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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0 Trillion – 블랙록의 신화 #2

Summary

- 현존 최고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는 ALADDIN

- 덕분에 블랙록은 정부, 연기금, 중앙은행 등 광범위한 고객을 보유하게 됨

- 이후 블랙록은 패시브 상품에 주력하는 BGI를 인수하면서 ETF의 제왕으로 군림

 

© iStock

 

| ALADDIN 기반의 Solution 서비스

 

 

금융계의 명의가 되다 블랙록이 다른 자산운용사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단순 AUM의 크기가 아니다. 바로 ALADDIN 기반의 솔루션 비지니스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ALADDIN은 금융업의 MRI 혹은 CT 기술과 유사하다고 평가받는다. 수술 전 MRI 및 CT를 통해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측정하는 것처럼 ALADDIN은 특정 자산의 상태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08년도 금융 위기 당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CDO라는 파생상품이 있었다. 즉 A라는 자산을 기반으로 B라는 계약을 하고 다시 B라는 계약을 기반으로 C라는 계약이 맺어졌다. 즉 C의 가치가 B에 연동되고 다시금 A에 연동되는 구조로 단계가 뒤로 가면 갈수록 정상적인 가치 평가(Valuation)가 불가능해진다. 물론 누구나 기초 자산인 부동산 실물 시장(A)이 죽으면 B와 C가 모두 부실 자산이 되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 부실 자산인지(40%? 50%?) 측정하는 것은 쉬운 영역이 아니다.

ALADDIN은 물론 만능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블랙록은 ALADDIN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자문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블랙락의 고객 커버리지는 정부, 연기금 및 중앙은행 등 광범위하다. 심지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조차 블랙록의 고객 중 하나다.

 

돈 한 푼 안 쓴 최고의 광고 실제로 2020년 코로나 패닉이 정점을 달했던 3월 연준은 금기를 깨고 회사채 시장에 개입했다. 미국의 회사채를 매입해 코로나 리스크가 신용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당시 연준이 회사채 매입의 방식으로 선택했던 수단이 바로 블랙록의 회사채 ETF(티커: LQD) 매입이었다. 간단히 말해 연준은 LQD 회사채 ETF에 돈을 넣고 블랙록이 그 돈으로 회사채 시장에 들어가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로세스다.

이는 가장 핵심적인 공공기관 중 하나인 중앙은행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물론 블랙록은 연준으로부터 LQD 운용 보수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Financial Times가 지적했듯이 이는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낳는다 – “천조국 중앙은행이 산 블랙록의 ETF” 이런 광고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출처: Bloomberg

 

결론적으로 펀드 및 ETF 상품이 매인(Invsetment Advisory and Admin Base Fee)이지만 블랙록은 일반 운용사와 달리 이윤 창출의 채널이 보다 다각화되어 있다. 위 차트에서 나타나듯이 상품 외의 매출이 전체에서 22%가량 차지한다. 핑크의 트라우마가 가장 경쟁적인 엣지로 승화한 사례다.

 

| 액티브 하우스에서 ETF의 제왕으로: ISHARES

 

 

가장 완벽했던 인수합병 지금까지 스토리를 보면 결국 블랙록은 좀 잘나가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탄탄한 액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채권 운용사다. 이는 오늘날의 블랙록과는 매우 상이한 이미지다. 지금의 블랙록은 대규모의 패시브 투자 전략 위주의 ETF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이다.

액티브 하우스였던 블랙록이 패시브의 제왕이 된 배경에는 금융 위기 이후 ISHARES ETF와 같은 패시브 상품에 주력하는 Barclays Global Investors(BGI) 인수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ISHARES는 실제로 블랙록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바클레이스가 만든 상품이다. 비유하면 LVMH가 티파니를 인수하고 티파니 상품 라인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과 같다.

 

출처: Bloomberg

 

위의 차트에서 나타나듯이 블랙록은 2008년까지 AUM의 증가가 미미했다. 하지만 2009년 BGI를 인수하면서 AUM이 3조 USD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1 2Q에 9.5조 USD 기록하게 된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투자 패러다임은 ETF로 완벽하게 전환됐다. 우선 양적완화로 대규모 자금이 풀리며 상당수가 금융 시장으로 유입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며 여러 비용에 대해 인색해졌다. 수익률이 20% 나는 구간에선 1%의 비용은 별게 아닐 수 있으나 수익률이 7,8%인 상황에선 1%의 비용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비용 + 분산투자의 장점을 지닌 ETF에 매료됐다.

이러한 이유에서 블랙록의 ISHARES 인수는 금융 업계의 가장 완벽한 인수 합병으로 평가받는다.

 

| 저비용 경쟁의 승자 블랙록

블랙록의 신화가 의미하는 것 최근 글로벌 운용사들은 저비용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나 대규모 운용 자금으로 무장한 블랙록과 뱅가드가 앞장서고 있다. 다만 저비용 경쟁에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기타 운용사들과 달리 블랙록은 ALADDIN 및 솔루션 비즈니스 등 사업을 다각화해 이러한 마진 압력에서 보다 자유롭다.

이러한 블랙록의 경쟁력은 주가에도 잘 반영된다. 2018년도 이후 블랙록은 S&P 500의 동종업계 자산운용사 인덱스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기점으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Bloomberg

 

결론적으로 액티브 채권 투자로 시작한 래리 핑크는 패시브 투자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인물이다. 그의 산물인 블랙록 또한 액티브 채권 운용사로 시작했다. 하지만 ALADDIN이란 리스크 매니지먼트 기술과 ISHARES ETF 인수를 통해 블랙록은 태생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월가의 왕이자 ETF의 제왕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블랙록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라고 난 생각한다.

 

  1. 처음부터 대단한 것은 없다. 대신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 = 채권으로 시작해 ETF로 사업을 확정한 사례
  2. 뼈에 사무치는 트라우마가 가장 큰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다 = 첫 회사인 First Boston에서 실각한 후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혈안이 되었던 래리 핑크
  3. 다각화의 중요성 = 펀드 운용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자산운용사 모델과 달리 블랙록은 자문, 서비스 및 IT 등 여러 수입원을 보유하고 있음. 사업 경영이 상품 운용보다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줌

 

출처 https://www.ft.com/content/7dfd1e3d-e256-4656-a96d-1204538d75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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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자산운용사 상품팀 금융인. ETF와 지수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하겠습니다. “It started out as a product, and it became an industry” (일개 상품으로 시작한 ETF는 이내 그 자체로 산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