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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용어 정리 - 인플레이션(Inflation)

출처: Economist

 

오늘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과 함께 통화 시스템의 위대한 투 페이스(Two Face)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같다.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같은 존재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말해 통화 가치의 하락이다. 가령 빅맥이 현재 1,000원이고 인플레이션이 2%라고 한다면 1년 후의 빅맥 가격은 1,020원이 되는 구조다. 이는 빅맥의 수요 공급 및 원자재 가격과는 무관하게 순수히 화폐 가치의 절하로 인해 발생하는 물가 상승이다.

단순해 보이는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중시 여기지는 이유가 무엇이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 "민중의 적 인플레이션"

이는 반대로 표현하면 화폐의 구매력이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1,000원으로 1개의 빅맥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1개에 못 미치는 빅맥을 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은 민중의 적이다. 그 누구도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의 구매력이 절하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민중이 아닌 직장인의 적이다. 왜냐면 직장인은 근로 소득에 기대는데 이 근로 소득은 100% 현금이기에 인플레이션에 100%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은 직장인의 적이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채권자의 적이다.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데 이 이자의 %는 계약 시 보통 고정이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게 되면 받게 되는 이자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가령 5%의 이자에 인플레이션 5% 라면 실질적인 나의 이자 소득은 0%가 되는 구조다.

 

"정부와 기업의 친구 인플레이션"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인플레이션은 든든한 아군이 될 수 있을까? 답은 물론이다.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의 아군이다. 왜냐면 채무자가 5%의 이자를 매 분기 지급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5%라고 한다면 실질적인 이자 비용은 0%가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플레이션은 원금의 가치를 감해준다. 1,000원을 빌렸는데 인플레가 5% 라면 1년 후의 실질적인 화패 구매력은 감소한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채의 무게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 안에서 가장 큰 채무자는 누굴까? 바로 정부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채무자는 바로 미국 정부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채무자는 대한민국 정부다. 일본의 가장 큰 빚쟁이는 일본 정부다. 그리고 위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의 친구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점진적이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지극히 자연스러운(정부가 원하기에!) 흐름이다. 물론 이는 일반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지만 관건은 정부가 이를 용인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기업가들의 원동력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 나타난다고 가정해보자. 디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절상되므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업도 제품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한다. 어떤 기업도 투자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화폐 가치가 절상되므로 그냥 화폐를 소유하고 있기만 하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생산하지 않는다. 고용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를 마모시키기에 화폐 가치가 절하되는 폭 이상으로 이윤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좋으나 싫으나 여러 측면에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혁신을 장려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적합한 투자처가 바로 주식(기업)이다.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기업은 상승하는 원자재 비용을 생산하는 제품에 반영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서 오는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식은 금과 같은 원자재 및 부동산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가장 적합한 헤지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How Much? 2%!!!!!"

대부분의 정부 및 중앙은행이 원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보편적으로 연간 2%다. 이 2%가 유지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지 않고(인플레가 높으면 구매력 하락으로 화가 난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온다. 물가 상승은 어느 정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가 과할 경우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게 된다) 정부의 부채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기업의 생산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Bloomberg

 

위의 블룸버그 발췌 부분은 인플레이션이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마르크스 교리로 무장한 중국 지도층들에겐 인플레이션 컨트롤이 매우 중요한데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은 이념이 아닌 물가 상승으로 촉발됐고 1989년의 천안문 사태 또한 2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야기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과 증시"

고정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은 인플레이션 상승 구간에선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 왜냐면 채권은 말 그대로 약정된(Fixed Income) 금리를 제공하기에 화폐 가치가 마모되는 구간에선 지속적인 실질 수익률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주식은 반대다. 주식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다 미묘한 입장을 취하는데 증시는 인플레이션 상승 구간에서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관건은 인플레이션 자체라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중앙은행의 입장이다.

 

Case 1) 경기가 침체되었고 경기 촉진을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 그리고 서서히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다

Case 2) 지속적인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어 왔고 앞으로 물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Case 1과 2는 동일한 물가 상승을 얘기하지만 컨텍스트가 다르다. 1의 경우 경기 침체 구간에서의 물가 상승이므로(2020년 코로나 직후의 세계 경기 회복을 상기해보자) 경제의 사령탑인 정부와 중앙은행 입장에선 좋은 현상이다. 물가가 더 올라야 하고 경기가 더욱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방치한다. 경기 부양책 + 인플레이션 용인은 증시에 호재다.

2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경기 회복세가 충분히 지속되어 왔기에 향후 물가가 더 오른다면 이는 경기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은 더 이상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용인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나서 금리를 올리고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친다. 이 경우 시장의 부양책을 거둬들이고 금리를 상승시키므로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건은 물가 상승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인식하는 중앙은행의 스탠스다. 2021년 4월 미국의 물가가 4.2% 그리고 5월의 물가가 5.0% 상승을 기록했다. 연준의 장기적인 타깃인 2%을 월등히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물가 지표가 발표되던 당시 미국 증시는 큰 영향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기에 큰 우려가 필요치 않다고 선을 그어 왔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경우 이는 Case 2의 사례에 접촉된다. 과열된 물가는 중앙은행의 개입을 부르고 긴축 정책의 가능성을 높여 증시에 악재로 작용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물가 상승과 통화 긴축 정책 사이에 강한 선을 그어 피드백 사이클 끊은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 입장에선 단순히 경기 지표만을 봐서는 안된다. 2%가 타깃인 상황에 5% 물가 상승률은 어마어마한 지표다. 설사 작년의 코로나 기저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표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중앙은행의 몫이고 중앙은행이 인플레에 선을 긋는 이상 인플레 상승 ▶ 중앙은행 개입 ▶ 증시 하락의 이론적인 공식은 보류될 수 있다.

결국 진실로 모니터링해야 할 사항은 숫자로 찍히는 경제 지표라기보다 바로 지표를 인식하는 중앙은행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 미국 연준 총재인 Jay Powell의 입이다.

 

*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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