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분석 사례 : 환율, 불균형을 조정하는 마법사 上 #1
Summary
- 실제 사례로 보는 스테이지와 패션 분석
- 브릭스 펀드 광풍 당시 인구 구조, 1인당 GDP 등을 근거로 위험 의견 제시
-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브릭스를 비롯한 각국 상황은 당시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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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스테이지와 글로벌 패션에 대해 간략히 논의했습니다. 당시 인용된 자료들은 2005년에 예상되었던 전망치였습니다. 15년 이상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전망이 실제 어떤 결과를 보였는지 점검하려고 합니다. 만일 예측이 틀렸다면 이로부터 미래를 좀 더 근사하게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될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 일본, 미국의 성장 엔진의 변화
2005년 예측한 한미일 인구구조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2015년을 정점으로 점차 성장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성장 엔진의 핵심이 2020년 50대에서 2030년 60대로 옮겨가는 급속한 노령화가 예견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출산율마저 하락하여 다음 세대가 점점 감소하는 역삼각형 인구 구조를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2020년대 국내 증시가 기조적으로 상승하기는 다소 벅차 보였습니다.
일본은 2000년에 M/V 단계에 들어선 후 2010년대에 정점을 찍고 2020년대에 추세가 조금씩 약화되리라 예견했습니다. 다만, 한국보다 10년가량 성장 엔진이 낮게 형성되어 노후화되는 추세라 장기 투자한다면 2020년대에는 한국보다 일본 시장이 나아 보였습니다.
양국과 달리 미국은 30대 이하 계층이 지속적으로 두텁게 유지되리라 예상되었습니다. 2005년 정도에 M/V가 종료된 다음 다시 30대 후반에서 성장엔진이 두텁게 나오기 시작하니 2020년대가 무난해 보였습니다. [그림 1 참고].
미국 인구 구조가 마름모 꼴의 이상형은 아니어도 성장 엔진의 아래 세대가 두텁게 유지되는 이유는 미국에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비롯해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출산율에 있다고 추정됩니다. 여기에 유럽에 비하면 미흡한 편이지만 그래도 양호한 사회 보장 제도와 141조 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가계 순자산의 존재도 한 몫 한다고 추측합니다. 미국 증시가 2010년대에 글로벌 증시를 리드하여 많이 올랐다는 부담이 있는데요. 2020년대에도 글로벌 증시를 이끌 쌍두마차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림 1] 2005년에 추정한 한국, 일본, 미국의 2020~2030년 인구구조
2020년 현재의 한미일 인구구조 [그림 2]는 2020년 현재 3국의 인구 구조와 2030년 전망입니다. 큰 추세로 보면 15년 전 추정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동력을 잃어가는 고령화사회에서 탈피할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의 엔진이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다만 30~50대 인구가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금융 자산 축적이 당분간 가능합니다. 2005년 전망치에 비해 상황이 조금 나아 보입니다. 위기 국면이 아니라면 증시가 예전처럼 2천 선 아래로 흐를 가능성이 희박하리라 기대됩니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여전히 2020년 대 초중반은 일본의 성장 엔진이 더 나아 보입니다. 일본의 노령층은 상대적으로 금융 자산을 많이 축적한 세대입니다. 국가 부채를 민간이 부담해 줄 여력이 충분하여 증시도 안정세를 유지할 공산이 큽니다. 일본 기업 중 미래 성장 기술의 핵심 소재를 담당하는 기술력 있는 회사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미국은 이전 전망치에 비해 좀 다른 모습입니다. 30대 이하 계층이 성장 엔진 세대보다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성장 엔진의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죠. 이번 사이클이 끝나면 하락을 피할 수 없겠지만 여전히 글로벌 증시의 맏형 노릇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 2] 2020년 현재 한국, 일본, 미국의 인구구조와 2030년 전망
| 주요 신흥 국가의 인구 구조 추이
브릭스에 열광했던 과거 한국은 누적된 금융 자산이 마침내 1,000조 원을 넘자 2006년 적립식 공모 주식형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하게는 저금리, 저물가의 골디락스 환경과 중국의 과잉 생산, 그리고 미국의 과잉 소비가 글로벌 원자재 붐을 일으켰고요. 자연스레 이머징 성장이 글로벌 패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버팀목이자 바람잡이일 뿐 모두가 중국 굴기에 취해 BRICs에 몰려들었습니다. 한국도 2007년 BRICs 펀드 광풍이 몰아쳤죠. 그 당시는 해외 주식을 직접 살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간접 투자만이 유일한 해외 투자 대안이었죠.
막대한 투자 자금이 달러로 바뀌어 송출되는 와중에 조선회사가 엄청나게 받아 놓은 수주 잔고를 헤징 하기 위해 달러 숏 포지션을 취한 사실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시중에 달러가 부족해지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은행들은 달러로도 모자라 엔화까지 차입하여 무분별하게 대출했지요.
원화가 끝없이 강세를 보이자 KIKO라는 악마의 디테일을 숨긴 고위험 금융 상품이 외화 헤징 상품으로 포장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든 어떤 자산이던 고수익을 창출하겠다며 '인사이트 펀드'를 내놓았는데요. 판매 3주 만에 3조 원이 넘는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브릭스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집중 투자했었죠. 2008년 서브 프라임이 터지자 1929년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미국 증시가 50% 넘게 빠졌으니 신흥국 증시야 오죽했겠습니까?
정말 브릭스가 대안이었나 2007년 해외 펀드가 성황리에 팔릴 무렵 컨센서스 대세는 브릭스였습니다. 브릭스란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을 일컫는 당시의 신조어였어요. 신흥국 투자는 이 네 나라를 능가할 나라가 없다는 거죠. 당시 이런 견해에 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정황상 중국만이 그나마 장기 투자에 적합한 반면 나머지 3개국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베트남 펀드도 인기몰이를 하였는데 베트남 증시도 마찬가지라고 여겼고요. 거품이 꺼지면 처참한 결과를 맞이할 거라고 보았습니다. 당시 제가 다녔던 운용 회사의 마케팅 전략회의 석상에서 운용팀장으로서 해외 펀드를 출시한다면 지역으로는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섹터로는 동남아 소비재를 핵심 키워드로 삼자고 제안했습니다. 근거는 오직 단 한 가지였어요. 인구 규모와 구조, 1인당 GDP 수준의 상식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신흥 시장에서 이 지역 이상의 안정성을 띤 지역, 국가가 없으리라 단정했습니다.
[그림 3] 2005년 당시 주요 국가의 스테이지에 대한 전망
2005년 예측한 브릭스와 현재 세간의 평과 달리 제가 중장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인구 구조를 살펴본 결과 그나마 중국만이 당시 투자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브라질은 장기 성장 엔진이 탁월했지만 본격적으로 엔진에 불이 붙을 시기가 2015년 이후라 2007년은 너무 일러 보였어요. 러시아는 1차로 형성된 엔진이 저무는 중이었습니다. 인도는 성장 엔진이 영유아에서 이제 막 장착되었는데 높은 출산율로 2030년 전망도 2015년 추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유동성 랠리로 글로벌 붐이 끝나면 가장 위험한 투자 중 하나로 예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림 4] 2005년 당시 추정한 BRICs의 2005~2015년 인구 구조
BRICs 국가들도 최근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역동성 있는 신흥국이라 그런지 당시 전망과 약간 차이가 납니다.
노령화가 이제 사회 문제화되는 중국은 아직까지 성장 엔진이 식지 않았습니다. 흐름상 2030년까지 여전히 유망해 보입니다. 단지 30대 이하가 한국처럼 빠르게 줄어드는 모양새가 문제입니다. 가구당 1명으로 제한되었던 출산 정책이 이제 2명으로 완화되었으니 그 효과가 언제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러시아는 큰 틀에서 기존 전망치 예상대로 30대에 엔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푸틴의 장기 독재와 부정부패 등 정치적 리스크가 경감된다면 앞으로 유망한 투자처로 부상되리라 기대됩니다.
가장 크게 변한 나라는 인도입니다. 당초에는 30년대에도 성장 엔진이 붙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었는데요. 15년 동안 확연하게 성장엔진이 형성되었어요. 물론 아직은 성장 엔진이 10~20대에 머물러 있어 30년대 넘어서야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견해는 동일합니다. 아직까지 인도는 글로벌 패션에 종속될 증시입니다.
[그림 5] 2020년 현재 BRICs의 인구구조와 2030년 전망
2005년 예측한 신흥국과 현재 이제 여타의 신흥 국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투자 대상국이 아니지만 같은 한민족이라 언급합니다. 한국보다 영유아 층이 두꺼워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고립 경제에서 독자 생존하기에 2,600만 명 인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사회도 다음 세대가 취약하고요. 여전히 남북한이 경제 협력을 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입니다.
베트남은 전술했듯 성장 엔진 모양이 양호합니다. 그러나 다이내믹스로는 2020년대 초반이 지나서야 투자가 가능한 흐름으로 전망되었습니다.
당시에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투자하기 적합한 나라가 바로 태국이라 손꼽았어요. 2020년까지 인구 구조가 매우 이상적입니다. 인구도 7천만 명을 상회하여 내수만으로도 버틸 수 있습니다. GDP 규모로도 어느 정도 소비가 가능한 나라였고요.
인도네시아는 베트남보다는 늦고 인도보다는 빠른 신흥국이라 2030년대가 주목될 걸로 가정했습니다. 이런 요지에서 브릭스보다 동남아 지역이 해외 신흥 시장으로 투자 가능하리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림 6] 2005년 당시 추정한 북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의 2005~2015년 인구 구조
지금도 2005년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태국이 가장 투자에 적합한 나라입니다. 베트남은 이번 버블 사이클이 지나면서 2020년대 중반 본격 투자해야 할 국가라고 예상합니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가 빠르게 인구 구조가 나아지고 있습니다. 피라미드에서 종 모양으로 영유아 양육 부담이 완화되었어요. 그림은 없지만 말레이시아 역시 20년대에 투자를 해야 할 곳 중 하나입니다.
폴란드, 체코 등 2005년 당시 신흥 시장에서도 투자 위험이 커 프런티어 마켓이라 불리던 동유럽 국가들이 EU의 핵심 생산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인구 구조도 전성기를 향해 달리고 있고요. 따라서 동유럽도 주목해야 할 지역입니다. 2030년대 신흥국 투자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그리고 동부 유럽이 유망하리라 전망합니다.
[그림 7] 2020년 현재 북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의 인구 구조와 2030년 전망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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