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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금융 - 마이너스 금리란? #1

Summary

-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데는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려는 목적이 큼

- 실제로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 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마이너스 채권 규모가 폭등한 바 있음

- 마이너스 금리 사회에서 전통적인 금융 상식이 파괴되며 벌어질 현상 분석

 

© iStock

 

“’마이너스’만은 피해야 한다”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융 시장의 화두가 테이퍼링과 같은 통화정책 정상화가 됐다. 한국은행 또한 올해 들어 2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자산 가치 상승에 제동이 걸렸고, ‘영끌’족을 향한 경고음이 울렸다.

델타를 비롯해 최근 등장한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묵묵하게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밟고 있다.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는 최대한 피하고픈 강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단순 저금리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코로나 시국에서는 당연시되었으나 실제로는 당연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손해를 보면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복잡한 금융 지식이 아닌 매우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대규모 완화 정책이 펼쳐지면서 마이너스 채권 규모가 폭등했다(~17 Trillion USD, 2경 원 규모). 뉴노멀(New Normal)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코로나로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주요 깊게 다뤄지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니 테이퍼링을 단행하는 현 시점에 맞춰 마이너스 금리가 얼마나 전통적인 금융 상식을 파괴하는지에 대해 한번 복습을 해보고자 한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영영 이 정도 규모의 저금리+마이너스 금리의 향연을 겪지 못할지도 모른다.

 

© Bloomberg

 

Happy Un-birthday Party 플러스 금리의 세상에서 돈을 빌리려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금리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다. 여기서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빌리는 쪽이 보다 싼 가격(낮은 금리)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 맥락에서 제로 금리란 플러스 금리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 돈을 빌리는 데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제로 금리란 플러스 금리의 연장으로, 단순히 금리가 낮아져 제로가 된 것이다.

반면 금리가 제로를 뚫고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돈을 빌리는 쪽이 되려 이자를 받는다. 예금 금리가 -0.1%인 국가에서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되려 뱉어 내야 한다. 국채 금리가 -1%인 정부 채권에 투자하면 만기 때 원금을 떼인다.

숫자 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제로 금리의 연장이다. 마치 제로 금리가 플러스 금리의 연장인 것처럼. 하지만 마이너스의 금리의 작동 방식은 제로 금리의 작동 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는 제로 금리 혹은 플러스 금리의 세계의 연장이 아니다. 다른 세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미친 모자 장수는 Happy Birthday가 아닌 Happy Un-birthday party를 연다. 생일 축하 파티가 아니라 생일이 아닌 축하 파티다. 생일은 일 년 365일 중 하루다. 그 하루를 축하하는 게 생일인데 반대로 Un-birthday party는 결국 하루를 제외한 364일을 축하하고 즐겁게 보내자는 뜻이다. 단어 하나가 바뀌니 관점이 바뀐다. 마이너스 금리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살펴보자.

 

| 현재 가치가 미래 가치를 압도한다

오늘은 같고 내일은 다르다 돈에는 현재 가치가 있고 미래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격은 대게 다르다. 오늘의 100원은 1년 후의 100원과 가치가 다르다. 1년 동안 100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최소 예금 이자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10%인 세상에서는 오늘의 100원이 1년 후의 110원과 동일할 것이다.

만약 금리가 제로이면 어떨까? 그렇다면 은행에 예금에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없기에 오늘의 100원은 1년 후의 100원과 동일해진다.

반대로 금리가 마이너스 10%면 어떻게 될까? 오늘 100원을 들고 은행에 예금하면 미래에는 90원이 된다. 즉 오늘의 100원은 1년 후의 90원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이에 대한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으면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첫 해에 100원을 투자해 매년 10% 이자를 받으면 20년 뒤에는 612원이 된다. 반면 첫 해에 100원을 투자해 매년 -10% 이자를 지불하면 20년 뒤 14원이 된다.

금리의 부호에 따라 돈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는 달라진다. 플러스 금리의 세계에선 미래 가격이 현재 가격 보다 높다. 제로 금리에서는 동일하다. 반대로 마이너스 금리에서는 현재 가격이 제일 높다. 현재가 미래를 압도하고 미래로 갈수록 가격은 하락하는 구조다.

 

마이너스 금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현재가치가 미래가치를 압도한다라는 표현을 음미하면 왜 주식의 가치(특히 성장주 위주로)가 요즘 계속 오르는지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는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을 이자로 나누어(디스카운트 한다고 표현한다) 오늘날의 가치로 환산한 결과물이다. 가령 미래에 100을 벌고 현재 이자가 10%면 오늘날의 기업 가치는 90.9가 되는 구조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가 된다면(-10%) 미래의 100에 해당하는 현재 가치는 111이 된다. 이는 왜 마이너스 금리로 갈수록 증시가 무한정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아래의 차트를 보면 마이너스 금리가 현재 주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20년 후에 100원을 버는 기업을 +10%로 할인하면 현재 가치는 16원이 된다.

반면 20년 후에 100원을 버는 기업을 -10%로 할인하면 현재 가치는 740원이 된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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