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와 패션을 구분하자 下 : 언제 주식투자를 반드시 해야 하나? #1
Summary
- 주식 투자할 때 꼭 알아야 할 스테이지 4가지 : G/B, G/G, M/T, M/V
-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 G/B 시기에는 고소득자 실질 임금만 올라 주식 투자에 적합하지 않음
- 성장이 둔화되는 G/G 시기는 저소득층도 실질 금융 자산을 쌓을 수 있어 주식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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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와 패션을 구분하자 上'에서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KOSPI 생존 기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업의 주식을 오래 투자했을 때 놀라운 투자 성과가 나오는 것도 함께 보여 드렸습니다. 장기 투자의 복리 효과는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식 투자에 적합한 스테이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패션은 전 세계 증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경기 사이클이나 테마틱한 흐름에 종속됩니다. 반면 스테이지는 나라마다 상이하여 같은 경기 사이클 내에서도 지역, 나라별로 호황과 불황이 엇갈리는 특징을 갖습니다. 특정한 스테이지가 일단 출현하게 되면 보통 20~25년 정도 유지되니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하는 스테이지에서는 장기 투자가 권장됩니다.
[상편]에서 G/B, G/G, M/T, M/V 암호 같은 용어로 스테이지를 구분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기한 4단계 스테이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거두절미하여 스테이지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라별로 경제가 발전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구 근현대사와 20세기 이후의 경제 흐름에 이해가 있는 독자들은 쉽게 체감하실 겁니다.
‘주식의 시대’와 ‘저축의 시대’ [그림 1]에서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로 G/G, M/V를 꼽았습니다. 달리 말해서 G/B, M/T는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어째서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 G/B 스테이지가 아닌 성장률이 둔화되는 G/G가 주식 투자에 유리하다는 걸까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G/B 시기에는 GDP 성장이 높은 만큼 당연히 임금이 크게 오르지만 물가 상승률 또한 높습니다. 따라서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의 증가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여기에 그림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가 극히 제한된 고소득자의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상회합니다. 고소득 계층만 실질 임금이 오르는 것이죠. 자연스레 대다수 저소득 계층은 명목 임금이 오르더라도 물가를 만회하지 못해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실질 임금이 감소하여 부를 쌓을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이런 시기에 왜 주식을 하면 안 될까요? 기회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높은 만큼 금리 또한 높습니다. 경제학에서 명목 금리는 실질 금리 + 인플레이션율이라 정의합니다. 금리가 높은데 굳이 주식 투자의 위험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고금리 예금만으로도 부를 늘릴 수가 있으니까요. 요즘 1%를 갓 넘은 은행 예금 금리에 다들 불만입니다. '아, 금리가 3~4%만 되어도 좋겠다'라는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20~30대가 믿기 어렵겠지만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0년대 우리나라 3개월 예금금리는 연 14% 전후였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환상적인 금리입니다. 80년대에는 금리가 10% 후반에서 20% 초반 정도였습니다. 4~5년 만에 원금이 배로 늘어나는데 굳이 주식을 할 이유가 없죠. 금리가 높은 만큼 미래에 기대되는 현금의 현재 가치가 엄청 떨어지니 주식 가치가 낮아야만 하고요. 이처럼 G/B 단계는 바로 저축의 시대입니다. 성장(G)이 있으나 채권(B)에 투자하라는 의미에서 G/B라 부릅니다.
[그림 1] 주식 투자에 적합한 스테이지
경제가 마냥 고속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일정한 시간과 단계가 지나면 서서히 성장률이 둔화되기 마련입니다. G/G 단계에는 성장이 본격적으로 둔화됩니다. 성장이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생산력이 증가함에 따라 물가도 안정을 찾습니다. G/G 시기에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가 레벨이 저소득 계층의 임금 상승률을 하회한다는 점입니다. 비로소 저소득 계층도 실질적으로 금융 자산을 쌓을 수 있게 됩니다. 한 사회에 금융 자산이 쌓이면 당연히 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도 오르겠죠.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G/G 시기야말로 주식의 시대이죠. 성장 속도가 낮아지지만 여전히 성장(G)하는 만큼 성장 스타일(G)에 투자하라는 의미에서 G/G라 일컫습니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취약한 고리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성장률이 낮아지며 공급과잉에 들어선 중후 장대한 제조업들이 유휴 생산 설비로 고생을 하고 경쟁력을 잃은 경공업은 도태되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일어납니다. 실업이 늘고 경기가 불안정해지며 침체를 거듭합니다. 임금 상승 여력이 낮아져 실질 소득마저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그래서 M/T 단계도 장기간 주식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M/T란 성숙(M)한 경제로 전이(T) 되는 구조조정을 뜻합니다.
오랜 고통을 겪은 다음 성장률이 한 단계 더 낮아집니다. 그러나 산업 구조조정이 끝나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실하게 경제 구조가 바뀐 결과 물가가 다시 안정화되고 실질 부가 다시금 쌓이는 시기로 전이되었습니다. M/V 시기 역시 장기 투자가 가능한 시대입니다. 특히 이 시대에서는 주식 시장이 상당히 고도화되고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펀더멘탈 한 요소들만이 주가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어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리스크가 경감되기도 합니다. 성숙(M)한 시장에서 부의 가치(V)가 축적되는 시대입니다.
각 단계별로 좀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① G/B 스테이지 G/B는 Growth/Bond를 뜻합니다. 성장이 높지만 채권(혹은 확정 이자 상품)에 투자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산업 기반이 고도화되지 않아 철강, 화학 등 기초 소재 상당량을 수입해야 합니다. 소비와 관련된 경공업 위주로 산업이 성장합니다.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을 해외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고환율, 저임금 구조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자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띱니다. 전술했다시피 고소득층만이 부를 축적하고 저소득층은 실질적으로 부가 훼손되는 시기입니다. 신흥 국가라고 일컬어지는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1~2년, 혹은 2~3년 단기 투자가 가능하지만 사이클이 꺾이면 반드시 투자 회수를 해야 할 단계입니다.
[그림 2] G/B 스테이지
② G/G 스테이지 G/G는 Growth/Growth의 약어입니다. 주식 성장을 통해서 부를 성장시키라는 의미입니다. 이제 단순 임가공이 아니라 자본화된 산업 설비로 부가 가치가 높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퀄리티와 차별화된 기능으로 경쟁이 가능해지므로 가격 경쟁력이 절대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임금이 전반적으로 명목 성장률에 연동되고 저소득층도 실질 부를 늘릴 수 있게 됩니다. 물가가 안정화되며 금리가 낮아집니다. 반비례하여 주식의 메리트가 커집니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합니다. 경상 수지가 흑자 구조에 정착함에 따라 자국 통화가 달러에 강세를 보입니다. 저환율로 수입 수요가 늘고 소비 여력이 급증합니다. '모든 게 좋았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뿜뿜하는 시기입니다.
[그림 3] G/G 스테이지
③ M/T 스테이지 달이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영원할 것 같은 G/G 시기도 시간이 흐르면 저뭅니다.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의 시기인 M/T 시대가 다가옵니다. M/T는 Maturity/Transition입니다. 성숙한 경제가 구조조정의 과도기로 전이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IMF를 통해 압축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혹독하게 겪어야 했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에서 80년대 초가 M/T 시대였습니다. 이 시기에 소비재와 중후 장대형 중공업 위주였던 2차 산업이 서비스업과 IT, 금융업으로 산업 체질이 완전히 탈바꿈하였습니다.
④ M/V 스테이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어 드디어 M/V 시대로 넘어갑니다. 바로 Maturity/Value입니다.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숙하여 가치 있는 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Valuable한 (금융) 상품으로 수요가 몰린다는 뜻이겠습니다. 서비스업이 고도화되어 자본화가 진행되고 본격적으로 금융 자본주의가 산업을 지배하게 됩니다. 자국 산업 기반은 하이테크, 금융, 첨단 서비스업 위주로 살아남습니다. 가계와 국가의 부가 엄청나게 축적되며 해외로부터도 이전 소득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주식 관련한 다양한 금융 상품과 본격적인 해외 투자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해외 투자로 달러가 유출되지만 무역 수지와 이전 소득을 바탕으로 외화 자산이 누적됩니다.
[그림 4] M/T, M/V 스테이지
[상편]에서 미국은 1950~1960년대가 G/G, 1980 ~2000년대 중반이 M/V 시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고유가 파동을 겪었던 1970~80년대 초반을 M/T로 규정하였습니다. 반면 일본은 1970~1980년대가 G/G, 1950~1960년대를 G/B 시대로 구분하였습니다. 이처럼 스테이지는 나라마다 상이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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