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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용어 정리 -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금융 시장은 "정책"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작동하는 생태계이다. 생태계는 정책이라는 큰 틀의 메커니즘에 귀속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금융 시장을 규범 하는 가장 큰 테두리이자 가장 강력한 정책은 무엇인가? 바로 양적완화다. 중앙은행이 실행하는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를 모르고 투자에 대해선 논할 수 없다. 양적완화는 코로나 전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코로나 이후로는 더욱 막강해졌다.

시작해 보자. 양적완화란 무엇인가?

| "어떻게 작동하는가?"

최초의 양적완화는 2001년 일본의 BOJ(Bank of Japan)가 실행했다. 버블 경제 이후 경기 부양을 시키기 위해 BOJ가 기준 금리를 제로 금리로 인하했음에도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BOJ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중에 이미 발행된 일본 정부의 국채를 장기물(일반적으로 장기물은 10년 이상의 만기를 의미한다) 위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채권은 기본적으로 돈을 빌리고 이에 대해 약정된 금리를 지급한다는 계약서다. 그리고 채권 가격과 금리는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가령 정부가 10년 동안 2%의 금리를 지급한다는 채권을 발행한다고 가정하자. 근데 다음날이 됐는데 10년 물 금리가 어떤 이유에서 5%가 됐다. 그렇다면 채권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왜냐면 투자자 입장에서 5%짜리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데 굳이 2%로 발행된 채권에 매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가 1% 된다면 2%짜리 채권의 가치는 상승한다. 왜냐면 이제는 채권에 투자해도 1%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 금리는 하락한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치는 오른다.

채권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알고 싶으면 ETF 투자의 정석 14 - 채권형 ETF(1): 채권 기초 을 참고하길 바란다.

다시 돌아가서 BOJ가 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은 10년 물 금리가 하락함을 뜻한다. 결국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있는 정부의 채권을 장기물 위주로 대거 매수해 장기 금리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과정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연준(FED)과 유럽의 중앙은행인 ECB가 실행했던 양적완화도 동일하다. 정부 채권을 대거 매수해 장기 금리를 떨어트리는 것이 목적이다.

 

| "왜 장기물 채권을 매입하는가"

QE 작동방식을 보면 2가지 질문이 나온다. 첫 번째는 왜 장기물 채권을 위주로 중앙은행이 매입을 했냐는 것이다.

우선 장기물 채권이 양적완화의 매입 대상이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QE의 대상이 장기물인 이유는 장기물 금리는 단기물 금리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장기 금리에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 외에 다양한 시장 지표들이 함축적으로 들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를 마모시키며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수록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므로 장기 금리에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포함된다. 즉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장기 금리가 이에 100% 연동돼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반대로 단기 금리는 기준 금리 외에 투입되는 요소가 적다. 즉 금리가 결정되는 메커니즘에서 기준 금리의 역할이 독보적이기에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 마디로 QE가 장기물을 타겟팅 하는 데에는 장기 금리가 중앙은행의 영향권 밖에서 어느 정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 "의도는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은 이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자 함이다. 여기엔 크게 2 가지 목적이 있다.

 

1) 실물 경기 부양 기업은 장기로 돈을 빌린다. 기업은 투자를 해 돈을 번다. 그리고 투자를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선 투자 기간과 돈을 빌리는 대출 기간을 최대한 일치시켜야 한다. 만약 프로젝트는 10년인데 대출 만기가 2년이면 투자의 성과를 맛보기도 전에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봉착하게 된다. 즉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대출 수요는 보통 장기로 이뤄진다.

 

(Q) 그렇다면 경기 부양이 목적인 중앙은행 입장에선 기업의 대출과 투자를 촉진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

(A) 바로 장기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Q) 그리고 장기 금리는 어떻게 낮추는가?

(A) 바로 장기물 채권을 대거 매입해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2) 포트폴리오 효과(Portfolio Effect) QE는 장기물 채권을 대량 매입해 채권 가치를 인위적으로 펌핑시킨다. 이렇게 되면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 투자에서 나오는 이익이 증가함을 뜻한다. 그리고 미국의 연기금 및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기본적인 투자 전략에는 자산 리벨런싱(Rebalancing)이 깔려 있다. 즉 특정 자산의 이익이 어느 정도 초과하면 이를 매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채권에서 자금 빠져나오면 보통 대표적인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주가의 상승은 대게 위험 심리를 부추겨 "심리적이지만" 경기를 촉진하는 효과를 나을 것으로 연준은 기대했다. 즉 포트폴리오 효과란 채권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포트폴리오 내에서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리는 효과를 의미한다.

 

| "인플레이션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QE의 구조를 보면 인플레이션과 QE가 실제로 무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 및 기관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한다. 즉 채권을 받고 돈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돈은 어디까지 "금융 기관" 내에서 머물게 된다.

실물 경제로 돈이 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당연히 기업과 가계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한 마디로 연준이 금리를 열심히 내려도 실질적인 대출이 늘지 않으면 돈은 실물 경제로 나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금융과 실물 경제는 괴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뉴스를 보면 QE란 "돈을 찍어내는"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다. 그 찍어 낸 돈이 금융 기관에만 머물기에 실물 경제로 직접으로 유입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단언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없다. 양적완화 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QE는 철저하게 금융 시장 내에서 실행되는 정책으로 돈을 실물 경기에 푸는 정책이 아니다.

 

| "10+년 양적완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2008년도 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넘게 흘렀다. 중앙은행의 의도와 달리 QE의 효과는 자산 가치 상승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물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거리다. 실물 경기가 정말로 살아났다면 인플레이션이 같이 올라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각국 중앙은행들의 목표치에 미달이다. 그 목표치는 2%이며 실제 인플레이션이 2%를 꾸준히 달성한 적은 거의 없다.

오늘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QE는 중앙은행이 장기물 위주의 채권을 매입하는 프로세스다.

2. 장기물 위주로 매입하는 이유는 장기 금리를 하락시켜 실물 경기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3. QE는 중앙은행과 금융 기관 사이의 거래다. 즉 돈은 금융 기관에 예치돼 실물 경기로 나가지 않는다.

4. QE가 인플레를 유발한다는 것은 반만 맞다. 진짜 유발하기 위해선 돈을 금융 기관 밖으로 퍼 날라야 한다.

5.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은 없다.

6. 지난 10+년을 보면 QE는 자산가치를 견인하는 데 더 힘을 쓴 게 아닌가 싶다.

QE가 지속되는 이상 증시의 상승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이 QE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매우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QE에 대한 이해가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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