물가가 불안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2008년, 2011년 물가가 폭등했는데요.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에 왜 물가가 폭등했을까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 빠지듯 나간 때문입니다. 환율이 앙등하여 수입 물가가 급등하니 금리도 따라 급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글로벌 호황은 코로나19가 가져다 주었습니다.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빠르면 작년, 늦어도 올해에는 경제 위기가 불거졌을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압축적으로 위기를 전파시켰고 각국 정부는 외생적으로 불거진 바이러스가 야기할지 모를 대공황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풀었습니다. 모든 위험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고 언젠가는 끝을 보게 될 겁니다. 또다시 위기가 온다면 베트남 동화 환율, 물가, 금리는 어떻게 바뀔까요? 저는 다시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온다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베트남 동화가 23,000 동/달러에서 재차 급등하던지 동화 가치가 유지된다면 베트남 로컬 통화 표시 자산이 무너져야 합니다. 주식은 언제든 손실을 보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이라도 있지만 부동산은 시세가 빠지기 시작하면 거래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미 19년 호찌민시에 소재한 외국인 대상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한때 평당 3천만 원에 육박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로 베트남이 국경을 봉쇄하자 2천만 원을 훌쩍 넘던 가격이 1,900만 원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어요. 만일 정말로 위기가 온다면 불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저는 베트남 투자는 2022~2023년 즈음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합니다. 지난 [환율 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베트남의 장기 성장 엔진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에요. 신이 아닌 이상 최적의 투자 시기를 맞추지 못합니다. 바닥을 정확히 찍을 자신이 없다면 올해나 내년부터 나눠서 투자해도 괜찮습니다.

 

시기만 잘 잡으면 꽃길 보장 인구 구조 말고도 베트남이 가진 장점이 꽤 있습니다. 저비용 사회입니다. 인당 월평균 임금이 275 US $에 불과합니다. 1년 해도 3,300 달러입니다. 해외 유수의 제조기업이 베트남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저임금에 근면 성실하고 손재주가 좋은, 마치 1970년대의 한국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예요. 실업률은 거의 완전 고용 상태이고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비율이 80%에 육박합니다. 영유아, 학생, 노인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가 일자리에 나서 돈을 벌고 있는 사회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노동 참여율은 61%, 인도는 50%입니다. 70%를 상회하는 신흥 국가는 좀처럼 드뭅니다.

베트남 사회가 수출 제조 경제에서 만일 소비 사회로 조금씩 이전한다고 가정해 보죠. 2010년 대부터 베트남은 경상 수지 흑자 기조를 보입니다. 사회가 안정되어 동화 가치가 절상되기 시작하면 미국 달러로 표시되는 명목 GDP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겁니다. 일종의 환율 역 복리 효과가 기대됩니다. 수년째 베트남 1인당 GDP가 2,000 $ 중반을 답보하고 있습니다. 동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니까요. 반대로 동화 가치가 오르면 실질 성장률이 5~6%를 유지할 경우 6 ~ 7년 내 1인당 GDP 5,000 $를 넘게 됩니다. 한국이 88 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서 G/G 시대를 예비할 시점이 GDP 5천 달러를 넘어설 때였어요. 미국이 중국과 갈등하는 한 베트남의 무역 입지가 지속적으로 수혜 받을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한 차례의 위기를 마지막으로 넘긴다면 베트남 경제는 꽃길을 걸을 가능성이 농후할 거예요.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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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